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왕을 맞이한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으로.

왕이 돌아오고 다시 물러갑니다.

by Starry Garden
새로운 왕을 맞이한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으로


오늘 우리가 갈 곳은 올리버 크롬웰의 동상이 있던 곳에서 가깝습니다.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이죠. 고딕 양식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대성당은 영국 왕의 주요 행사가 열리는 곳입니다. 신에게서부터 왕위를 인정받는 대관식,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는 결혼식, 삶을 끝내는 장례식까지 열리는 신성한 곳입니다. 성당 지하에는 영국의 굵은 자취를 남긴 이들이 영면을 지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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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크롬웰이 죽고, 숨을 죽이고 살던 왕당파는 다시 한번 기지개를 켭니다. 지금까지 눈치를 보며, 하고 싶은 일 하지 못한 이들은 왕당파를 지지했고, 그들은 자신을 대표하는 왕을 모십니다. 찰스 2세입니다. 그는 네덜란드와 프랑스에서 살다 돌아오게 되죠. 그를 처음으로 맞이한 곳이 바로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입니다. 오늘 우리가 여행할 시간은 왕정이 복고되고, 명예혁명 직전까지의 상황을 여행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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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2세는 누구를 대변해야 했을까요?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찰스 1세의 목이 달아나는 것을 보았고, 올리버 크롬웰이라는 독재정이 강한 힘을 휘둘러 왕권을 부숴버리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거기다, 밀려난 젠트리 계급과 엄격한 종교주의 세력은 이번에는 왕당파와 자리를 바꿔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언제든 자신을 갈아 치울 태세가 되어있는 이들, 왕당파 자체를 밀어버릴 이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고, 오직 자신만을 따르는 지지 세력이 없는 왕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요? 좋은 말로 왕실과 의회의 협력 체계를 유지하는 일이지, 사실은 눈치를 보는 상황이었습니다.


우선 무엇을 했을까요? 크롬웰 세력을 정리합니다. 감정이 섞여있는 일도 하는데, 바로 크롬웰 사체를 꺼내어 머리를 잘라버리는 일이죠. 찰스 2세는 가느다란 줄을 걷습니다. 왕권 강화와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의 눈치 사이를 말이죠. 자신을 밀어준 이들을 정치 결정에서 배제하지 않습니다. 의회를 열고, 의견을 듣죠.



의회: 저기, 국왕 폐하. 저희가 법안을 하나 가져왔는데요. 결제 부탁드릴게요.

찰스 2세: '인신 보호 영장'?

의회: 이제부터 영장이 있어야 사람을 잡아드릴 수 있으시고요, 재판까지 죄수를 억류할 수 없다는 것이죠.

찰스 2세: 뭐? 왕이 그럼 판사 결재를 받아야 사람을 잡을 수 있다는 거야? 이것들이...!!!

의회: 뭐라고요? 이것들이요?

찰스 2세: 아... 아니오. 도장 찍으리다.



물론 찰스 2세는 도장을 찍으며 별 생각을 다 했을 텝니다. 이들이 내 목에 칼을 들이대면 어쩌나 하고 말이죠. 도장을 찍고 길을 찾죠. 판사들을 자신의 사람들로 한 명씩 채워 넣습니다. 그럼 무슨 '인신 보호 영장'이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왕이 마음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또 법을 어긴다면, 이를 핑계로 잡아 왕을 협박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찰스 2세는 자신이 힘을 가져오고 싶었고, 길을 찾으려 했습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건 전쟁입니다. 외부의 적을 무찌르고 성과를 내어 자신의 세력을 만들려고 전쟁을 이용하려 마음을 먹은 모양입니다. 두 번의 전쟁이 있었습니다. 영국과 네덜란드 전쟁. 줄여서 영란전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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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싸우진 않았습니다. 서로 편을 갈라서 싸우죠. 잉글랜드는 스코틀랜드와 한 편을 먹고, 네덜란드는 덴마크-노르웨이, 프랑스를 불러옵니다. 무슨 상황이었을까요?



영국: 자 법을 좀 바꿉시다. 영국으로 상품을 옮기려면 영국 배만으로 해야 돼요. 물론 식민지도 그렇고요. 배에는 잉글랜드인이 절반 이상 있어야 하고요. 아참, 담배 설탕, 직물은 오직 잉글랜드에서만 판매할 수 있어야. 관세는 당연하고요.



