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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Aug 03. 2023

독자가 하는 아주 무서운 말은 무엇일까?

"이번주 초단편 안 나오나요?"

독자가 하는 아주 무서운 말은 무엇일까?


  소설을 쓴다. 매주 쓰고 있다. 공개를 하고 싶은 마음도 한 조각 있지만, 아직 두려워 꺼내지 못하고 있다. 쓰는 사람의 숙명일까? 공개하고 싶은 마음과 그렇지 않은 마음이 무척 자주 싸운다. 타협을 했다. 책친구들에게만 보여드리고 있다. 시작할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했다. 에세이에서 답답했던 마음을 자유롭게 풀 수 있는 새로운 운동장을 만나 즐거웠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일은 참 힘들다. 수요일 오전에 소설을 업로드하고, 목요일 독서모임에서 가볍게 이야기 나눈다. 바쁜 일이 생겨 글을 올리지 못했다. 불편한 마음을 합리화라는 녀석이 와서 다독인다. 그들도 바쁘니 읽지 못하지도 않을까? 시간이 흘러 독서모임 시간이 다가왔다.


  "이번주 초단편 안 나오나요?"


  마음이 섬뜩했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내일 오후에 올리겠다고 했다. 아직 퇴고를 하지 못한 글이라 부끄러워 올리지 못했다는 말도 지저분하게 붙여 변명했다. 책친구가 나에게 치명타를 날렸다.


  "저 매주 기다려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말이에요."


  독자가 하는 아주 무서운 말은 무엇일까? 악플일까? 


  "종이를 아깝게 하는 글이다.", "글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글이다.", "네가 무슨 작가냐.", "전파 낭비 그만해라.".... 이 말들은 사실 잠깐 내 마음을 치고 가는 글이다. 그들은 지나가는 돌을 보고 하듯 아무런 생각 없이 하는 이야기라는 믿고 넘어간다. 세상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반드시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아니, 넘어갈 수 있다. 


  책 친구가 하는 말이 정말 무서웠다. 악플보다 무서운 말. 기다린다는 말, 어떤 이야기가 나올 길 기대한다는 말. 난 바쁘다는 핑계로 그들의 마음을 저버린 것은 아닐까? 인디 음악, 소규모 연극을 하는 어떤 분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저는 관객이 한 명이 오시더라도 공연을 합니다."


  처음이 말을 들었을 때, 고개를 갸웃했다. 한 명이 오는 공연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생각을 더듬다 말았다. 이제 조금이지만 깨닫게 되었다. 한 명이라도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다른 무엇보다 무섭게 다가왔다. 한 명이라도 내 글을 읽는 다면, 나아가 내 글을 기다린다면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초단편 소설을 퇴고하고 업로드했다. 읽어주시는 분이 있어 행복하다. 그들의 무서운 말이 다시 나오지 않게 난 오늘도 부지런히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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