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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은 마음의 방이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방이 필요하다.

by Starry Garden
독서모임은 마음의 방이다.


긴 글을 쓰기가 쉽지 않다. 초 단편이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가끔 써 책 친구들과 나눈다. 쓰다 보면 긴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과 실력의 차이에 좌절하기 일쑤다. 고민은 글감으로 변하니, <긴 글을 쓰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라는 글을 썼다. 버지니아 울프는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를 말한다.


"글을 쓰려면 누구든 고정 수입, 시간 그리고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글을 쓸수록, 버지니아 울프가 남긴 문장을 자주 보게 된다. 처음에는 마음 정원에 있는 큰 돌에다 새겨두었다. 글을 쓰다 힘든 날 문장을 조금 더 깊이 파, 흔들리는 글쓰기 마음을 잡는다. 시간이 없어 글을 쓰지 못한 날에도 어김없이 문장 앞에 서서 조금 더 깊게 파 놓는다. 다시 쪼아 놓을 때마다 문장은 선명해지고, 마음에 깊게 남게 되었다.


내가 생각한 '자신만의 공간'은 오직 물리적인 공간이라 생각했다. 방해받지 않고 글 쓰는 순간을 집중할 수 있는 공간. 최근 홍승은 작가의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을 읽고는 공간에 대한 생각이 확장되었다. 물리적인 공간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들, 글을 읽어줄 사람들이 곧 공간이라 한다. 그 말에 새겨 놓은 문장 번쩍이더니, 독서모임이 떠올랐다.


독서모임에서는 참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이번 주에 있었던 일을 가볍게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떤 날을 시작부터 심각한 질문을 책에서 꺼내어 놓고 한참을 나누기도 한다. 독서모임으로 만난 인연이라 그런 걸까? 아주 가까운 친구, 가족과는 하지 않는 이야기와 질문을 한다는 사실이다.


누구에게도 가지 못한 이야기를 꺼내 놓으면 책 친구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얹어 놓는다. 관계에 따라 우리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그렇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 가족에게는 할 수 있지만, 친구에게는 할 수 없는 이야기. 친구에게는 할 수 있지만 가족에는 할 수 없는 이야기. 그러다 보면, 아무에게도 가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다. 홀로 동동 떠있는 생각.


존재하지만, 누구에게도 전할 수 없는 이야기를 받아 줄 곳이 자신만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는 독서모임이 나만의 공간이 된 듯하다. 가족이 마음 아플 것이라는 이유로 하지 못한 이야기, 친구가 불편해할 것 같아 숨겨둔 이야기를 꺼내 놓고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놓는다. 어떤 생각을 이미 책 친구가 오래도록 고민해 온 질문이기도 하고, 책 친구가 던진 질문에 내가 깊게 생각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책친구들의 생각과 자리를 잡지 못한 생각이 있는 독서모임. 독서모임 뒤에는 늘 내가 알지 못한 마음을 보게 되어 글감을 얻게 되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글의 시작이 된다. 공간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선 정서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버지니아 울프가 남긴 문장을 더 깊게 한다.


우연한 기회로 얻은 글쓰기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내 생각, 내 마음, 내 경험을 그려놓고 있다.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쓰는 건 일기에다 하는 일이지만, 지금 발행을 하면 꾸준히 와주시는 분들이 있다. 특히 댓글이 내가 알 수 없는 부분을 보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글감을 얻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내가 어떤 글을 쓰더라도 읽어주시고 응원을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에 용기를 내어 글을 쓰고, 주저하던 발행 버튼을 과감하게 누르는 힘이 된다.


독서모임도, 글 쓰는 이 공간도 참 소중하다. 내 마음의 공간으로 긴 글을 쓰고,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닿았다. 마음의 방. 버지니아 울프가 한 말을 조금은 바꿔 볼까?


"글을 쓰려면 누구든 고정 수입, 시간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들이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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