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ry Garden Apr 19. 2023

에세이를 읽고 쓰는 이유.

나를 볼 수 있습니다.

에세이를 읽고, 쓰는 이유.


에세이를 쓸 줄 몰랐다. 우선 글쓰기도 우연히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렇게 쓸 줄 몰랐으니, 에세이를 쓴다는 상상도 못 했다. 거기다, 논문이라는 형식으로 건조한 글을 쓰기만 했으니, 내 삶을 보여주는 에세이를 쓰는 건 겁까지 났다. 두려운 마음을 밀어내준 건 바로 글을 읽어주는 많은 분들 덕분이다.


다녀가셨다는 흔적을 남기시도, 때로는 공감과 위로를 말씀하시며 댓글까지 적어주셔기에 지금까지 쓸 수 있었다. 계속 쓰다 보니, 잡지에 작지만 기고할 기회도 얻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쓴 글 중 에세이에 가까운 들이 70%에 육박하니, 내가 쓴 대부분이 에세이다.


'왜'라는 물음이 머리를 부유한다. 에세이를 쓰다 보니, 읽는 책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역사, 자기 계발서가 주를 이루고 가끔 소설을 읽다가, 지금은 에세이를 참 많이 읽는다. 예전에는 왜 읽지 않았을까? 사람이 사는 소소한 이야기라는 편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자연스레 다른 책에 대한 관심으로 밀려난 덕분일까? 그때는 이유조차 생각해보지 않았다. 


계속 쓰다 보니, 계속 읽다 보니 이유를 조금 알겠다. 아, 물론 생각은 변화하니 내년쯤에는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내년에 내가 얼마나 변했는지 알기 위해 지금 나름 떠오른 생각을 적어둔다. 


에세이를 쓰는 이유는 "내 삶을 관찰하고 내 생각을 다듬기 위해."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삶을 관찰하고 생각을 세공하셨는지 궁금하기에." 


나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세이는 결국 사람이 중심이 된다. 스스로가 되기도 하고, 아주 가까운 이들이 되기도 한다. 이야기로 자신의 삶을 보여주는 글이 바로 에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에세이를 한글로 고치면 수필이다. 손이 가는 대로 쓰는 글로 형식이 없기에, 다양한 형태에 글이 있다. 하지만, 돌고 돌더라고 결국 사람에게로 돌아온다.


꾸준히 나를 알아보는 일로 글을 쓰고 나니, 나도 나를 참 모른다는 생각이 컸다. 가장 가까이 있지만, 아니, 사실 거리감이 없기에 스스로를 모르는 것일까? 글을 써 놓고 글로 적힌 나를 보면 진짜 나를 마주하는 기분이다. 거기다, 글을 쓰고 나면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이 보이기도 한다.


가수는 노래 따라간다는 말처럼 나도 글이 제시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에세이는 결국 나를 볼 수 있는 일이다. 내가 지금도 그리고 오래도록 쓸 에세이는 평생 알아가야 할 나를 아는 일이 될 테다. 욕심을 내보자면 내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으로 인도하는 글이 되길 바란다.


오늘이 힘들 때, 다른 분의 에세이를 읽으면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된다. 나만 그런 건 아닌가 보다는 생각이 커지기도 하고, 새로운 깨달음으로 인도하며, 때로는 내가 알지 못한 뒷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분들이 관찰한 삶 속에서 내 삶을 볼 수 있는 일이 바로 에세이를 읽는 일이다.


누구나 제한 없이 쓸 수 있는 글이 에세이다. 스스로가 궁금하시다면, 용기를 내어 쓰기길 바란다. 아무도 보지 않은 일기에라도 글을 쓰길 응원한다. 에세이를 쓰는 이유는 내 삶이 궁금하기 때문이고,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다른 분의 삶에서 내 삶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한 줄 요약: 에세이는 나를 보는 일입니다.



P.S.

일 년 뒤 에세이에 대한 생각은 얼마나 변해있을까? 궁금해진다.

이전 05화 긴 글을 쓰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