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향일기

손짓 하나가 주는 행복에 대하여.

돕다 보면 즐겁습니다.

by Starry Garden
손짓 하나가 주는 행복에 대하여.


지방에서 직장을 다닌다. 한 동안 가족과 함께 살다 나오니 좋은 점도 아쉬운 점도 공존한다. 가장 섭섭한 건, 바로 어머니와 함께 시장을 못 가는 것. 주말에 겨우 시간을 맞춰 갈 수 있는데, 최근에는 쉬는 날 어머니는 봉사활동을 하시니 시간이 자주 어긋난다.


간절히 바라면 기회는 생기기 마련이다. 어머니께서 시장 가자는 말에 신난 어린아이처럼 굴었다. 한 살 더 먹었지만, 철없게 웃었다. 언제까지나 어머니 앞에서는 난, 아이가 되는 모양이다. 그리 나쁘지 않다. 어리광을 부리며, 간식으로 무엇을 먹을까 생각하고는 나섰다.


장날은 아니지만, 북적이는 시장인 탓에 주차장 찾기가 여의치 않았다. 조금 걸어야 하는 주차장으로 가니 겨우 한 자리가 났다. 좁은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기 전, 어머니께 내리라고 말씀드렸다. 삑삑 거리는 소리에 조심하며 주차를 하고 고개를 들었다.


"저쪽 저쪽"


어머니는 입을 크게 벌리시며 손짓하신다. 이제 막 들어오는 차를 향해있다. 손 끝을 따라가니, 큰 차 사이에 빈 주차자리다. 입구에서는 보이지 않으니, 어머니가 안내하신 모양이다. 어머니의 신호를 받은 차는 비상등을 켜고는 재빠르게 후진 주차를 한다. 흐릿하지만, 차장 넘어 앉아 있는 운전자는 활짝 웃으시며 손을 흔든다. 끝이 아니다. 어머니는 큰 따봉을 날리신다. 내게 얼른 오라고 손짓하신다.


다 알지만, 무엇을 하셨는지 여쭤봤다.


"자리 안내 했지. 큰 차 때문에 못 볼 수 있으니까." 이유가 이어진다. 멀리 돌아가면, 오고 갈 때도 힘드니, 안내를 했다고 하신다. 마지막 말씀이 마음에 콕하고 들어왔다.


그림 1.png


"누굴 돕는다는 건 행복한 일이야."


손짓 하나로 도움을 받는 이도, 도움을 주는 이도 모두 즐겁다는 말씀. 요즘 누굴 도울 여유가 있나 싶다. 아니 돕는다는 건 여유가 있는 이들이 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하루하루를 견뎌내니 나도 나를 돕지 못하는 처지 같다. 그럼에도 도와야 한다. 시작은 거창할 필요도 없다.


손가락 하나로 가능하다. 엘리베이터를 타러 오는 이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만으로 난 누군가를 도울 수 있고, 어머니처럼 손짓 하나로 주차자리를 안내할 수도 있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내게 쓸 시간도 없다는 핑계로 모두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도움이라는 일을 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싶다.


어머니가 쥐고 있던 장바구니를 대신 들고는 간다. 행동으로 가르치시는 어머니에게 감사하며, 아직도 당신이 필요하다며 어리광을 부려본다. 아! 간식이 생각났다.


"오늘 일당은 붕어빵이에요. 꼭 사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