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서 오세요. 심야 책방입니다.

꿈을 꾸었다.

by Starry Garden
꿈을 꾸었다.


"나가셔도 좋습니다."

꿈이다. 두려운 꿈. 불쾌한 꿈이다. 꿈속 독서 모임 친구들은 건조했다. 두 번의 결석에 그들은 싸늘한 말을 내 가슴에 꼽고 달아났다. 꿈은 실제와 반대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소용없었다. 마음은 두근거리고, 어지러운 마음은 멈추지 않았다.


"나가셔도 좋습니다"가 마음에서 계속 떠돈다. 그 말을 한 모임원이 괜히 싫어진다. 거절된다는 건, 두렵고 불쾌하다.


(로즈님이 꾸신 꿈을 각색했습니다)


베스트셀러 상단에는 위로가 가득하다. 대표가 바로 브런치가 낳은(?)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제목처럼 누구나 환영받고 상처받은 마음을 꼭 안아주는 책이다.


우린 환영받지 못할 두려움이 있다. 두려움은 현실이 되어 마음에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상처는 흉터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마음을 쓰라리게 한다. 우리 모두 그 이야기를 듣고는 말했다.


"우리 모임에서 빠져나가실 수 없습니다. 개미지옥에 빠지셨지요. 걱정 마세요. 우리가 모두 당신을 환영하고 못 가게 잡을 테니."


바로 책이야기로 넘어갔다. 이번 주는 지정독서! 바로 <목마른 야채 가게>다. 우연이었을까? 그 책을 보고 나눈 이야기가 곧 우리 모임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어서 오세요 심야 책방입니다.


<목마른 야채>는 따뜻한 이야기다. 누구나 환영받는 야채 가게다. 피곤한 직장인, 퇴직 뒤 자신에 쓸모없다고 느끼는 어른, 다른 이들보다 작은 초등학생,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대학생까지. 텅 빈 마음으로 온 이들은 신선한 야채로 몸을 채우고, 따뜻한 말 한마디로 마음을 채워간다. 살기 위해 입으로 음식을 밀어 넣던 사람은, 자신을 위해 야채를 사고 요리한다. 야채가게는 누구나 품어내는 곳이 되고, 누구나 환경 받는 곳이 된다.


서로 마음을 움직인 문장을 하나씩 내놓았다. 놀라운 사실은 겹치는 문장이 꽤 많다는 사실이다. 겹치는 문장을 솎아낸다.



O 초록 (커피문고 대표)

- "지극히 무관한 관계였던 그들은 공기로 전해지는 무언의 언어도 알아차릴 만큼 두터운 정을 쌓았다. 실낱같던 인연의 끝이 차곡차곡 쌓여 갔고 촘촘히 엮인 끈과 끈은 굵은 밧줄이 되어 그들을 단단하게 이어 주었다."


O 로즈

- "매주 화요일마다 만나는 이 기묘한 모임은 책갈피 사이에 꽂아둔 꽃잎을 마주하는 것처럼 설렌다. 나에게는 일주일이라는 지루한 책 사이에 끼어있는 네 잎 클로버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화요일만 기다리다 보니 지난 두 달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났다."


O 미뉴잇

- "음악은 체온으로 채울 수 없는 공기를 따뜻하게 데워준다. 내 변변찮은 세계와 마음을 무너지지 않게 해주는 가느다란 기둥이었다."


O 알투 (starry garden)

- "물 흐르듯 흘려보낸 하루도 써놓고 보면 근사했다."



겹치는 문장만큼 우리 마음도 겹쳤으리라. 읽으며 떠오른 비슷한 생각 두 가지가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임과 우리 독서 모임이 비슷하다는 사실 하나. 언제든 환영받으리라는 믿음이 귀하다는 사실 둘이다. 그렇다. 독서 모임이 책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하는 것도 무척 소중하지만 한 발 더 나아가 언제든 환영받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 힘이 된다.


로즈님이 늘 하시던 말씀이 소설에 나왔다.


"매주 만나는 이 모임 덕분에 일주일이 참 빨리 갑니다."


우린 지극히 무관한 관계다. 하지만, 매주 2시간씩 만나다 보니, 어떤 친한 친구보다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짧지만, 서로 주고받은 이야기는 점점 굵어지더니, 이제는 서로를 단단히 묶어 주는 밧줄이 되었다. 회사에서 두들겨 맞아 작디 작아진 마음이 완전히 오그라 들지 못하게 하는 기둥이 되었다. 모두 독서 모임 덕분이다.


책 이야기가 끝나고, 머리에 이야기하나가 떠올랐다.


어지러운 마음을 부여잡고, 독서모임을 갔다. 싸늘한 바람이 마음을 차갑게 하고, 불쾌한 마음은 문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딸랑"


따뜻한 기운이 차갑던 마음을 데우고, 고소한 커피 향이 불쾌한 마음을 상쾌하게 만든다. 일제히 돌아보는 책 친구들이 나를 환한 웃음으로 맞이한다. 그리고 서점 주인인 커피문고 대표는 따스한 목소리로 외친다.


"어서 오세요! 심야책방입니다."



한 줄 요약: 누군가에게 환영받는 일. 독서 모임이 소중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