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힘을 믿고, 시간의 힘을 이겨내려 합니다.
마음에는 풍화작용이 일어난다.
마음은 자연을 모사한 듯하다. 안 본 사이에 크게 성장한 친구와 이야기하며 마음에 바람이 세차게 불기도 한다. 어떤 날은 화가 불같이 나 마음이 불타기도 하고, 어떤 날은 신경을 쓰지도 않겠다며 차갑게 식어가기도 한다. 괜히 슬픈 날도 있다. 잊고 있던 슬픈 마음을 꺼내 놓고 그냥 앉아 울기도 한다. 마음에 비가 내린다. 어떤 날은 해가 쨍쨍해 찬란하기까지 한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가만히 보니, 풍화 작용이 떠오른다. 돌을 깎아내어 토양으로 만드는 일. 풍화작용을 영어로 하면, weathering이라 한다. 영어를 잘 못하니, 내 마음대로 단어를 뜯어본다. weather 날씨에 ing를 붙여 명사를 만든 것일까? 날씨가 하는 일. 바람도 불고, 온도도 오르락내리락하며, 우리 마음을 깎아 내는 일이 풍화작용이니, weathering이라 한 것이리라. 마음에 날씨가 있듯, 풍화작용이 있어난다.
내 마음은 평온해 보이는 언덕이 있고, 멋스러운 바위도 곳곳에 있다. 나를 기억하고 응원해 주는 이들이 있고, 나를 지켜주는 커다란 바위도 있다. 반면, 흉흉한 곳도 있다. 모양이 무섭게 생겼다. 보통 의미 없는 미움이 있고, 원한도 큰 바위로 자리를 잡고 단단하게 버티도 있다.
마음에 있는 풍화작용은 멋진 바위도, 흉흉한 바위도 모두 조금씩 깎아 낸다. 단단한 바위에 비가 내린다. 비에는 이산화탄소를 품은 비가 놀을 조금 녹인다. 이산화탄소가 많다면 더 강한 산성이 되어 바위를 깎아 낸다. 멋진 바위든, 흉흉한 바위든.
뜨거운 마음과 차가운 마음을 오가며 바위를 아주 작지만 팽창과 수축이 오간다. 혹시 물이 바위틈에 있다면 쪼개기도 한다. 바람도 바위를 부서지게 하는 요인이 된다. 강한 바람은 혼자 오지 않고, 조그마한 모래 입자와 온다. 바위에 비해 아무것도 아닌 작은 모래가 계속 때리니 바위를 깎아낸다. 멋진 바위든, 흉흉한 바위.
바위를 깎아내는 풍화작용에 의해 1 cm의 흙이 만들어지는 데 약 200년이 걸린다 한다. 참 의미 없어 보이지만, 무언가를 깎아 내고,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풍화 작용이 일어나는 마음을 보니, 떠오른 생각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좋은 마음으로 있는 바위나, 원한으로 만들어진 바위나 공평하게 깎여나간다는 사실이다. 나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이들이 만든 바위가 깎여나가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바위를 보호하고, 기억해야 한다. 반면, 원한이 만든 흉흉한 바위도 깎여 나간다. 커다란 시작일지라도, 시작이 지나면 결국 작아진다는 믿음을 가지며 기다려야 한다. 느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풍화 작용으로 다 깎아 버려 흙으로 돌려 보릴 일이다.
두 번째 생각은 좋은 마음이든, 원한의 마음이든 이는 내 토양이 되는 일이다. 풍화작용으로 만든 토양에는 내 생각을 심어 꽃을 심을 수도 있고 나무를 심어 키워내 그늘을 만들 수 있다. 더 두꺼워진다면, 내 마음의 휴식처를 지을 수도 있으리라. 두꺼워진 토양이 더 많은 식물을 키워내면 마음에는 다채로운 색을 만들어내고, 동물이 뛰어오는 커다란 마음이 되리라. 시작이 멋진 바위였든, 흉흉한 바위였든 상관없이 말이다.
한동안 비가 오가 오더니 지금은 무척 덥다. 그래도 환한 빛을 보고 있으니 마음에는 화창한 햇빛이 드리운다. 원한의 바위가 깎여나가 내 토양을 만들고, 좋은 마음을 보호하며 내 마음을 꾸며간다. 깎여나간 돌들이 만든 흙에는 내 생각을 심어두리라. 오늘도 내가 만든 정원을 걸어 다니다, 그늘에 잠시 앉아 본다. 누군가 쉬어갈 그늘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