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온몸을 끈적하게 덮지 않게.
걱정하되 불안하지 말자.
친구를 만났다. 몇 번의 약속을 미뤘다 고치길 반복하다 만났다. 더운 햇살을 피해 카페로 후다닥 들어갔다. 서로의 일상을 나눴다. 요즘 건강은 어떤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자전거는 타고 있는지. 평범한 일상으로 서로의 생활을 흐릿하게 그리고 난 뒤 진짜 고민이 나온다.
내가 먼저 말을 했다. 글을 쓰는 일이 참 좋지만, 이제는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고. 돌아가고 나서도 글을 쓰고, 생각을 차분히 정리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천천히 단어를 꾹꾹 누르며 한 말. 친구들에게는 처음 건넨 말이 그에게 부담이 될까 걱정을 하며 말을 끝냈다.
시원한 음료가 내는 땀이 식어가고 얼음마저 이제는 흔적조차 남지 않은 음료를 털어 넣은 친구는 괜찮다며 나를 위로했다. 어떤 이유로 논리적인 근거도 없이. 넌 잘하리라 믿는다고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길을 찾아 대처하리라고 응원한다. 또, 잘 안 되는 일이 무엇이겠냐고 한다. 자신의 경험과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를 건네며 내 불안을 토닥여줬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가족 이야기. 자신의 의지로 얻어진 관계는 아니지만, 강하게 연결된 고리에 대한 이야기다. 천륜이라는 무겁고, 무섭기까지 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꺼내놓는다. 답이 없는 이야기. 답이 있다 하더라도, 견뎌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 이야기가 한참을 내 귀에 맴돌았다. 어떤 말을 할 수 없이, 그저 듣는 것으로 그를 위로했다.
위로가 될지 아닐지 모르는 시간이 한참 흘렀다. 서로 누군가에게도 말하지 못한 생각. 마음에 짐을 잠시 내려놓는 것으로 휴식이 되었을까? 다시 짐을 짊어지니, 말하기 전과는 다르게 조금은 가벼워진 느낌이다. 짐은 그대로이지만, 내려 놓는 짧은 시간 덕분은 아닐까? 그와 이야기를 끝내고 서로 자리에서 일어나 언제 또 보냐는 말을 했다. 곧 친구들 모임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끝냈다.
아쉬웠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서 힘을 주고 싶었다. 단어를 고르고 골라 문장을 만들다 지우길 반복했다. 돌아서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건냈다.
"걱정하되 불안하지는 말자."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는 고맙다며 컵을 치우고는 간다. 안심이 안되어 마음을 태우는 걱정을 안 할 수는 없다. 걱정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일이 되기도 하고, 내가 나아갈 방향을 잡아주기도 한다. 하지만, 걱정으로 마음이 거의 다 타버릴 지경이 되면, 불안이 찾아온다. 마음의 분위기가 술렁거리다 곧 뒤숭숭해진다. 마음도 편해지지 않으니 몸도 편안하지 않다. 곧이어 공포가 찾아든다.
걱정을 통해 대비를 하지만, 불안으로 마음을 끈적하게 덮어 잠식되지는 말자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에게 위로가 되는 말이었을까? 말장난 같은 그 문장이 그에게 남아 짐을 조금은 가볍게 하는 일이 되었을까? 질문은 접어둔다. 곧 있을 모임에 그의 얼굴을 잘 살펴봐야겠다. 불안으로 잠식되지 않았는지, 가만히 지켜볼 뿐이다.
나에게도 해줘야겠다. 걱정하되 불안하지는 말자. 되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