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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글쓰기를 배우고 왔습니다.

군단어, 군문장, 군문단, 군글.

by Starry Garden
에세이 글쓰기를 배우고 왔습니다.


동생은 독립서점과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독립서점에서는 매달 수업과 모임을 모집한다. 불모지인 이곳에서 여름에는 사람이 더 모이지 않는다. 곰곰 생각해 보면, 다들 휴가를 준비하는 설레는 마음 때문이리라. 굴복하지 않고 동생은 수업을 열고 사람을 모은다. 우리 서점의 전통(?)은 첫 수업 첫 모임은 여지없이 동생과 내가 참여한다는 사실이다.


동생이 수업을 여는 기준이 있다. "내가 듣고 싶은 수업을 열고 싶다." 그러니, 수업이 열리면 자신이 제일 먼저 수강한다. 수강하면 자신이 얻은 사실을 기초로 홍보를 하고, 물어보는 이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한다. 이번 에세이 수업도 나와 동생이 수강을 하기도 했다.


에세이 글쓰기는 브런치 스토리에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보기만 했지, 오프라인 수업은 처음이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기대되었고, 무엇을 얻어가 갈지 궁금했다. 또, 내가 지금까지 쓴 글을 냉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커졌다.


따뜻한 인상을 가진 선생님이 오셨다. 간단한 인사를 한 뒤에 수업이 진행되었다. 아니, 심리 상담이 시작되었다. 에세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 이야기라서일까? 글을 쓰는 이유, 무엇을 써야 하는지, 지금까지 무엇을 써오셨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타인의 이야기를 잘 꺼내시는 분들이 있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별 이야기를 다하는 일. 그날이 그랬다.


첫 만남에서 계획된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시간을 이야기로 채웠다. 다음 수업을 기약하는 마지막 선생님은 자그마한 수첩 와 연필을 주시고는 과제를 내어주셨다.


"떠오른 생각을 작은 수첩에 적어주세요. 곧 글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모인 조각을 글로 한편 만들어 주세요. 다음 시간에 글을 두고 이야기 나누시죠."


일주일은 여지없이 흘러갔고, 선생님을 다시 만나 글감을 나누고, 써온 글에 대하여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작 전 서로가 서로의 글을 읽는 일로 시작했다. 내 글을 타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은 미묘했다. 덜그럭 거리는 문장이 들리고, 억지로 끼워 넣은 단어가 보였다. 선생님이 말하지 않아도, 고쳐야 할 부분이 보였다.


내 글에는 군 문장과 군 문단이 있었다. 논문을 오래도록 써온 습관이 있나 보다. 생각하지도 못하게 에세이에도 묻어 나왔나 보다. 논문은 요약(abstract) - 서론 - 재료 및 방법 - 결과 및 토의 - 결론 순서로 간다. 에세이인 내 글에는 생각의 여지가 없이 요약과 결론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읽는 분들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결론을 찍어 다시 보여준다고 한다.


물론 논문처럼 짜인 구성이 필요한 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글이 있다는 생각이 피어난다. 생각의 여지를 주는 글. 여운이 남는 글. 또 다른 생각을 주는 글. 기억에 오래 남는 글. 그러한 글이 되고픈 마음이 커졌다. 지난 글에서 군단어, 군문장, 군문단, 군글이 떠오르고 보인다. 여지없는 글.


새로운 배움은 즐겁다. 생각하지도 못한 시선을 알려주고 던져준다. 내 글 수정이 끝나고, 앞으로의 글을 하고 나니, 선생님은 자신의 글을 보여주신다. 자신의 글을 평가하고 싶어 달라는 부탁. 동생과 내가 생각을 담아 따스하게 전하시니, 고개를 끄덕이며 수정하신다.


글을 쓰는 일은 끝이 없으리라. 글을 쓰며 글을 읽으며 글을 생각하며 받아 든 수첩에 글감을 적어 넣는다. 연필의 삭삭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군 단어를 걷어내고 군 문장을 잘 낸다

군 문단은 가볍게 하고, 군 글은 충분히 깎아낸다. 조금은 편해진 내 글. 선생님이 알려주신 생각을 기억하며 오늘도 글을 적고 조각해 간다.



일상, 그 이상의 글쓰기.


덧붙임 1

에세이 수업한 뒤 나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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