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일이 사실 몇 없어요.
한 만큼 나오는 러닝.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 기록을 보니, 2024년 11월 24일. 3 개월째다. 시작은 건강 때문이었다. 먹는 행복을 주체할 수 없었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 활동은 줄어들고 먹는 양은 늘어나니 결론은 하나다. 체중이 늘어났다. 삶은 개구리 증후군이 떠올랐다.
1,872년 과학자 하인즈만이 실험을 했다. 21℃인 물을 천천히 온도를 올렸다. 결국 개구리는 튀어 나오 못하고 죽었다. 실험은 자체로도 흥미롭다. 작은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생리적 특성을 보여줬다. 이후 많은 분야에서 실험의 결과를 이용해 비유에 썼다.
"천천히 변하는 환경에 반응하지 못하면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큰 일을 당한다."
개구리처럼 몰랐다. 건강 검진에서는 간 수치가 높았고, 체중, 내장지방은 이미 표준을 넘어섰다고 했다. 덜컥 겁이 났다. 깨어나 온도가 올라가는 물에서 빠져나와야만 했다. 숨이 차고, 땀이 흐르며, 체중을 뺄 수 있는 격렬한 운동. 그래서 시작한 게 달리기다.
신발, 옷, 그리고 시간만 있으면 언제든 혼자도 시작할 수 있는 운동. 거기다 지겨운 일도 잘하는 나에게는 이보다 좋은 운동은 없다 생각했다. 시작했다. 처음에는 5 km. 숨이 턱까지 찼다. 생각은 지워졌고, 내 귀에는 오직 숨소리 밖에 없었다.
하루 쉬고, 하루 러닝하고를 반복했다. 숨은 더디게 찼고, 거리는 점차 늘어났다. 어느새 5 km를 매일 뛸 수 있는 체력을 가졌다. 계속했다. 시간이 흐르니 자신감이 붙었다. 10 km도 가능할 것 같았다. 뛰었다.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했다. 해냈다는 성취감이 날 더 달리게 했다. 주말에는 10 km를 뛰고, 평일에는 5 km를 뛰었다.
거리를 고정하니 시간이 줄었다. 속도는 야금야금 빨라졌다. 운동 효과는? 체중이 작지만 줄어들었다. 아직 표준 까지는 멀었지만, 내장 지방은 표준에 가까워졌다. 지난 기록을 보며,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하는 만큼 는다."
세상에 하는 만큼 성과가 보이는 일이 많을까? 그런 일은 사실 몇 없다. 운칠기삼. 통제할 수 없는 운이라는 요소가 70%, 사람이 운용할 수 있는 일이 30%라는 말이 많은 사람들 입에 회자되는 이유가 있다. 수정하고 싶기도 하다. 운구기일 정도?
달리기는 다르다. 한 만큼 는다. 정말이다. 계속하니, 내가 의도하지도 않았지만 시간은 줄어든다. 물론 달리기로 기록을 세우기 위한 선수가 아니니 한계는 있을 테다. 그럼에도 노력을 한 만큼 변화하는 일이 있음에 감사하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에 매달려 끙끙거리기보다는 뛰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신체 건강이 아니라 정신 건강에 더 이롭다는 생각마저 든다.
생각은 번진다. 내가 하는 일이 잘못될 때마다 뛰고 싶다. 내가 한 일이, 내가 한 노력이 헛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긴 연휴 끝에 친구와 함께 뛰었다. 한참을 쉬었더니, 알겠다. 내가 안 하면 안 한 만큼 조금 후퇴한다는 사실도.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가 쌓이는 내 모습을 보며.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