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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이 주는 힘.

시도하며 찾아가기.

by Starry Garden
독서모임이 주는 힘.


책 친구 중 한 분이 친구들과 독서모임을 만드셨다고 한다. 친한 친구들로 구성했고, 다들 조금 먼 곳에 있으니 온라인으로 진행한다고 알린다. 다들 책을 좋아하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욕구가 컸다고 한다. 짧은 안부를 묻고는 이번 주에 읽은 책을 나누고, 질문이 오가기도 하며, 자신만의 생각을 조리 있게 다듬어 내놓는다고도 한다. 다른 독서모임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한 우리는 책 친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책 친구가 만든 독서모임에서 건너온 질문 하나 가 우리에게 왔다.


"시도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질문에 우리는 나름의 답을 했다.

질문을 가져오신 마야님은 운동이라고 한다. 특히 크로스핏. 크로스핏은 여러 종목을 단시간에 번갈아 가며 하는 훈련이다. 용기를 내어 간 크로스핏 체육관에서는 시간을 적고, 서로를 응원하며 운동을 한다고 했다. 정해진 동작을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했는지 공지한다고. 처음 한 마야님이 바로 통과했을 리 만무했다. 비교가 마음을 무너뜨린 모양이다. 또 도전하고 싶다고 하신다. 운동이 마음을 바로 잡고, 건강을 바로 해주리라 생각된다고 한다.


버틀러(커피문고 대표)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한다. 특히 불교미술. 사찰에 가면 있는 모든 그림을 말한다고 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기보다는, 명확하게 틀이 있는 작업을 하며 작품을 만들어 내고 싶다고 한다. 시간을 넣는 만큼 나오는 작품을 볼 수 있는 기쁨이 있을 것 같다고 한다.


마리 님은 글쓰기와 베이킹이라 한다. 독서기록을 하시고, 일기를 쓰시니 당연한 귀결이라 생각된다. 사실 책 친구들 모두가 그녀에게 글쓰기를 종용하긴 했다. 글쓰기와 베이킹이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모두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 낼 수 있고, 만든 것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글쓰기는 마음을 나누는 일이 되고, 베이킹은 맛을 나누는 일이니, 꼭 하고 싶다고 한다.


나는 고민을 하다, 요가라 말했다. 늘 채우는 일만 했다. 글을 쓰고, 책 읽는 일이 반복되었기 때문일까? 목과 어깨가 단단해졌다. 몸과 마음이 참 연동이 잘 된다. 몸이 굳으니 마음도 굳어 요즘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는 고백도 했다. 그래서 힘을 빼는 일인 요가를 하고 싶다 했다.


각자 하고 싶은 일을 말하고 나니, 질문을 던진 마야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하신다.


"빠르게 실패해 보시면 됩니다. 안되면 말고라고 생각하며 말이죠."


마야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독서모임이 가진 힘을 생각하게 된다. 독서모임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내고, 새로운 시도를 하게 한다. 두 가지 이유가 떠올랐다. 하나는 책을 읽는 일, 다른 하나는 원하는 바를 말하는 일.


책을 읽다 보면 참 많은 실패를 마주한다. 독서모임에 오는 책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린 참 많은 좌절을 하며 산다. 나도 그랬다. 논문을 투고하고 1시간 만에 거절받는 순간도 떠올랐고, 글을 쓰며 느낀 무력감이 떠올랐다. 책에서는 길을 알려준다. 실패 뒤에 해야 할 일을 일러주기도 한다. 아니면, 완전히 다른 길을 안내하기도 한다. 실수는 일상이고, 실패는 평범한 일이라 말한다. 길을 알려주기도 위로가 되기도 하는 책을 소개하고, 그 마음을 마주하고 앉아 말로 나누고 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물러간다.


독서모임을 하며 참 많은 이야기를 한다. 꼭 빠지지 않는 건, 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나누는 일이다. 말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생각하던 말을 꺼내 놓으면 그 길로 한발 다가간 느낌이다. 스스로와 약속을 하는 기분이다. 거기다, 마음 넓은 책 친구들이 응원을 더해주니, 생각을 실행하는 동력을 얻는 일이 된다고 믿는다.


독서모임이 우리들에게 힘을 준 건 아닐까? 누군가는 다른 독서모임을 꾸리는 용기와 운동을 하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고, 누군가는 미술을 알려주는 스튜디오를 찾고 날짜를 고르고 있으며, 누군가는 베이킹을 위한 장비를 찾고 있다. 독서모임이 그들에게 힘을 주고, 실패하는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낸 건 아닐까? 난 그랬다. 새로운 일에 도전했고, 좌절하지만 빠르게 실패하며 배운다고 느낀다.


질문을 끝나고, 독서모임도 끝났다. 난 웃으며 격려를 담은 말을 전했다.


"동생에게는 그림을 언제쯤 볼 수 있냐고, 마리 님에게는 언제 빵을 먹을 수 있냐고, 마야님에게는 언제 운동을 제가 배워 볼 수 있냐고" 새로운 시작, 새로운 실패가 이제는 기대된다.



덧붙임

마리 님은 책 친구들이 응원한 덕분에 글을 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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