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왔을 때 누굴 만나고 싶으신가요?

혼자만 안고 가고 싶습니다.

by Starry Garden
죽음이 왔을 때, 누굴 만나고 싶으신가요?


2월 독서 모임 시작할 때 한 달 동안 고민할 질문을 던졌다. 던져진 질문이 꽤 무거웠다. 무게만큼이나 답이 금방 떠오르지 않았다. 시간이 필요한 답이라 시간을 주어 답이 나오길 기다렸다. 우리 손에 들린 질문은 다음과 같다.


"죽음이 왔을 때, 누굴 만나고 싶으신가요?"


우선 질문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말하고 싶다. 두 권의 책이 이 질문을 만들어 냈다. 조수경 작가 소설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 김완 작가 에세이 <죽은 자의 집 청소>다. 모두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다.


조수경 작가 소설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는 안락사,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다. '센터'라는 것이 나온다. 존엄사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의사 처방을 받아 한 달간 센터에서 생활을 한다. 생활 뒤에도 여전히 죽음으로 걸어가고 싶다면, 전문가들이 그들의 죽음을 도와준다. 그 세상에서는 센터가 만들어지고 죽음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센터에서 참 다양한 일이 일어난다. 모두들 버거운 짐을 지고 살다 이제는 놓고 싶다는 생각에 센터에 모여든다. 그 짐이 얼마나 무거운지 이해하는 이들이 모여 있으니, 쉽게 묻지 않는다. 서로를 의지한다. 이해한다. 자신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고 있으니 쉽게 이야기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게 치유해 가는 과정이 담담히 그려진다. 치유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도 조용히 나온다. 생각 씨앗 하나가 심겼다.


다음 책은 특수 청소를 하는 작가 에세이다. 모두들 회피하고 싶은 죽음을 정면으로 맞이하는 책. 실제인가 싶을 정도로 마음이 아프고, 생각하지도 못한 놀라운 이야기가 온다. 과정을 견뎌내는 작가의 마음도 그려진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을 모두 덮고 나니 나온 내 마지막 순간을 고민하게 된다. 책친구들 생각도 궁금해졌다. 무거운 질문이 던져졌다. 한 달. 생각이 충분히 익었는지, 2월 마지막에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를 내놓는다.


혼자만 안고 가고 싶습니다.


누구를 만나야 할까 고민했다. 그러다 말았다. 아무도 만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잔인한 일처럼 느껴졌다. 마지막 순간 만나 이야기하는 나는 후련할 것이다. 하지만, 듣는 사람을 내 말을 안고 세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말을 받아 안은 사람은 자신 삶이 끝날 때까지 안고 살아가리라. 삶이 끝나는 순간에 만나 이야기하는 일은 짐을 한껏 안겨주고 가는 일이 되리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소중한 이들은. 망각이라는 녀석이 남겨진 이들의 슬픔이 빠르게 흩어지길 바랄 뿐이다.


누구도 만나지 안 하는 순간, 그 시간이 주어질 때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주어진 다는 것에 감사하며, 내가 좋아하던 거리를 가만히 걷고 싶다. 슬며시 내 마음을 들여다 보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생각하고 싶다.


난 충분히 좋은 영향력을 남기고 갔는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잊히길 바라며.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글을 짧게 쓰고 싶다. 남길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 남기기보다는 묘비에 한 줄을 적고 싶다. 몇 문장이 머리에 떠다닌다.


"충분히 노력하며 살아 간 삶."

"꾸준히 글을 쓴 사람"

.....


어떤 문장이 진하게 남을지 지금은 모르겠다. 소중한 이들에게 아픈 기억을 남기지 않고, 그렇게 산뜻하게 이곳의 나들이를 끝내고 가보고 싶다.



한 줄 요약: 혼자 안고 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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