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중입니다.
생각을 증류 중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생각은 참 분주하다. 쉽게 양이 늘어나고 흩어지기 일쑤다. 희미하고 의미가 없는 생각이 물처럼 차곡차곡 쌓여간다. 생각을 가둘 수 있는 그릇은 한계가 있다. 가득 차면 마음이 답답해지니, 조치가 필요하다.
다 비워내긴 아까운 생각도 있고, 버리려 해도 버릴 수 없는 생각도 그릇을 채우고 있다. 하지만 비워내지 못하면 새로운 생각이 들어오지 못한다. 고이게 된다. 고이는 건 썩어가는 다른 말처럼 느껴진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을 세 가지 정도다.
첫 번째는 그릇을 키워내는 일이다.
아직 잘 모르겠다. 생각을 담는 그릇을 키워내는 일을. 다만, 경험과 독서가 그릇을 키워내는 일이라 짐작된다. 경험이든, 독서든 시간이 필요한 일리라,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훗날 두 가지 덕분에 내 생각 그릇이 커진다면! 글로 꼭 알리고 싶다. 만일 두 가지가 생각 그릇을 키우는데 소용이 없다면! 뒤 따라오시는 분들에게 다른 길을 안내하는 기회로 만들고 싶다.
두 번째는 생각 그릇을 시원하게 비워내는 일이다.
말을 하는 일이다. 머리에 든 생각을 끊임없이 풀어내는 일이다. 시원하지만, 변화는 없다. 어느새 비슷한 생각이 다시 채워지고, 고이기를 반복하게 된다. 산뜻함은 순간이다. 단점이 있다. 내 말을 듣는 사람이 자칫 답답해질 수 있고, 사람이 한 둘씩 떠나갈 수 있다. 또 다른 단점은 비워낸 좋은 생각을 잃어버리니 아쉬운 일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은 생각을 증류하는 일이다.
순간 떠오른 생각은 대체로 묽은 생각이다. 여기서 필요하고 기억해두어야 하는 생각으로 분리해 뽑아내는 일이 필요하다. 바로 증류하는 일이다. 증류는 물질이 가진 특징을 이용한다. 술을 예로 들면 알코올은 물에 비해 끓는점이 낮다. 그래서 천천히 온도를 올려 알코올이 증발할 수 있는 온도로 유지하면, 물은 남고 우리가 원하는 알코올을 분리해 낼 수 있다.
그럼 현실에서는 어떻게 생각을 증류할 수 있을까? 바로 글쓰기다.
글을 쓰는 중입니다.
증류는 세 단계를 거친다.
쓴다.
글은 어떤 종류도 상관없다. 쓰는 순간, 증류는 시작된다. 감성으로 존재하고 밀도가 낮은 생각을 글로 옮기는 순간, 논리로 들어오고, 밀도는 조금 높아진다. 머릿속에 있던 생각을 실제로 눈으로 보면 무척 다르게 다가온다. 우선 1차 증류다.
퇴고한다.
단어를 고르고, 생각을 다듬고, 문장을 가지런히 하는 단계. 또, 머리에 있던 다른 생각을 붙여내기 시작한다. 필요한 생각과 필요하지 않은 생각을 분리하는 과정이 된다. 퇴고를 거칠 수록 내 글은 진하게 만들어진다. 머릿속에 필요 없던 생각은 하나씩 날아가버린다.
공개한다.
2차 증류까지만 해도 머리가 무척 시원해진다. 이때는 일기로도 충분하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글을 잊고, 내가 독자가 되니, 다시 한번 증류할 기회가 생긴다. 시간이 나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개는 이보다 더 빠르게,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누군가가 읽어주고 마음으로 댓글을 적어주는 일. 댓글에 내가 답하는 과정이 바로 마지막 증류 과정이 된다. 같은 글이라도 새로운 향과 맛이 첨가되는 과정이 된다.
나는 오늘도 생각을 증류하고 진하게 글로 만들고 있다. 퇴고로 농도를 높이기도 하고, 공개로 다른 분의 향을 넣기도 한다.
복잡한 생각을 증류해 내자. 바로 글쓰기로.
한 줄 요약: 생각 증류기인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