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있는 서점> 책을 읽었다. 한 달 독서 모임 중 한 주는 지정한 책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눈다. 이번에 선택한 책은 서점, 독서클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외롭게 있는 섬이 무대다. 부부가 서점을 연다. 평온해 보이던 그곳에 사고가 나고, 서점 주인인 한 분이 세상을 떠난다. 사건이 일어난다. 마야라는 귀여운 아기가 선물처럼 남은 서점 주인에게 왔다. 마치 살아가라는 듯. 동네 유일한 서점에 사람이 오가며, 일이 벌어진다.
마음에 남는 문장이 참 많다.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가족이 있는 덕분일까? 유독 기억에 남는 문장이 하나 있다.
"서점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 할 수 없죠."
동생이 커피문고를 열며 생각한 이상적인 모습은 <어세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이다. 오가는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앉아 책을 읽고, 책을 중심에 두고 나누는 모습. 한 발 나아가면, 그림도 있고 공연도 있는 문화가 있는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점이 조그마하게, 지역 문화 공급자가 되길 바랐다. 젊은 분들이 오기도 하고, 부모가 아이들과 올 수 있는 공간. 문화를 소비하고, 문화를 생산하는 곳 되는 지역 문화 거점. '문화'라는 단어를 되뇌다 보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문장이 하나 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백범 선생은 가장 강한 나라를 원하지 않으셨다. 경제는 우리 생활이 풍족할 정도, 군사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정도라 하신다. 오직 원하는 힘은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를 원하셨다. 문화의 힘은 강하다. 그리스를 볼까? 그리스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로마가 문화를 계승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로마를 이끌어가던 지도자는 사라진 그리스로 유학을 간다. 그리스어를 멋지게 구사하는 일이 곧 지도자로 인정받았다. 그리스에서 가정교사로 사람을 모셔오기도 했다. 그리스 문화는 로마 제국을 지탱했다. 나라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문화는 남았다.
영원한 제국이 없다. 로마는 사라졌다. 깨끗하게. 하지만, 그리스를 기반으로 한 로마 문화는 유럽 정신 아래에서 도도히 흐르고 있다. 강한 문화, 높은 문화는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남으니 그 어떤 힘보다 강하다.
백범 선생은 그럼 문화는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신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는 일일까? 몇 가지 생각이 오간다. 추려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우선 문화는 여유에서 나온다 믿는다. 문화가 강하다는 말은 나라가 여유가 있음을 말한다. 마음으로 글을 쓰는 사람, 음악을 하는 사람, 그림을 그리는 사람, 공연을 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분위기다. 그들이 만들어 놓는 작품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는 여유로부터 나온다 믿는다. 다음은 다양한 문화를 기꺼이 소비하겠다는 여유다. 소비가 창작자를 삶을 지탱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연료가 되는 일이다. 그렇게 만들어 놓은 작품을 보며 즐기는 일이 여유를 실체화하고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리라.
그럼 남에게 행복을 주는 일은 무엇일까? 그건 창작자만 가지는 행복 아닐까? 다양한 문화가 나오고, 다채로운 문화를 인정하는 일은 쉽게 창작할 수 있는 토대다 마련됨을 뜻한다. 소비자이자 곧 생산자다. 생산하다 보면 작품을 만드는 일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고, 작품으로 누군가를 위로하고 행복을 줄 수 있는 일임을 알게 된다.
문화를 쉽게 다가가 소비하고, 원하는 문화를 편하게 생산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믿는다. 자그마한 문화 거점이다. 문화란 거대한 벽이 있지 않고, 누구나 창작하고 소비할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 언제든 갈 수 있는 길이라는 체험이 가능한 지역 문화 거점이 필요하다. 언제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곳, 바로 지역 서점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한다.
작디작은 작은 서점이 시작이 되고 동네로 문화가 퍼져가며, 결국 나라에서 뿜어내는 문화의 힘이 세계로 향해가는 시작이 아닐까? 서점이 있어야 진정한 동네가 된다는 말은 그 시작을 알리는 일이라 믿고 싶다. 문화가 강한 동네가 되는 시작이 된다는 의미에서 서점 없는 돈에는 동네라고 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
동네에 조그마한 서점이 있을까? 서점에서는 분명히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문화의 턱을 낮추고 말이다. 커피문도는 다음 달 모임과 행사를 준비해 본다. 지역 문화가 피어가는 땅을 고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