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능력과 균형 잡힌 능력
다양한 능력
앞서 <성과란 무엇일까?>에서 성과를 내는 두 개의 축을 능력과 시간이라고 했다. 그중 능력을 보다 깊게 설명해보려 한다.
우린 일상을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다양한 능력을 쓰며 살아간다. 회사 생활을 하거나 학교생활을 할 때 필요한 능력일 수도 있고, 생존에 직결되는 능력이 될 수도 있다. 다음은 나의 생활을 일부 편집하여 써보았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실눈을 뜨며 바로 샤워를 한다. 그렇게 잠을 달아나게 한 후 오설록에서 구독하고 있는 차를 하나 골라 따뜻한 물게 담근다. 향긋한 차 향기를 맡으며 아침 일기를 쓴다. 아침 일기에는 어제 감사한 일, 오늘 해야 하는 일을 적는다. 때로는 브런치에 적을 글감과 글의 얼개를 짜기도 한다. 그러고 난 후 영어 쉐도잉과 단어 외운다. 마지막으로 출근시간이 될 때까지 책을 읽는다.
출근을 해서는 어제 못다 한 업무를 시작한다. 오늘은 특허 작성을 마무리하고, 논문 초안을 작성한다. 논문에 필요한 데이터를 Excel로 정리하고 Sigmaplot이라는 프로그램으로 그래프를 그린다. 초안 작성을 끝낸 후에는 연구소장님과 미팅을 통해 일부 수정한다. 수정된 내용으로 직장동료들에게 짧은 발표를 하고 의견을 구한다. 오후에는 운전을 해 OO 업체를 방문한다. 본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장 장비의 교체를 위한 회의이다. 업무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는 미래에셋 증권과 키움증권에 들어가 내 자산이 잘 있는지 확인한다.
집에 들어가기 전 이마트를 들러 감자 짜글이 재료를 산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감자 짜글이 재료를 다듬고 가스레인지에 올려둔다. 그리고 지체 없이 플레이스테이션을 켜 야구 게임 한판. 게임이 끝날 때쯤에 감자 짜글이가 완성되어 저녁을 맞이한다. 그렇게 잠시 휴식을 한 뒤 홈트레이닝으로 땀을 쏙 뺀 후 샤워를 한다. 상쾌한 마음으로 브런치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평범한 하루에 내가 쓰는 능력은 다음과 같다.
독서-문해력
영어
글쓰기
발표
환경공학
논문 작성
특허 작성
소통
컴퓨터
운전
투자
요리
게임
운동
능력에는 생존에 꼭 필요한 운동, 요리도 있고, 내 삶을 윤택하게 하는 독서, 게임, 글쓰기도 있다. 회사 생활을 하며 필요한 능력인 논문 작성, 특허 작성, 영어도 있다. 참 다양한 능력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 나간다. 이런 능력들을 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ΣA(능력) = A(투자능력) + A(운동능력) + A(글쓰기 능력) + A(소통능력) +.....
A(투자능력) = r(투자지식) × e(t) (투자경험)
A(운동능력) = r(운동지식) × e(t) (운동 경험)
A(글쓰기 능력) = r(글쓰기 지식) × e(t) (글쓰기 경험)
...
'Σ(시그마)'는 수학에서 총합을 나타내는 기호로 ΣA는 내가 가진 다양한 능력의 총합을 뜻한다. 우리는 능력을 끊임없이 평가받는다. 개별의 능력을 평가받을 때도 있고, 때론 모든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전문직, 특수한 업무의 경우에는 개별 능력 평가를 자주 받게 된다. 그렇게 개별 능력에 대한 평가를 자주 받게 되면 평가받는 능력 이외의 능력은 필요 없거나 중요도가 낮다는 착각이다. 그래서 평가받는 능력만 출중하다면, 다른 능력은 없어도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오인한다.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내가 그랬다. 오랜 시간 투자했고, 좋은 선생님과 함께 밀도 높은 경험으로 쌓인 그 능력이 내 삶에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착각. 박사 학위가 도깨비방망이처럼 취직도 쉽게, 승진도 쉽게, 사회생활도 쉽게 해 줄 것이라는 오해를 말이다.
취직을 하고 회사 생활을 하게 되며 알게 되었다. 전문 지식인 환경공학 보다, 소통 능력이 높은 성과에 기여를 한다는 사실. 안전한 노후와 풍족한 삶을 위해서는 월급만이 아니라 투자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진실. 나와 가족을 위한 건강에는 운동 능력이 필요하다는 진리. 한 줌의 환경공학 능력보다 중요한 능력이 다양하게 있다는 진실을 회사 생활을 하며 깨닫게 되었다.
