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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Dec 13. 2023

인간관계가 벅찬 이유.

모두 잡고 있어야 할까요?

인간관계가 벅찬 이유.


  예술은 흥미롭다. 근원으로 다가가는 질문을 던져 생각을 깊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만의 답을 그림으로 행동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내게 질문은 내어 놓은 작품은 


 ㅣ;ㄴㅇㄴ '정지 에너지 (rest energy, 1980)' 다. 이분의 도구는 '행위'다. 살아 움직이는 예술이라고 할까?


  그녀가 세계에 이름을 알린 퍼포먼스가 있다. <예술가는 여기 있다>다. 이름을 처음 들었을지 모르지만, 기억을 찬찬히 더듬어 보시면, 아마 영상을 스쳐가듯 본 기억이 남아 있으리라.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736시간 30분 동안 펼쳐진 퍼포먼스로 의자에 앉아 서로를 마주 보는 일이다. 


  시간은 관객이 원할 때까지 앉아있을 수 있다. 관객은 마음에 숨겨둔 말을 하기도 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한다. 예술가는 눈으로만 답한다. 퍼포먼스에 제일 인상적인 장면은 잘 다듬어진 수염을 하고 나타난 중년의 남자였다. 예술적인 파트너이자, 옛 여인이 나타났다. 22년 만에 만났다. 그때,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눈물을 흘렸고, 둘은 손을 잡았다. 


  앞서 말한 작품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22년 전 헤어진 그와 만든 작품이다. 작품은 간단하다. 남자는 활시위를 잡고, 여성을 반대편 활을 잡는다. 활은 화살을 먹고 그녀의 가슴을 향하고 있다. 작품은 4분 10초 동안 이어진다. 마이크는 둘의 심장을 향해있으며, 소리를 수집했다고 한다.  목숨을 걸어두고 만든 작품이다. 


  '나는 너를 믿을 수 있는가. 너는 나를 믿을 수 있는가.'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멈춰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팽팽하게 당겨진 활을 잡고 있는 상태다. 관계는 유지하는 일만으로도 에너지를 소모되는 일이다. 작품이 질문을 던졌다. 우린 관계망에 걸려서 살아간다. SNS (Social Networking Service)가 나오니, 이제는 관계가 무한정 커졌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날릴 수도 있고, 메신저를 보내 소통을 할 수도 있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이 많아졌고, 내 마음을 노리는 화살이 수백 발, 아니 수 천 발이다. 내 마음을 노리는 화살이 무섭다. 놓치지 않으려 꽉 잡고 있으니, 가슴이 쿵쾅거린다. 때로는 나라를 존재도 잊은 채, 관계를 유지하는 일도 벅차게 된다. 믿음이 있는지 확인할 겨를도 없다.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때로는 활을 잡고 있는 순간이 지긋지긋할 때도 있다. 나는 너를 믿을 수 있을까? 너는 나를 믿을 수 있는가? 평문이 질문으로 바뀐다. 활이 무거워지고, 화살 끝이 파르르 떨린다. 휴대전화를 끄지만, 생각은 쉬지 않고 울린다. 관계를 잡고 있는 일이 힘들다. 놓으면 화살이 마음을 꿰뚫고 지나갈 것 같아 겁이 나서, 내가 잡고 있는 화살을 놓쳐 누군가의 마음을 관통할까 두려운 마음이 교차한다. 없는 힘을 쥐어짜 버틴다.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팽팽한 활을 당기고 버티는 일이라는 퍼포먼스가 마음에 남는다. 놓치면 내가 망가지지 않을까? 또, 내가 원하지도 않은 활이 내 손에 쥐어진다. 아무런 일 없이 정지한 듯 하지만,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꽉 잡고 있는 힘이 나를 잃어버리게 한다. 


  정작 중요한 활을 잘 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잡고 있는 활 중에는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아닌지도. 가끔은 믿고 있던 이가 화살을 날려 내 가슴으로 날아오는 섬뜩한 경험이 있기도 한다. 활을 놓아버리면 어떨까? 모두 휘휘 던져버리고 가버리면 어떨까? 내게 있는 활과 화살을 곰곰이 살펴본다.


  몇몇은 상대가 없고 나만 붙잡고 있기도 하다. 어떤 화살은 하늘을 향해있다. 다시 보니, 의미 없는 녀석들이 꽤나 내 힘을 빼앗고 있다. 허무한 활과 화살을 누구도 다치치 않게 아니, 조금은 다치더라도 놓아야겠다. 관계는 넓히는 것보다 줄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작품 <정지 에너지>를 한번 더 본다. 던져준 질문을 마음에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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