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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Starry Garden Nov 06. 2023

책이 주는 불편함에 대하여.

내면의 확장이 일어나는 과정은 아닐까요?

책이 주는 불편함에 대하여.

불편한 책이 있다. 두 종류가 있다. 까다로운 문장과 어려운 단어가 촘촘히 박혀있는 책, 내용 자체가 불편한 마음으로 가득 차 얼굴로 쏟아져 나오는 책. 앞서 말한 책은 내 문제인가 싶어 얽혀 있는 매듭을 풀며 읽지만, 뒤편에 있는 책은 선택도 하지 않고, 읽다가도 멈추기 일쑤다.

독서모임가 좋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손을 대지도 않을 책들을 만날 수 있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다. 내용을 짧게 잘라 붙여 놓아 볼까? 어느 날 아침. 한 남자가 불편하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잠자리의 불편함에 잠시 멍하니 있다 자신을 내려다보니, 벌레가 되었다. 그것도 단단한 몸을 가지고 다리가 여러 개인 벌레. 크기는 사람만 한.

여기까지만 듣고 '윽' 했다. 책 친구들은 당장 멈춰달라고 사정했다. 여러 다리로 의자릴 딛고 서있는 모습이 떠올랐고, 다다닥 거리며 바닥과 부딪치는 소리가 귀에 쟁쟁하게 들린다. 책친구에게 불쾌한 부분을 덜어내고 말해달라는 요청에 잠시 고민하더니, 말을 이어간다.

벌레가 된 주인공은 영업직이라고 한다. 살림을 책임지는 그가 벌레가 되어버리니, 집의 경제 사정은 암담해졌다. 벌레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영업을 나가려고 하고, 벌레가 된 자신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 번번이 실패. 이제는 가족들 마저, 그를 거부한다. 마지막은 비참하다.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맞은 상처가 악화되더니, 죽는다. 아직 끝이 아니다. 가족도 아닌 이가 벌레를 쓰레기처럼 버린다.

소수자들이 떠올랐다. 어떤 나라, 어떤 시대에 가더라도 숫자가 적은 이들은 존재한다. 이들은 가끔 아니, 자주 핍박받는다. 그들은 세상에서 버려질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쉽게 버려진다. 그뿐만 아니다. 그들이 세상을 등지고 다른 세상으로 갔을 때,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아니 기억을 지우려 노력한다. 다른 의미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러한 마음이 온통 부유했다.

불편한 책이 주는 의미가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 보니, 아마 생각지도 못한 곳을 여행하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상상해 보자. 내 손에는 작은 단검이 있고, 내 앞에는 거대한 빽빽한 나무들이 가득한 숲이 있다. 습한 기운이 얼굴로 훅 끼쳐오고, 거대한 몸에서 나오는 불쾌한 울음소리가 귀를 때린다. 갈 이유가 없다. 내 의지로는.

책 친구가 밀림에 길이 있다 알려준다. 불편하지만 길이 있다고 한다. 안내에 따라간다. 나를 막고 있다고 생각한 뿌리와 나무를 찬찬히 살펴보니, 조그마한 길이 있다. 내가 처음 가보는 어색하긴 길이지만, 있긴 하다. 얼굴을 치는 나뭇가지는 작은 검으로 잘라낸다. 얼마를 걸었을까? 한참 걷고 나니, 나무가 없는 움푹 파인 장소가 보인다. 거기에는 의자도 있고, 몸을 따스하게 해주는 모닥불도 있다.

불편한 책은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을 짚어준다. 불편하다. 외면한 장면일 수도 있고, 정말 알지도 못한 순간일 수도 있다. 만나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내 머리에는 알고리즘이 비어있다. 물론 생각도 없다. 나만의 생각을 만들고 근거를 찾아야 한다. 뇌를 사용해야 하고, 눈은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 우리도 그렇지만, 뇌도 힘든 일은 피하기 마련이다. 불편하다. 피하고 싶다. 하지만, 피하다 보면 내가 사는 공간만 좁게 있으리라. 불편한 책은 내가 자기 못한 장면을 열어주는 일이다. 그러기에, 불편하다.

불편함을 극복하고, 열어젖힌 그곳에는 새로운 세계가 있다.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지는 기회가 된다. 혼자라면 전혀 갈 수 없을 공간을 가기 위해 책. 그 책을 선택하고 설명해 주는 책 친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불편한 책을 안내한 독서모임은 새로운 세계로 불편한 세계로 가본다. 도착한 곳에 바쁘게 움직여 나만의 생각을 만들어 둔다.

서점에서 내가 가지 않은 길로 걸어가 본다. 생각 없이 책을 담는다. 오늘도 생각보다 묵직한 거 보니, 꽤 큰 지출이 일어날 모양이다. 불편한 책으로 생각을 넓히는 기회라 변명하고, 중국 북송 문장가이자, 시인인 왕안석이 한 말을 되뇌며 위로해야겠다.

"책을 사느라 들인 돈은 결코 손해가 아니다. 오히려 훗날에 만 배의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