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하게 다뤄야지.
책에는 작가의 인생이 담겨 있으니까.
독서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일찍 동생 가게로 향했다. 한 주 동안 책을 읽지 못했으니, 벼락치기로 책을 읽고 싶었다. 동생은 책을 읽으며, 나를 맞이했다. 높낮이가 없는 목소리로 음료를 권한다. 저녁에서 밤으로 가는 시간에 할 수 있는 선택은 몇 없다. 카페인이 미약한 차를 골랐다. 시원하게 마시며 책을 보고 있었다. 동생은 일어난 김에 책장을 정리했다.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동생이 고민을 건넸다. 커피문고에서 선택한 책을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싶다고 한다. 책 추천을 하고자 했다. 독서모임도하고, 이제는 독서 이력이 꽤 커진 동생의 추천이 궁금했기에, 어떤 책이냐 물었다. 후보 책은 몇 권 내민다. 몇 권의 에세이와 몇 권의 소설이 나왔다. 모두 인상 깊었고, 재미도 있는 책이라 고민이 되리라 생각했다.
짧게 의견을 구하기에 고민을 했다. 좋은 것 중에 좋은 것을 고르는 일이 참 힘든 순간이었다. 몇 마디 나누었지만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동생은 책장을 보며 앉았다. 난 주기적으로 하면 되니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하라고 했다. 돌아온 답에 나도 고민이 깊어졌다.
"고르기 쉽지 않아. 책에는 작가의 인생이 담겨있으니까."
읽던 책을 내려놓고 책장에 있는 책을 가만히 봤다. 동생 가게라 내 책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책을 살펴보았다. 제목도 표지도 다르다. 에세이에는 자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소설에는 현실을 품은 이야기가 있다. 사람은 결국 이야기 아닐까? 현재의 나는 지금까지 선택의 총합이다. 선택의 과정과 견뎌내는 일은 이야기다.
누군가는 잠시 동안 휴식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려 삶의 조각을 책에 담았다. 누군가는 서른 살에 자신의 삶을 죄어오는 모든 일을 벗어던지고 잠시 제주에 살다 돌아오기도 했다. 누군가는 느즈막 결혼을 하며 고부갈등에 고민하고, 새로운 관계에 즐거움을 표현한다. 사람은 이야기이고, 그들은 곧 책이다.
독립서점으로 글을 쓴 작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제법 많다. 작가와 대화하며 삶의 조각을 보고, 책을 읽으며 인생의 파편이 보인 모양이다. 얇은 책조차 가벼이 들 수 없다. 어떤 인생이 담겨 있는지 천천히 넘기며 읽어 낼 수 있다.
단어와 단어 사이에 작가의 고통이 보이기도 하고, 문단과 문단 사이에 말하지 못한 고민이 있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니, 책이 더 빽빽하게 느껴진다.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제 자리에 두고 만다. 책은 종이의 묶음이자, 잉크를 담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인생으로 보인다.
고민을 하다 보니, 독서모임 시간이 다가왔나 보다. 책 친구들이 속속히 들어온다. 고민은 나누면 작아질까? 책 친구들에게 여쭤봐야겠다. 인생을 담은 책을 늘 소중히 여기는 친구들이니, 이달에 책은 어떤 관점으로 책을 선택할지 기대된다.
덧붙임
아직도 선택하지 못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