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ry Garden Nov 20. 2023

후루룩후루룩 국수템을 아시나요?

허기를 채워주는 국수템

후루룩후루룩 국수템을 아시나요?


  독서모임 나이대가 모두 다르다. 20대 초반, 20대 중반, 30대 초반, 30대 중반. 나이가 다르니, 나누는 이야기가 참 다채롭다. 한국이라는 공간에 비슷한 도구를 쓰지만 받아들이는 정보가 참 다르다. 다른 마음을 담고 있는 이들이 만나 나누는 이야기에는 서로 생경함을 느끼곤 한다. 좋다. 내 생각을 넓히는 기회가 된다. 이번에도 왔다.


  심야책방이 열리고, 간단한 아이스브래이킹을 하며, 참고 있던 책 이야기를 쏟아낸다.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생각을 늘어놓는 일도 재미있고, 자신의 책을 영업하는 맛이 있는 시간이다. 이번에 주목받은 책은 <러브 몬스터>다. 


  두꺼운 책을 한 문장으로 하면? "기괴한 사랑 이야기." 책을 가져온 책 친구는 조금 더 긴 문장으로 뽑아 설명을 보충한다. 서스펜스답게 시작은 어머니의 실종이다. 어머니를 찾기 위해 행적을 되짚어간다. 도착한 곳은 수영장이다. 그녀를 따라간 길에는 불륜, 살인, 납치, 사이비종교 범죄가 가득하다. 기괴한 이야기는 다른 문장이 된다. "사랑 앞에선 그 누구도 제정신일 수 없다고."


  흥미진진하다. 책 친구 동생에게 추천을 받았다고 한다. 책을 느긋하게 읽는 동생이 앉은자리에서 후다닥 다 읽은 책이고, 자신도 그러했다고 우리에게 영업을 시작했다. 자신의 마음을 하나의 단어로 꽉 눌러 표현하니, 감탄했다. 


  "이 책은 국수템입니다."


  고개를 갸웃하고 있으니, 20대 책친구들이 빵 터진다. 난 환하게 웃으며, 뜻을 맞혀 보겠다고 잠시 시간을 달라고 했다. 30초. 겨우 내어 놓은 답은? 국수처럼 맛있는 책?이라는 어줍지 않은 문장이었다. 내 답을 평가하는 이들은 눈빛을 교환하더니, 얼추 비슷하다며 연신 '오~'를 외친다. 


  농락당하고 있다 하던 차에 답을 알려달라고 하니. 돌아온다.


  "후루룩후루룩 국수를 먹 듯 잘 읽히는 책이라는 뜻입니다."


  속으로 '아!'라는 탄성이 나왔다. 국수와 아이템의 합성어에 의성어가 더해지니, 이해가 확 되었다. 내게도 떠오르는 책이 몇 권 훅 지나간다. 최근에 나에게도 후루룩 국수템 같은 책이 있다. 


  요즘 난 열심히 걷고 있다. 희망이 와 산책을 하고, 조금 모자라다 싶으면 혼자 다시 걷는다. 따로 운동을 하기에는 목에도 어깨에도 자꾸 문제가 생기니 걷는다. 이때 만난 책이 <걷는 사람 하정우>. 내 마음에 와닿으니, 정말 국수템처럼 후루룩 읽게 되는 책이다. 


  적절한 사진과 간결한 문장. 걷는 동안 떠오른 생각이 정제되어 있는 책이다. 거기다, 내가 걷고 있으니 그의 마음이 이해가 되고,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되는 덕분이기도 하다. 독서가 저자와의 대화라고 하는데, 이번 독서는 저자와의 산책 정도라고 할까? 앉은자리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후루룩 읽어내려간다. 


  책이 좋은 이유는 참 여럿이다. 내가 빠져있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 주기도 하고,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을 짚어지기도 한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은 나 혼자가 아니라고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한다. 내 삶과 맞닿는 부분이 커질수록 책은 배고픈 나에게 꼭 필요한 국수처럼 후루룩 넘어간다. 국수템이 허기진 마음을 모두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도, 주린 배에서 허우적거리는 나를 구출하는 건 분명하다. 


  국수템인 <걷는 사람, 하정우>를 다 읽었다. 나만의 서가를 위에서부터 차근차근 내려 살펴본다. 무엇을 읽어볼까? 지금 내 삶에 맞닿아 마음의 허기짐을 채워줄 국수템은 무엇일까? 신중하게 골라 본다. 많다. 여기가 국수 맛집인가 싶다. 책을 고르고 책 친구들에게 알려줘야겠다. 오늘의 국수템을. 독서모임은 국수템이 가득한 맛집인가 보다. 


오늘의 국수템은?


매거진의 이전글 책이 주는 불편함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