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 퀴즈)에 종양내과 의사님이 나오셨다. 마음에 날카롭게 꼽힌 이야기가 있었다. 임종이 가까 오신 분을 가족과 온전히 시간을 보내라고 임종 방으로 모신다고 한다. 죽음이 다가왔을 때, 감각 중에 가장 오랫동안 남은 감각이 청력이니 좋은 말씀을 말해 주라고 권한다고 한다. 어떤 가족은 임종 방에 있던 스피커로 노래를 들려줬다고 한다. "강진 <땡벌>"이었다. 환자분이 평소에 좋아하셨던 노래인 모양이었다. 이때 마음에 날카롭게 꼽혔다.
"나는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노래를 알던가?"
나는 참 아버지를 잘 몰랐다.
나의 아버지 이야기
아버지는 수염을 기르신다. 머리는 거의 백발이신데 검은 머리는 뒤쪽에 경계선 마냥 있다. 수염은 턱, 뺨, 구렛나루가 모두 이어져 있다. 어떤 스타일의 수염인지 검색해보니 풀 비어드(full beard)라고 한다. 남자인 내가 볼 때 참 멋있지만 어머니가 보시기에 별로 신가 보다. 갖은 구박에도 여전히 유지하신 것에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가끔 수염을 보려 가만히 아버지를 들여다볼 때가 있다. 수염 뒤에 있는 주름살이 보인다. 곳곳에 깊게 파인 주름살. 62년간 어떤 세상을 살아오셔기에 깊은 상흔인 주름살을 남겼을까 싶다. 다른 부자지간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아버지와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린 시절 학교를 가기 위해 산을 넘어 10리를 걸어 다닌 이야기", "일본어 시험을 백지로 낸 이야기", "공장에서 권투선수와 싸운 이야기", "걸어서 50km를 넘는 거리를 친구들과 걸어간 이야기", "일본으로 유학 갈 기회가 있었던 이야기" 이외에도 많다.
이야기가 참 재미있다. 말을 잘하시는 것도 있지만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어서 그러하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참 잘 잃어버린다. 아쉽다. 그래도 다시 이야기해주실 때마다 재미있는 장점이 있으나, 자꾸 상실되는 단점이 있다.
유 퀴즈가 날린 이야기가 꼽힌 마음에 아쉬운 마음이 더해지니 아버지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기록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늦게 퇴근하신 아버지께 여쭤봤다.
"어머니 이야기를 쓰기로 했어요. 그리고 아버지 이야기도 쓰고 싶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된 김에 아버지 이야기를 기록해보려고요. 바쁘시더라도 시간 내주세요."
아버지는 웃으시며 "쓸게 있겠어?"라 하셨고, 나는 "그럼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 시간 내주세요"라고 했다. 마음으로는 '아버지 이야기 참 재미있어요. 누구든 재미있어할 것에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제가 읽고, 제 자식이 읽을 겁니다.'라고.
자! 대하드라마가 시작됩니다. "나의 아버지 이야기"
유 퀴즈가 꼽은 날카로운 말에 감사하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기록하게 하는 시작이 되었으니 말이다. 거기다, 멋진 아버지의 재밌는 이야기가 있는 것에도 감사하다. 어서 빨리 듣고 쓰고 싶다. 혹시나 재미있는 이야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어서 모여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