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 안 될까요?
아이슬란드는 북대서양에 있는 섬나라다. 이번에 알게 된 아이슬란드에 관한 기사를 보면 공통된 수식어가 하나 있다. '작은' 섬나라. 작다는 것은 면적을 이르는 말일까? 그럼 난 쓰고 싶지 않다. 면적이 10만 ㎢으로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한 면적을 가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인구로 보면 작다고 할 수 있겠다. 36만 명 남짓이다. 작은 섬나라인 아이슬란드를 알게 된 시작점을 곰곰이 떠올려봤다. 바로 <꽃보다 청춘>. 아지랑이처럼 춤추는 오로라 덕분이다. 오로라를 버킷 리스트로 올려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이유를 그 프로그램으로 알게 되었다.
최근 아이슬란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전체 인구에 약 10%가 작가",라는 말 덕분이다. 기사를 보니, 작가를 책 1권 이상 출판한 저자로 정의했다. 10%. 3만 6천 명이 저자다. 아직 책을 출판하지 않는 글 쓰는 사람을 포함한다면, 더 많은 사람이 글을 쓰고 있으리라. 많은 저자와 작가는 아이슬란드 고유 문학 역사를 만들어왔고, 만들고 있다. 강한 토대 덕분일까? 아이슬란드에는 1955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할도르 락스네스 (Halldór Laxness)를 비롯해 범죄 추리소설을 쓰는 아르날두르 인드리다손(Arnaldur Indriðason), 이사 시구르다르도티르 (Yrsa Sigurðardóttir)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아이슬란드의 저력을 느끼는 순간이다.
아이슬란드 이야기 사랑. 글을 쓰고, 글을 읽는 일에 진심인 이유는 무엇일까? 과하게 생각해 보면 기후 때문이 아닐까 싶다. 100년 전? 아니 200년 전으로 가보자. 인구 밀도가 높지 않고, 추운 섬이니, 밖을 돌아다니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으리라. 때로는 목숨을 걸고 가야만 하는 일일 테다. 그럼 밖 활동을 못하는 겨울에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시간은 많고, 무서운 바람 소리만 가득한 그곳에서 누군가는 입을 떼고 이야기를 시작했을 것이다. 아마 시작은 다음이 아니었을까?
"머나먼 옛날, 인간이 태어나기도 전에..."
이야기는 이야기를 만든다. 머나먼 옛날에 시작된 이야기는 신을 탄생시키고, 이야기는 또 다른 등장인물과 설정을 만들었을 테다. 그렇게 각 집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는 서로 만나 더 큰 이야기가 되고, 지금 우리가 보는 토르, 록키, 오딘을 만들어 낸 건 아닐까? 이야기를 만드는 일에 능숙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일에 익숙한 나라에 역사는 지금의 전 인구 10%를 저자로 만들어 냈으리라.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선 읽는 사람을 살펴보자. 우리나라 2021년 동안 1권의 책을 읽는 이들은 전체 인구의 47.5%로 절반이 되지 못했다. 또, 1년 동안 평균 책도 4권에 그쳤다고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책을 읽는 이들이 유니콘처럼 신비한 동물인 양 여겨진다. 또, 책 읽기가 취미라고 하면, 허세라고 여기거나 정말인지 시험을 하는 이들도 있다. 책 읽는다는 사실을 말하기도 꺼려진다.
읽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는 이 순간, 기이하다고 여겨지는 현상이 하나 있다. 출판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출판 방법도 다양하다. 자가 출판으로 편집, 표지 선정, 인쇄, 홍보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한다. 독립출판이라고 말할 수 도 있고, 때에 따라 ISBN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혼자 진행하는 일이 어려워 POD라는 방식으로 출판하는 일도 있다. 원고를 보내면 편집과 디자인을 전문가에게 맡기고, 유통을 해주는 형태다. 부크크와 교보문고에 퍼플(PubPie)이 대표다. 자비 출판도 있다. 출판사에 원고를 주고, 일체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다. 또, 혼자 책 한 권의 원고를 채우기 힘든 경우에는 글쓰기 모임, 글쓰기 수업을 통해 원고를 모아 집단 창작하는 일도 흔히 볼 수 있다. 책 읽는 사람을 줄어들지만, 책 만드는 일은 쉽고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책을 쉽게 출간하는 시대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수준 낮은 책이 나온다는 걱정도 있고, 돈으로 책을 만드는 이들이 출판세계를 흐린다는 이야기도 있다. 질이 낮은 책이 계속 생산된다면, 결국 수준 자체가 낮아져, 읽는 사람들이 등을 돌리라라는 걱정이다. 정말일까? 난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다는 지금. 그리고, 책을 만들어 내는 방법이 많고, 쉬워지는 이 현상이 반갑다. 많은 분들이 책을 만들고 글을 쓴다는 사실은 글에 진심인 사람이 조금씩 많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소한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이들은 글을 읽는 사람이다. 물론 아닌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책만을 읽는 이들보다는 더 많은 책을 읽을 읽지 않을까? 그들은 최소한 시장 조사를 위해서라도 다른 분들의 책을 읽고 살 것이다. 멋진 책이 나오려면 충분한 양이 나와야 한다고 믿는다. 아이슬란드의 쏟아지는 책들의 수준이 모두 높을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럼 우리나라에는 몇 명의 작가가 활동하고 있을까? 집계하기 참 어렵다. 요즘에는 등단을 하지 않고 수준 높은 글을 쓰는 분들도 많다. 등단을 생략하고 책을 내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 출판해 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2017년 (사)한국작가회의 회원은 2,336명, (사)한국문인협회의 회원은 14,621명. 합하여 16,957명이다. 조금 넓히면,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추산으로는 웹소설 작가 수가 20만 명이 넘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모두를 합쳐보자. 우리나라 작가 비율은 0.434%다. 브런치 스토리 작가를 추가해 볼까? 5만 명 정도라고 하니, 그래도 1%에는 한참 못 미친다.
어떤 글을 쓰고, 책을 만들 던 그들은 책에 대한 관심이 있는 이들이다. 이들이 조금씩 많아진다는 건, 응결핵처럼 작용하리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덩어리를 만드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응결핵이 있다면, 그래도 조금 쉬우리라 믿는다. 책을 중심에 두는 사회로 가긴 힘들지 몰라도, 책에 관심이 높아지는 일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그들만의 리그가 된다 우려할 수 있다. 지금의 우리 생태계가 살아남는 일이 중요한 건 아닐까? 책은 이제 영상과 싸워야 한다. 우선 살아남아야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건 아닐까?
난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많아지는 지금에 안심이 된다. 사실,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많아질 수 없다. 최악에 상황이라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같아지는 것이 최대가 아닐까? 글을 쓰는 사람이 있고, 책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 곧 독자고, 그들이 가장 노력하는 영업사원이 아닐까? 그들이 응결핵처럼 책을 살려가고, 키워가는 사람이 되리라. 책이 중심이 되는 사회에 현상으로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많아 보이는 현상이리라 믿고 싶다. 글을 읽고 있는 사람에게, 글을 꾸준히 쓰시는 분들에게, 언젠가 책을 출판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당장 시도하자. 생각보다 많은 방법이 있다. 그리고 그대가 책을 살리는 1인이 될 것이다.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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