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예술은 언제 시작해야 하는가?
사람은 복잡하다. 삶이라는 여정도 하나의 길로만 가진 않는다. 인생 시점마다 참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며 살아간다. 어떤 날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명가의 삶을 살아가기도 하고, 어떤 날은 한치도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되어 살아간다. 다양한 내가 모여 지금의 내가 된다. 그러기에 참 복잡하다.
우리가 꼭 거치게 되는 정체성이 있다. 바로 예술가. 우리 삶을 곰곰이 돌아보면 언젠가 한 순간은 미술가가 되고, 음악가가 되며 작가가 된다. 아직 오지 않은 분들이 있을지언정, 삶 전체에서 한 번도 예술가가 되지 않는 사람은 없으리라.
최근 모임에서 나온 책 <달과 6펜스>, <인간실격>은 하나의 문장이 되어 책 친구들 마음에 질문을 남긴 모양이다. 로즈님 (3월이 시작되어 이제는 마리 님)이 질문을 던지셨다.
"예술은 언제 시작해야 할까요?"
<달과 6펜스> 주인공은 안전하고 보장된 미래를 포기하고 미술을 하러 떠났다. <인간실격> 주인공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림을 그린다. 그들이 던진 이야기가 남긴 생각이 문장이 되었고, 이제 우리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책 친구 생각이 문장이 되어 나왔다.
서로의 짧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내 생각은 조금씩 커져갔다.
지금
먹고사는 일은 참 버겁다. 우리 시간을 헌납하고 살아가는 일이기 때문일 테다. 온 시간을 직장에 주고 나면 힘든 몸을 이끌고 쉬기 급급하다. 직장이 나를 잡아먹고 나는 없어지게 된다.
생각해 보면 잠자는 시간, 일하는 시간, 밥 먹는 시간을 빼고, 나를 위한 시간이 얼마나 될까? 휴식이라는 말로 가만히 TV를 보는 시간이, 게임을 하는 시간이 나일까? 나를 들여다 보고, 나를 표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순간이 잃어버린 나를 찾게 되는 일이 아닐까? 생각이 하나 번쩍인다.
지금이다. 예술은 지금 당장 해야 한다.
거창하지 않다. 예술은 나를 표현하는 숨구멍이 된다. 잃어버린 나를 찾는 길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글쓰기가 되고, 누군가는 그림 그리는 일이 되며, 누군가에게는 노래 부르고 쓰는 일이 될 것이다.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숨을 쉴 수 있는 짧은 시간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 일이 곧 예술을 시작하는 시간이 되리라. 그러기에 난 주장하고 싶다. 지금이라고, 예술을 당장 시작하라고.
독서모임이 끝날 때쯤 그 생각으로 책 친구들에게 말을 건넸다. 책을 좋아하고 멋진 문장을 뽑아내시며, 아름다운 생각을 조각해 내시는 책친구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었다. 마음속 생각을 변주해 문장으로 드렸다.
"바로 지금입니다. 글을 쓰십시오!"
(주인공이 복수를 위해 의심을 심어 두고 한 말.)
한 줄 요약: 예술은 숨구멍입니다. 지금 당장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