삶에는, 사회에는 참 다양한 능력 필요하다.
균형 잡힌 능력
우린 매체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접한다.
어린 시설 영재와 천재 소리를 듣던 아이가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거나 평범한 삶을 사는 이야기. 한 분야에서 성공한 이가 투자에 실패하거나 사기를 당했다는 소식.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승승장구하며 자신의 일가를 꾸린 사람이 사생활 문제로 곤욕을 치른 뉴스. 이들의 이야기, 소식, 뉴스는 아마 다양한 능력을 무시한 결과는 아닐까? 그들도 하나의 능력이 자신에게 벌어지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리라는 오판을 할 것을 아닐까?
어린 시절의 영재와 천재는 당대에 또래들에 비해 순간적으로 엄청난 성과를 내었지만, 지속할 만한 힘과 삶을 돌볼 능력이 없었을 수 있다. 한 분야에 성공한 이는 자신을 성공에 이르게 한 능력이 다른 분야에서도 통할 거라는 오만으로 사기를 당하거나 실패에 도착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하나의 일가를 이루는데 사소했다고 착각한 능력인 성품과 인격을 무시해 곤욕을 치른 것일 수도 있다.
그들이 다양한 능력을 인정했다 해도 실패와 곤욕을 치른 이유는 아마도 균형이 잡히지 않은 결과이다. 앞서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는 깨달음 이후 내가 첫 번째로 배양했던 능력은 바로 '투자'였다. 투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나를 보호하는 돈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아직 초보 투자자인 나는 투자를 공부하며 두 가지를 알게 되었는데 바로 '그 무엇도 예측할 수 없다', '끊임없이 변한다'이다. 이를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분산과 균형이었다.
하나의 종목에 올인한다면, 큰돈을 벌 수 있을 수 있으나, 크게 잃을 수도 있다. 그건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다. 그래서 나는 채권, 미국 주식, 한국 주식, 금, 달러 등으로 분산 투자를 했다. 크게 돈을 벌 수는 없으나,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분산과 균형 투자인 자산 분배를 한 것이다.
능력도 분산과 균형이 필요하다. 하지만, 균형 잡힌 능력을 한다 하더라도 두려운 게 있다.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될 거라는 두려움과 하나의 능력에 올인한 사람에 비해 떨어진다는 공포다. 성과와 능력에 관한 식을 다시 한번 보자.
O (outcome, 성과) = A (ability, 능력) × t (time, 시간)
A (ability, 능력) = r (resone, 이성) × e(t) (experience, 경험)
두 식 모두에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는 건 바로 '시간'이다. 물론 짧은 시간을 들여 이 능력 저 능력을 키우기 위해 기웃 거린다면, 맞다.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장기간 꾸준히 다양한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 시간은 견디는 시간이자, 성장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단박에 이루는 성과도 단박에 성장하는 능력은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하나의 능력에 올인한 사람과의 경쟁이다. 하나의 능력에 올인한 사람에 비해 '그 분야'에서는 현재 밀릴 수 있다. 하지만, 장기간을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나의 능력에 올인한 사람은 환경 변화에 대처가 어렵다. 유연하지 못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균형 잡힌 능력은 혼자가 아닌 많은 이들과 함께 오랜 시간 하니, 최종의 성과와 내 능력의 총합은 하나의 능력에 올인한 이들보다 클 것이다. 그건, 시간이라는 요소를 많이 넣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하나의 능력보다는 균형 잡힌 능력이 더 오래동안, 안정적으로,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더 큰 성과를, 많은 이들과 함께 누릴 것이다.
지금의 나는 하나의 능력에 매물 되어 있다가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흔들리던 배가 균형 잡기는 동안 좌우로 흔들리고, 그 파동이 사그라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경쟁에서 뒤 쳐져진다는 불안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나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의 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먼 길을 걸어 시작할 때에는 생각지도 못한 곳까지 가는 성과를 이뤘다. 하나의 능력이 아니라 다양한 능력을 소중히 키워 내 능력의 총합은 그 무엇보다 커졌다"
삶을 지탱해 나가는 데에는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고, 그 능력이 조화를 이루며 균형을 잡아야 한다.
지금 하나의 능력을 키우는데 매몰된 분이라면 그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능력이 다양함을 잊지 말자. 그리고 하나에 편중된 능력은 유연하지 못해 언젠가 큰 위기를 맞닥트릴 수 있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