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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시간은 많았지만, 나는 왜 아무것도 못했을까?

일상이 주는 힘.

by Starry Garden
"시간은 많았지만, 나는 왜 아무것도 못했을까?"


긴 연휴가 끝났다. 허망했다. 왜? 시간을 돌려보자. 쉬는 날이 줄줄이 이어져있던 첫날로. 지방에서 근무한다. 연휴로 지내던 숙소를 길게 비우니 정리할 게 많았다. 쉬는 날에 무엇을 할지 고민했다. 평소에 읽지 못했던 두꺼운 책에 도전하고, 글쓰기를 해서 세이브 원고를 만들려고 했다. 또, 준비하고 있는 자격증이 있어 공부까지 첨가하려고 가방을 책으로 가득 채웠다.


최근에 시작한 책 추천 영상도 찍으려고 휴대폰 거치대도 챙기고, 필요한 파일과 프로그램까지 알뜰하게 챙겼다. 아참, 러닝도 하려고 옷도 신발도 차에 실었다. 그러고 보니, 집이 통째로 이동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과한가 싶었지만, 긴 연휴니 이 정도는 해야지 하며 점검했다.


많은 시간은 우선 자는 시간도 일어나는 시간도 일그러뜨렸다. 평소보다 늦게 자고,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아침이 늦어지니, 일어나면 별 활동도 못하고 밥부터 먹는다. 그래도 시간이 많다. 서둘지 말자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비스듬하게 누워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고, OTT 서비스를 헤엄친다.


움직인다. 점심시간을 조금 넘어선 시점이다. 밥 먹고 다시 시작해 보자는 마음으로 주저앉아 있게 된다. 설날에는 고소한 튀김도 있고, 푸릇푸릇한 나물 비빔밥도 있으니 칼로리가 터져나가듯 먹게된다. 배를 채우고 나면 나른해진다. 거기다, 많이 먹으면 내장 기관들이 일을 해야 하니 다른 기관은 쉬라고 하는 듯 가만히 있기를 바란다.


다시 시간이 흐른다. 저녁이 되면 쉬이 잠들지 못한다. 오늘 하지 않는 일들에 대한 부채감도 남아있기 때문일까? 일어나서 조금이라도 하면 되지만, 누워서 유튜브만 본다. 그렇게 늦은 잠을 잔다. 다시 일어난다. 구겨진 늦은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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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얼마나 읽었을까? 연휴 전 반쯤 읽었던 400 페이지 책은 결국 완독 하지 못했다. 글은 적지 못했고, 의도하지 않게 연휴 기간 동안 업로드를 쉬었다. 시간이 많다고 해서 책을 읽는 것도, 미뤄둔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일상이 주는 힘이 있다. 평소와 다를 일 없이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고, 비슷한 시간에 같은 일을 반복하는 힘. 작고, 하찮아 보이는 힘이 모여 앞으로 나간다는 사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을 살펴보자. 시간도 돈도 모두 부족하다. 모자란 부분이 충분해진다고 달라질까? 아니다. 전혀 아니다. 많다는 이유로 헤프게 쓰거나, 풍족하는 이유로 계획 없이 살 확률이 높다.


주어진 환경을 급격하게 바꾸는 일은 어렵다. 때로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다른 이의 변화를 보며, 나에게 왜 저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한탄할 수 있다. 두 가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정말로 내가 본 타인이 단박에 바뀌었는지. 다른 하나는 그렇게 주어진다고 해서 내가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나인지.


타인도 조금씩 변하는 일상의 힘으로 거기까지 간 건 아닐까? 운이라는 녀석이 올 때까지 계속 헛발질을 하며 일상을 보내고, 무언가를 쌓아가는 건 아닐까 싶다. 그렇게 기회가 왔을 때, 내게 부족한 점을 가득 채우는 일이 왔을 때, 내 일상이 견고하지 못하면 무너진다.


긴 연휴가 끝났다. 일상이 시작된다. 변명이 길었다. 다시 시간 틈을 쪼개 글을 쓰고, 영상을 편집하며, 책을 읽어본다. 더 강고한 일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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