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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y 09. 2023

가장이라는 무거운 이름.

최선을 다했지만.

가장이라는 무거운 이름.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이병헌 감독의 <드림>이다. <스물>이 이병헌을 처음 만난 영화이고, <극한직업>이 그를 세상에 알리는 영화가 되었다. 드라마인 <멜로가 체질>는 말맛이 가득했다. 10년 전 써둔 각본은 우여곡절을 거쳐, 감독인 그에게 돌아왔다. 감독도, 배우도, 각본도 모두 기대가 되는 영화였다. 


드림은 몰락하고 있는 축구선수 이야기로 시작한다. 축구를 포기하고 연예세계로 진입하려는 그. 이미지 세탁이 필요했다. 바로 홈리스 풋볼 월드컵 감독. 이미지 세탁기를 돌리는 사람은 다큐멘터리 피디인 소민 (아이유). 집을 잃어버린 그들의 사연이 나오고, 주인공인 홍대 (박서준) 사연이 소개된다. 뻔하지만 뻔하지 않는 가족이야기. 부족한 훈련 속에서 그들은 월드컵을 치르러 헝가리로 출발한다. 고난과 시련 속에 성장한다.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간절함이 견디는 힘이 된다. 그들은 다치지만, 각자에 이유로 경기를 포기할 수 없다. 


승리와 골보다는 자신이 가진 힘으로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 짠하다. 실패했지만, 최선을 다한 과정을 겪은 이들은 이제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 오랜만에 본 영화는 마음을 찡하게 했고, 이병헌 감독을 여전히 좋아할 것이며, 앞으로 그의 작품을 기다리게 된다.


영화는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지만, 내 마음에 남은 이야기 묶음이 있다. 묶음에 있는 이름표에는 하나에 단어와 한 줄에 문장을 붙여놨다.


"가장"

"그 무거운 이름"


최선을 다했지만. 


잘 나가는 날, 잘못을 저지른 가장이 나온다. 모든 것이 잘 되리라는 근거 없는 믿음은 아마, 실력과 운을 구분하지 못하게 했다. 돈이라는 맹독에 중독되어 판단하는 힘을 약해졌다. 우선순위에 가족은 한참 뒤로 밀렸다. 급기야  폭력을 행사했고, 돈으로 해결하러 들었다. 반론에 여지없는 잘못. 


곧이어 IMF라는 이름이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앗아 간다. 그동안에 잘못을 지고 법에 집행을 받고 나온다. 집을 잃어버린다. 물리적으로, 심리적인 집은 없어졌다. 그가 갈 곳은 없다. 갈 곳 없는 사람은 이제 뒷날이란 없다. 막 산다. 아무 곳에서나 자고, 술을 먹는다. 술을 그를 안에서부터 곪아가게 한다. 그리고 터진다. 병원에 누워있는 그를 찾은 가족은 이렇게 보지 말자며 떠난다.


그는 자신의 잘못은 안다. 그래서 앞에서 나타나지 못하고, 뒤에서 자신이 가진 조그마한 돈으로 과일을 사두고, 손자를 위한 일을 조금이라도 하려 한다. 그는 보여주고 싶었으리라, 그때에 잘못을 알고 용서해 달라는 뜻이 아니라, 지금은 주어진 것에 최선을 하다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홈리스 월드컵에 최선을 다한다. 다친 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뛴다. 보여줬다. 용서는 아닐지라도, 그는 손자를 안아 볼 기회에 감격한다.


이 이야기는 내 머리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서울을 빠져나와 집으로 가는 내내. 우울하기도 했고, 가장이라는 무거운 이름표를 지고 사시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생각났다. 가장이라는 직함은 그 어떤 직함보다 무겁다. 이름표를 다는 부모님은 어떤 마음일까?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다. 하지만, 그 선택은 실패가 될 수 있다. 자신에 선택이 가족 모두에게 고통이 될 때, 아마 마음이 크게 무너지리라.


최선을 다했지만, 그렇지 못한 결과에 가장은 무너지리라. 거기다, 괜찮다는 가족이 있다면, 그 마음은 다시 한번 크게 내려앉으리라. 우리 곁에는 그 무거운 이름표를 지고 사시는 분들이 많다. 나도 이제는 그 무게를 어렴풋이 안다. 모두 나눠 들지도, 모두 알 수도 없지만, 이제는 곁에 가장이라는 이름표를 들고 있는 부모님에게 어깨를 내어 들여야겠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고. 혼자만 그렇게 가시지 말라고.



한 줄 요약: 가장이라는 이름표는 정말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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