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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r 05. 2023

자잘한 결점을 보다 정작 중요한 문제를 보지 못한 나.

자잘한 상처는 아름다운 흉터가 되리.

자잘한 결점을 보다 정작 중요한 문제를 보지 못한 나.


완벽. 말 뿌리를 찾아가면 이야기 하나가 나온다. 무대는 중국 전국시대. 약하고 작은 나라 조나라. 강하고 큰 나라 진나라가 주인공이다. 조나라에 귀한 보물이 있었다. 옥구슬. 얼마나 귀했으면 옥구슬에 이름이 있다. 화씨지벽. 진나라 왕은 구슬이 탐이 났다.


그냥 달라고 할 수 없으니, 진나라 땅과 바꾸자고 했다. 누가 믿을까? 구슬과 땅 바꾼다는 말을. 하지만, 조나라는 난감했다. 거절하면 전쟁이 난다. 구슬을 주고 땅을 받지 못하면 그야말로 손해다.


위기는 영웅을 만든다. 조나라는 '인상여'를 선택했다. 고민을 한가득 안고 진나라로 걸어간다. 근엄한 척, 진나라 왕은 옥구슬을 보고 감탄한다. 진정한 보물이라고 눈을 뗄 수 없다. 인상여는 한마디 한다.


"옥구슬에 흠이 있습니다. 알려 드리겠습니다."


옥구슬을 돌려받은 인상여는 받자마자, 기둥 옆으로 뛰어간가 소리친다. 당장 땅에 대한 문제를 말하지 않으면 옥구슬을 깨버리고 기둥에 머리를 박고 죽겠다는 으름장. 진나라 왕은 당황하고 약속을 지키겠다고 얼떨결에 말해버린다. 서류를 작성할 때까지 인상여 자신의 숙소에서 기다리겠다고 하며 갔다.


인상여는 즉시 조국으로 옥구슬을 보낸다. 이를 알게 된 진나라 왕은 진노했다. 인상여는 당당히 자신을 죽이라고 한다. 하지만 진나라 왕은 그를 칭찬하고 보낸다. 왜? 부끄러우니까. 속이 다 들통났으니까. 인상여까지 죽이면 속 좁은 왕이라고 소문이 날까, 두려워 호탕하게 웃으며 인상여를 돌려보낸다.


완벽귀조. 완전한 옥이 조나라도 돌아왔다. 완벽 말 뿌리다.


우리는 완벽하려고 노력한다. 조금의 흠에도 호들갑 떨며 집중한다. 작은 문제에 끝없이 들어간다. 그러다 보면 정작 큰 문제를 볼 수 없게 된다.


자잘한 문제에 신경을 쓰다. 정작 중요한 문제를 놓친다.


자잘한 상처가 되어 아름다운 흉터가 되리.


가끔 난 진나라 왕이 된다. 작은 흠이 있다고 속아 큰 일에 문제가 일어난다. 당황하고, 상처가 마음에 오래 남아 문제를 일으킨다. 자잘한 문제에 집착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완벽을 원하기 때문이다. 흠이 하나 없는 나. 티 하나 없는 일. 흉 하나 없는 과거를 원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간이다. 불가능하다.


난 늘 두려워했다. 작은 상처에도 전전긍긍하고, 시작을 하지 않았다. 시작을 하지 않는 다면 상처도, 흠도 없으니. 하지만, 이젠 안다. 상처는 언젠가 아문다는 사실을. 아문 상처는 흉터(凶攄)가 아니가 길터(吉攄)가 된다. 무언가를 이겨낸 흔적.


우리가 정작 중요하고 집중해야 할 문제는 자잘한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일을 시작할 용기, 앞으로 나갈 끈기다. 그 속에서 상처는 끊임없이 날테다. 상처도 '나'이고 흉터도 나다. 오늘도 스스로에게 자기 암시를 해야겠다.


"자잘한 문제에 신경을 그만 쓰자. 그러다 정작 중요한 문제가 흘러갈 수 있다. 오늘도 해보자. 흠은 언젠가 멋진 훈장이 되리라."



한 줄 요약: 자잘한 흠은 언젠가 멋진 훈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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