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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을 많이 안다고 사람과 친해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책 친구들과 친해졌을까요?

by Starry Garden
배경을 많이 안다고 사람과 친해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독서 모임이 6개월을 넘었다. 가장 친한 친구들보다 자주 만나고, 긴 시간 이야기를 했다. 사는 이야기도 하고, 책이야기도 했다.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오른다. 이름, 직업, 나이를 가리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름이 그 사람을 규정하고, 직업이 그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며, 나이가 이야기하는 턱을 만드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날 새로운 자신을 만든다는 일로 이름을 정하고 부르며 이야기를 나눴다.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첫 모임. 서로의 배경을 가리면 무슨 말을 할까,라는 걱정이 있었다. 참 쓸데없는 마음이었다. 이름도, 직업도, 나이도, 자신이 얼마나 공부했는지도, 어디에 사는지도 모두 가렸지만, 할 이야기가 많았다. 아니, 가리고 나니 더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일까? 책에서 시작된 질문이 되어 한참을 이야기 나누기도 하고, 어떤 날은 그날 겪은 일을 가운데 두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책 친구들의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알게 되었다. 이야기 와중에 자연스럽게 나오기도 하고, 말과 말 사이에서 스며들어 나오기도 했다. 배경을 알아가서 친해졌다기보다는, 배경을 알지 못해도 서로에 대하여 알아가는 방법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깨달음은 언제나 과거를 불러낸다. 나는 어땠는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


우린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오래 머무는 사람도 있지만, 스쳐가는 사람도 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난 이력서를 살펴보듯 봤다. 나이는 얼마인지, 어디서 공부를 했는지, 직업은 무엇인지, 자격증은 가지고 있는지... 그렇게 가볍게 보고 흘려보낸다. 어떤 이들은 짧고 납작한 정보를 보고 높고 낮음을 만들고, 빠르게 사람을 평가해 버린다. 시간이 길어진다고, 많은 정보를 알 있다고, 잘 아는 일일까? 오랜 시간 알고 지냈지만, 서걱거리는 관계도 있다. 서로에 대하여 안다고 하지만, 겉만 안다. 배경이라는 정보만 알고는 잘 안다고 착각한다.


물론 우리가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알아가는 일은 힘들다. 하지만, 지금 있는 사람들 중에도 그렇게 가볍게 배경만을 알고 다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배경이 그 사람 모두를 설명하는 건 아니다. 배경이 그 사람 조각을 보여주기만 하는 일이다. 이야기를 해보고 그들의 생각을 듣다 보면 배경을 아는 일이 사람을 알아는 일과는 무관하다는 생각이 커지기만 한다.


생각을 알아가는 일은 힘들고, 시간이 꽤나 오랜 기간 드는 일이다. 거기다 조심해야 할 점들도 많아, 함부로 그들의 생각을 제단 하지 않고, 가만히 듣는 인내가 필요하다. 서로 다른 우주에 사는 외계인이고, 다른 언어를 쓰는 외국인을 알아가는 일이 쉬울 수 없다.


어렵고 힘들지만, 사람 아는 일을 하고 난 뒤에는 강한 지지대가 생긴다. 내가 한 결정을 이해하는 사람이 존재하게 된다. 나를 배경으로만 보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생각을 나눈 이들은 이해한다. 결정의 과정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책 모임을 하며 사람에 대한 이해가 높아 간다. 납작한 정보와 자그마한 배경이라는 조각이 아니라, 사람을 입체적으로 보는 법을 배우는 모임이 되었다. 참 묘하다. 책을 중간에 두고 모이자고 한 사람들과 인간의 이해를 높이는 기회를 받았으니 말이다.


오늘도 외계에서 온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때로는 외국어로 나에게 말을 건네는 이들을 만나는 순간도 있으리라. 그들의 배경은 접어두고 오직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겠다. 배경 넘어 그들의 우주를 알아가는 일이 되고, 그들이 구축한 나라를 여행하는 일이 되리라.


"어서 오세요, 심야 책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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