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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

살아 숨 쉬는 책.

by Starry Garden
책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


책은 가만히 있는 물체일까? 종이에 잉크로 글씨를 박아 넣은 물건에 불과할까? 독서모임 덕분에 참 다양한 책을 만나고 있다. 예전에 읽던 책을 다시 만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생각이 하나 있다.


"책에는 생명이 있다."


나이를 타는 책이 있기도 하고, 시대를 타는 책이 있기도 하다. 운명이라는 거창한 단어 말고, 소소한 우연으로 만난 책들이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나면 참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느낌을 강화하는 버릇 덕분이라 생각한다. 두 가지 버릇이 있다. 하나는 읽기 시작한 날짜와 끝난 날짜를 적는 일, 읽으며 떠오른 생각을 책에 적어두는 일. 날짜는 책이 나를 만나 탄생한 날이 되고, 적어둔 생각은 내 삶 한 조각을 품고 있다.


우린 변화한다. 다만, 느끼지 못하는 일이 잦다. 가끔 급격한 변화가 있지만, 삶의 대부분은 평범한 삶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기록해 두며 시간이 흐른 뒤에 비로소 변화를 볼 수 있다. 내 삶 한 조각을 담고 있는 책을 시간이 흐른 뒤 만난 나는 내가 아니다. 뾰족하던 글씨와 내용에 놀란다. 저자를 공격하고 빈틈을 찾아낸 일에 기뻐하고 있고,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단단한 성을 쌓았다고 안심하고 있던 내가 보인다.


변화한 나는 뾰족한 글 끝을 갈아내 둥글게 만든다. 생각은 부드러워지고, 다시 적어둔 몇 자는 책에 또 다른 나를 담아낸다. 이제는 독서모임으로 책 친구들의 생각이, 그들의 삶 한 조각이 더해진다. 보지 못했던 부분이 더해지니, 책도 나도 몇 가지 색이 더해져 묘한 색을 보인다. 최근에도 살아있는 책이 서로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일이 있다.


책친구가 이번 독서모임에 가져온 지정도서 후보로 가져온 책은 <유령의 마음으로>이다. 몇 년 전 책 친구는 무척 실망했다고 한다. 팬이 많은 책이라 더 실망한 모양이다. 책 친구가 책에 남겨둔 순간에는 낙담이 가득했다. 다시 도전하고 싶었고 한다. 시간이 흐른 나는 이 책에 어떤 마음을 가질지, 그리고 책 친구들은 어떤 마음으로 다가올지 궁금하기도 했다고 한다.


최근에 독서모임에서 읽은 <사서함 110호 우편물>도 떠올랐다. 독서모임에는 두 가지 나이 대가 있다. 20대, 30대. 20대에 이 책을 읽은 분이 계셨다. 읽고는 바로 중고책으로 팔았다고 했다. 읽는 내내 힘들었다는 말도 붙이셨다. 등장인물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내가 읽은 그들의 이야기에 난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30대의 불안한 마음과 사랑이 그려져 있다고 생각했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거기엔 내 삶 한 조각을 더해놓았다. 시간이 흐른 뒤 이 책을 다시 만날 때 난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책은 단순히 잉크를 머금고 있는 종이가 아니다. 책은 사람을 만나 서로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다. 우리가 가진 생각을 받아내고 살아낸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난 책은 완전히 다른 나를 보여주며 기다린다.


책에 적어둔 날짜는 그들과 내가 만나 태어난 날짜이고, 적어둔 몇 가지 생각은 그 순간 내 삶을 품는다. 두 가지가 모여 책을 살아나게 한다.


살아 숨 쉬는 책.


책은 살아 움직인다. 지난 내가 읽어둔 흔적을 보며, 변화하는 그가 말을 건네는 듯하고, 나이대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르게 와 머물다 간다. 어떤 책은 오래도록 마음에 머문다. 머물고 있는 책을 다시 꺼내 읽어 만난 책은 그전과 다른 마음을 전달하고 더 이상 내 마음을 울리지 못하고 떠나기도 하고, 어떤 책은 더 강하게 남아 삶을 지탱하는 책이 되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을 내며 책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생각을 나눌 수 도 있다. 책을 살아 숨 쉬며 나를 기다린다. 그렇게 내 삶에 깊숙이 들어온 책은 다른 사람에게 소개한다. 그들이 거절하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 그들 마음에 자리 잡기도 한다. 각자가 느낀 책이라는 녀석의 이미지를 나누기도 하고, 미쳐 보지 못한 부분을 서로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독서모임 덕분에 내게 머문 책들은 더 진한 빛을 내고 있다. 책에 생기를 불어넣는 이를 더해보려고 한다. 바로 독서모임.


책은 살아있다. 살아 숨 쉬며 나에게 머물다 떠나길 반복한다.



한 줄 요약: 책은 살아 있다.


덧붙임

책을 읽으며 가진 버릇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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