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롭다는 건 좋지 못할 수 있어."

아는 형 가라사대.

by Starry Garden
한가롭다는 건 좋지 못할 수 있어.


가끔 동경하는 장면이 있다. 평일 낮. 집에서 가까운 공원을 가벼운 옷차림으로 걷는다. 바람은 기분 좋게 불어 등을 밀어주고, 햇살은 따스하게 비춘다. 공원 가운데에는 호수가 있다. 늘 앉던 밴치에 잠시 머물러 호수를 지긋이 바라본다. 공원 끝에는 매일 가는 카페가 있다. 싱싱한 야채, 고소한 햄이 적절한 비율로 물고 있는 빵을 하나 들고, 친절한 사장과 몇 마디 나누고는 자리에 앉는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는 안온한 집으로 다시 돌아간다.


상상하는 장면 전체를 한 단어로 줄이면, '한가롭다'라고 할 수 있겠다. 여유만 있다면, 한갓진 삶을 동경하고 있다. 쫓기지 않고, 여유롭고, 하고 싶은 일을 적당히 하는 삶. 이런 마음을 들켰다. 바로 아는 형 K. 티를 내지 않았고, 비슷한 생각을 비춘 적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K는 콕 찌르는 말로 대화 중간을 갈라놓았다.


"한가롭다는 건 좋지 못할 수 있어."


오늘과 내일이 달라야 하고, 지금과 다음 해가 달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고, 흔적은 쌓인다. 노력과 한가로움은 함께 서있을 수 없다. 발전이라는 말이 아니라, 다른 내가 되기 위해서는 한가로움 따위가 있을 틈이 없다고 꾹 눌러 강조하며 말을 이어간다.


K가 놓아둔 말을 듣고 떠오른 문장이 있다.


"지금 네가 편하다면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일상이 힘들다면, 너는 오르막을 오르고 있다. 그 꼭대기에는 네가 보지 못한 모습을 볼 테고, 더 올라갈 길이 보일 것이다."


김성근 감독님은 여전히 펑고를 치며 최강 몬스터즈를 이끌고 계신다. 리어왕의 주인공인 이순재 선생님은 연기로 자신을 증명해내고 계신다. 사회 곳곳에서 한가로움을 멀리하며, 달리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 동경하던 한가로움을 한껏 밀어둔다.


K의 말을 듣고 번쩍 정신을 차리고 일상을 돌아본다. 매일을 기록하고, 틈을 메우려고 노력한다. K의 말은 가시처럼 날 불편케 한다. 불편하다는 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고, 내게는 전과 다른 내가 된다는 궤적이 된다.


글을 쓰기 전에는 내가 변화했는지, 어떤 식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몰랐다. 많은 분들이 모여 읽을 줄 몰랐던 글을 쓰고 발행하며,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일기를 쓰게 되면 알게 된다. 나는 시시각각 다르고, 글을 시작한 때와 지금의 내가 얼마나 변했는지.


글을 쓰고 기록한다는 건, 본능적으로 메타인지를 사용하는 덕분은 아닐까? 나를 제삼자의 입장이 된 것처럼 본다. 그럼 필연적으로 고치고 싶은 부분이 생기고, 때에 따라 후회를 하기도 한다. 소를 잃었지만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다. 그렇게 고치고 나면, 다음번에 들여놓는 소는 잃어버리지 않을 테니 말이다.


쉬어볼까 하다, K의 말이 귀에 들린다. 글감을 뒤적거리며 몇 줄이라도 써둔다. 오늘도 바쁘다. 하루가 짧다. K가 말한 한가로운 상태는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