제일 타격을 입은 이들은 네덜란드입니다. 작지만 강한 나라로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였거든요. 이제까지 납품하던 일들이, 생산을 위해 들여오던 물건들을 이제는 비싼 값을 물어주거나, 네덜란드가 생각하기에 부당한 유통 비용이 늘어났죠. 거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잉글랜드는 지금의 뉴욕을 슬쩍 가져오죠. 돈 버는 일도 빼앗기도, 땅도 앗아갔으니 가만있을 리 없었습니다.



네덜란드: 저기 똑똑, 형님 바쁘신가요?

프랑스: 왜? 무슨 일이야?

네덜란드: 잉글랜드가 요즘 나대는 거 아시죠? 형님이랑 예전부터 사이도 안 좋으시잖아요. 정말 이대로 돈을 엄청 벌고, 힘이 세지면 형님한테도 더 꼴 보기 싫지 않을까요? 꼴 보기도 싫은데, 지금 처리하는 데 도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저희가 거의 다 할 테니 부탁드릴게요.

프랑스: 음... 좋다.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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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영란 전쟁입니다. 결과는? 네덜란드가 승리합니다. 영국에 흑사병이 휩쓸었고, 1666년에는 런던에 큰 화재가 일어납니다. 전쟁으로 수리남을 네덜란드에 넘겨주게 되지요. 전쟁을 하는 순간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생산하는 일이 아니라, 끝없이 소비하는 일이거든요. 거기다, 전쟁은 사람이 합니다. 가장 건장한 이들로 채워지죠. 그럼 전쟁 중에 국내 생산 시설은 어떻게 될까요? 멈춥니다. 아니, 최소 예전만큼 돌아가지 않게 되지요. 그래서 전쟁은 이겨도 잘해야 본전이게 됩니다. 지면 완전히 밑지는 일이 되지요.


다음 전쟁도 일어납니다. 제3차 영란전쟁이죠. 이때는 네덜란드 덴마크-노르웨이가 한 편,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한 편이 됩니다. 이상하죠? 어제의 친구가 적이 됩니다. 그럼 프랑스는 왜 네덜란드 반대편에 서게 되었을까요? 하나의 요소로 딱 말할 수 없지만, 네덜란드와 프랑스 간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프랑스: 네덜란드야. 너희 우리 죄인들 데리고 있더라. 내놔!

네덜란드: 싫은데.

프랑스: 뭐?



아까 말씀드릴 것처럼 전쟁은 이겨도 본전이고, 지면 엄청 손해가 나는 일입니다. 프랑스도 거대한 국가지만, 멈칫했습니다. 손해를 나눌 이들이 필요했습니다. 바로 영국이죠.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비정한 관계를 여실히 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프랑스: 영국아. 저 쪼그마한 나라가 너무 나대는 것 같지? 우리 같이 손 좀 봐주자. 그리도 너 무역하는 일에도 걸리적거리니까. 그렇지?

영국: 오~~ 좋지 ㄱㄱㄱ



2차 전쟁에서부터 5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는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돈 없는 잉글랜드는 밀렸습니다. 빼앗은 뉴 암스테르담은 뉴욕이 되었다, 다시 뉴 오렌지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되었지요. 국내로 돌아가봅시다. 두 번의 전쟁, 두 번의 패배가 있었습니다.


돈을 낸 이들은 무슨 마음이었을까요? 또 전쟁을 하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했겠지요? 대화재가 있었고, 흑사병이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가족들이 친척들이 이웃들이 죽어나갔습니다. 돈을 잃어버린 귀족, 젠트리들은 마음은 부글부글 했고, 친구와 가족을 잃은 이들은 분노를 참고 있었습니다.


누구든 비슷하지 않을까요? 돈도 빼앗고, 친구와 가족을 앗아간 이들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있었을까요? 복잡하고, 불안한 정국을 정리하지 못한 찰스 2세는 24년간의 재위를 마치게 됩니다. 다음 왕으로는 제임스 2세가 등장합니다. 어떤 날들이 이어질까요? 제임스 2세는 평온하게 유지했을까요? 다음에는 거대한 배가 있는 항구로 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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