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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Apr 18. 2023

긴 글을 쓰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

언젠가 꼭 마련하려고요.

긴 글을 쓰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가 있다. 바로 글쓰기, 오래도록 글을 쓰고 싶다. 난 에세이를 중심으로 글을 쓰고 있다. 쓰다 보면 관심이 가는 글들이 있다. 소설도 있고 내 의견을 논리에 맞춰 적는 칼럼도 눈에 들어온다. 지금 내가 쓰는 글보다 길고, 깊은 사유 끝에 나오는 통찰이 담겨 있다. 소설이든, 칼럼이든, 지금 내가 쓰는 글보다 길다.


매일 쓰는 일은 어려운 일이고 사유를 깊게 해야 하니, 일주일에 하나 정도 쓸 수 있다. 독서모임 책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초단편 소설을 쓰다 보니, 긴 글을 매일 쓰는 일이 어려운 일임을 깨닫게 된다. 초단편을 쓰며, 장면을 만드는 힘을 기르고 난 뒤, 단편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커진다. 단편이 성장하면 장편을 쓰고 싶으리라.


칼럼도 꾸준히 쓰고 싶다. 하나의 주제를 깊이 파고들어 단행본을 묶을 정도로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 주제를 고민해보기도 한다. 300 페이지 정도 되는 글을 쓸 수 있는 주제가 무엇일까? 파고들만한 주제가 나에게 있을까? 가벼운 고민 끝에 나온 주제가 몇 개 있다. 대학원에 관한 글도 좋고, 글쓰기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아! 가족을 중심에 두고 쓰는 일도 좋다겠다는 생각도 커진다.


그렇게 조금 긴 글을 쓰려고 앉으니, 어머니가 찾으신다. 시장을 가야 한다. 다녀와 다시 글을 쓰려고 앉았다. 견생 2년 차 몰티즈 '희망이'가 와서 산책을 가자고 한다. 고개를 끄덕이고 한 시간 정도 걷다 온다. 다시 앉으니, 커피문고 대표가 연락이 온다. 커피문고 운영 방안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다시 앉은 컴퓨터 앞, 곁에 있는 휴대전화가 부르르 몸을 떤다.


"[**카드] 04/01 결제 금액 Starry garden님 ***,***원 (04/03 출금. 03/21 기준)"


긴 글 쓰기를 접어두고, 내일 발행할 글을 짧게 다듬고, 일을 찾아본다. 기억 저편에 있던 문장이 하나 떠오른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문장이 저절로 바뀌어 내 눈앞에 어른거린다.


"긴 글을 쓰려면 누구든 고정 수입, 시간 그리고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언젠가 꼭 마련하려고요.


긴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아! 가끔 긴 장편 소설을 한 달도 걸리지 않는 기간에 탈고하는 대 문호도 있지만, 보통은 긴 시간이 필요하리라. 깊은 사유에도 시간이 필요하고, 글로 옮기는 시간도 요구된다. 거기다, 퇴고하는 일에도 긴 시간이 소요된다. 시간이 필요하다.


또,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좁지만,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시간을 만들어 줄 공간이다. 내 생각을 키워나갈 고요한 공간. 공간은 사람이 만들지만, 만들어진 공간은 사람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글은 무척 개인적인 일이다. 공간 또한 개인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물론 가끔 카페에서 쓸 수 있지만, 결국 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마지막, 돈이다. 자본이 중심이 되는 사회에 살아간다. 돈으로 모든 일을 할 수 없지만, 돈이 많은 일을 하게 한다. 또, 돈이 없는 생활은 견디기 어려운 불편을 가져온다. 그러니, 우리는 돈을 벌어야 한다. 모두 견딜 수 있는 강도는 각기 다르지만, 돈이 없다면, 사회에서 생활을 하기 어렵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 그것도 고정적인 수익. 글을 쓰는 일은 정신을 소모하는 일이다. 고정된 수입이 없다면, 정신은 돈에 쏠리기 마련이다. 긴 글을 쓸 때 돈에 쏠리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그러기에 긴 글을 쓰기 위해서는 고정 수입이 꼭 필요하다.


지금 당장은 없다. 불안정한 수입, 나만의 공간, 그리고 시간이 없다. 그래도 언젠가 꼭 마련하고 싶다. 긴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쓸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한다. 그렇게 글에 대한 근육이 충분해지고, 나만의 공간, 안정적인 수익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리며 말이다. 


"언젠가 꼭 마련하려고 합니다. 긴 글을 쓰고 싶거든요."



한 줄 요약: 긴 글은 그냥 만들어지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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