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은 매일 다른 모양이다. 일주일 동안 마음도 몸도 바쁜 날들도 채워져 읽지 못한 날에는 독서에 큰 점이 찍혀 책을 읽기도 한다. 어떤 날에는 책에서 느낀 바를 나누고 싶어 책 이야기를 한참을 한다. 책에 점이 찍히는 날이다.
책이 우리를 모으게 했지만, 가끔은 독서는 희미해지고, 모임에만 큰 점이 남는 경우도 있다. 오늘이 그날이었다. 이야기 시작은 꼬리에 꼬리를 물더니, 온갖 생각을 내놓는 기회가 되었다. 이야기가 이어가다, 모임장인 동생은 시간을 보며 의연한 표정으로 한 마디 했다.
"오늘은 이야기만 하시죠!"
모두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멈췄던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2 시간 동안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생각하는 대로 적으니, 주제도 다양했고, 무게도 참 다양했다.
인플루언서 그들은 공인인가 아닌가?
- 그들에게 어느 정도의 도덕 기준을 정해야 하는가?
- 사죄하고 6개월 뒤 등장하는 그들.
의도가 중요할까? 결과가 중요할까?
- 선한 의도 그렇지 못한 결과
친구가 주는 관계의 불편함
가족은 우리에게 상처를 얼마나 줄까?
우리는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까?
우리의 지금의 결정에는 환경이 클까? 유전요인이 클까?
오랜 기간 만들어진 관계의 시작은 어디일까?
우리는 타인의 슬픔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인생에는 정답이 있는 것일까?
한참 이야기를 하고 난 뒤, 불편한 관계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 떠오르는 프로그램 하나.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다. 끊임없이 이야기는 나오고, 이야기의 방향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프로그램이다. 우리가 딱 그 속에 와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모두가 동의를 하며 지나간 이야기도 있었다.
이야기는 내 마음에 오래도록 머물다 나온 것도 있고, 번쩍이는 생각이 내어 놓는 스토리도 있었다. 오래도록 고민하고 글을 썼다 지웠다 한 '인플루언서가 공인인가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의도가 중요할까 결과가 중요할까에서는 아무리 내가 선한 의도를 가졌더라도, 결과가 좋지 못하면 비난을 받는 일에 대한 경험이 지금 내 생각의 바닥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결국 타인의 슬픔을 온전히 알기란 어렵다. 내가 그 사람이 아니기에, 우린 노력은 하지만, 결국 내 가 느끼는 슬픔을 온전히 알기란 불가능하다는 결과에 도달했다.
이야기는 2시간이 넘어 30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어졌다. 다음 주를 기약하며 우리는 자리를 정리했다. 책은 한 장도 읽지 못하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치도 하지 못했다. 정리고 끝나고 나니,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함께 이야기하며 자신이 잘 보지 못한 페이지를 보는 기회가 되었고,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적힌 책을 일게 되었다. 독서모임에 독서가 없는 모임이 아니었고, 서가에 있는 나라는 책과 책 친구들의 책을 읽는 기회가 되었다. 가끔은 독서 모임에서 독서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사람이라는 책을 읽는다.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는 건, 바로 책을 읽는 일과 흡사하다. 독서를 저자와의 대화라고 하니, 조금 바꿔 보면,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건 독서의 연장선상이 아닐까? 책을 읽지 못한 오늘을 합리화하는 건 아닐까 싶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하며 독서모임을 닫는다. 다음 독서모임에는 어디에 점이 찍힐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