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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un 14. 2023

넘어져도 10초라는 쉴 기회가 있다.

영화 <카운트>

영화 <카운트>


  가족과 가끔 영화를 본다. 예전에는 영화관을 갔지만,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 가격이 오른 탓도 있고, OTT라는 멋진 시스템이 방으로 영화관을 가져왔다. 가족과 함께 보는 영화는 거대하고 깨부수는 영화보다는 잔잔한 드라마가 있고, 이야기가 있는 영화가 참 좋다. 얼마 전 영화관에서 내린 영화가 OTT 서비스 가장 앞에 있다. 은근한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말을 걸었다. 


  "아버지 오늘 저녁에 영화 어때요?"


  좋으신지 아닌지 모를 표정으로 느릿하게 그러자 하신다. 어머니에게도 동의를 얻었다. 내일 쉬는 날인 동생을 데리러 갔다. 함께 가게를 정리하며 오늘 저녁에 영화 상영이 있을 예정이라 말했다. 퇴근 만을 기다리는 동생에게 가는 길에 과자와 팝콘을 사자고 하며, 내가 사겠노라 했다. 그제야 흐릿하던 눈이 반짝인다.


  주말 저녁 드라마가 잔잔히 나온다. 난 팝콘을 준비하고, 과자를 먹기 좋게 그릇에 담아 놓는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동생도 각자 2 시간을 편하게 지낼 자리를 잡는다. 폭죽이 터지는 영상이 시작되고 가족은 모두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카운트>는 실제 일어난 이야기다. 잘못된 불명예를 뒤집어쓴 복서는 은퇴를 선언한다. 명예로워야 할 금빛 메달은 족쇄가 되어 목을 조른다. 복싱을 잊고, 학교 선생님으로 살아간다. 삶에는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올 수 있고, 세월을 온몸으로 받아낸 뒤에 만날 수도 있다. 피할 수 없다. 꼭 해야만 끝나는 일. 그에게는 복싱이 그랬나 보다. 다시 복싱을 한다. 이제는 지도자다. 복싱을 하는 아이들도, 그들을 지도하는 주인공도 성장한다.


  시련이 오고, 성장하고, 이룬다. 뻔하지만 우리 삶이 다소 뻔한 부분이 있지 않은가? 우리 삶처럼 중간중간 웃음 짓는 부분이 있다. 가족들은 팝콘을 먹으며, 과자를 입에 넣으며 영화를 끝냈다. 좋은 영화는 마음에 남는 대사를 남긴다. 카운트도 내게 대사를 한 줄 남겼다.


  "넘어져도 10초라는 쉴 기회가 있다."


  자주 넘어진다. 실제는 아니고, 마음이 넘어진다. 넘어지지 않은 순간에도 넘어질까 전전긍긍하며 다닌다. 넘어지면 곧 실패고, 실패는 패배라는 공식이 머리에 자리 잡은 탓일까? 아니면 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에서 실수는 곧 다시 기회가 없는 실패라는 두려운 마음 탓일까?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넘어지는 일을 참 두려워했다. 그 마음이 <카운트>의 대사를 곁에 둔 모양이다.


  복싱에는 여러 방법으로 승리를 가른다. 시원한 KO 승리가 있는 반면, 치열한 계산 끝에 나오는 판정승도 있다. 승리에 도달하는 과정 속에 넘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럼 심판은 숫자를 센다. 누가 넘어지든 같은 간격으로 숫자를 세어간다. 하나, 둘, 셋,...  숫자가 열이 되기 전에 일어나면 경기는 계속된다. 기회다. 노련한 선수는 넘어진 순간 숫자를 세며 숨을 고른다고 한다. 다시 일어서 싸울 힘을 비축한다. 아무리 신경을 쓴다 해도 우린 가끔 넘어지지 않을까? 난 이제 노련한 복서가 되고 싶다. 휴우... 숨을 고르게 한 번 쉬어 본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갔고, 영화가 남긴 대사를 머리에 돌돌 굴렸다. 동생은 재미있다며 다 먹은 팝콘 봉지를 치운다. 어머니도 웃기다는 감상평을 남기신다. 아버지에게는 어떠셨냐는 말을 건네니, 펀치하나가 돌아온다. 그리고 무심함 표정의 이유를 알았다. 


  "나 이 영화 어젯밤에 다 봤어."



그림 출처: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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