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이 말하는 자정능력에 대하여.
좋으면 좋고 안 좋으면 안 좋은 거지 괜찮은 건 없다.
나영석 PD 팀이 운영하는 유튜브가 있다. 십오야. 다양한 콘텐츠가 있지만, <나불나불>을 자주 본다. 한 잔 술을 기울이며, 친한 사람들 사이의 진솔한 이야기가 오간다. 이서진, 유해진, 염정아, 김종민, 차승원까지. 오래도록 자신의 분야에서 위치를 유지하는 이들의 이유가 언뜻언뜻 보인다. 마음에 오래도록 남은 <나불나불> 주인공은 차승원이었다.
인간관계는 어렵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특징이 있고,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다르니 명확한 답이 없다. 모두 각자의 답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차승원은 1988년 모델로 데뷔했고, 영화, 드라마에서도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끊어지길 반복 한 그는 '자정능력'과 경험을 섞어 말을 내어 놓았다. 그의 이야기를 짧게 해 볼까?
관계가 자주 스트레스가 된다. 우린 모든 관계를 깊게 가져갈 수 없다. 당연하다.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있는 순간 차승원은 과감하게 없애버린다고 한다. 자정능력이 떨어져 좋지 않은 소리, 장면, 행동으로 끝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좋으면 좋고, 안 좋으면 안 좋은 거지 괜찮은 건 없는 거야. '괜찮아' 이건 아니야. 그건 나쁘다는 거야. 안 좋은 거야." (중략) "좋으면 좋고 안 좋으면 안 좋은 거지 괜찮은 건 없는 거야."
자정 능력은 무엇일까? 환경에도 '자정작용'이라고 있다. 그 뜻을 살펴볼까? "자정작용은 자연 생태계에서 인간이 어떠한 특별한 행위를 하지 않아도 공기나 물에 포함되어 있는 오염 물질이 스스로 정화되는 능력 (상하수도공학)"이다. 한 발만 들어가 볼까? 자정 작용에는 세 요소가 있다.
1. 물리적 자정작용: 희석, 확산, 혼합, 침전, 여과 등으로 오염물질의 농도가 줄어든다. 오염물질이 균일하게 퍼져 나간다.
2. 화학적 자정작용: 산화, 환원, 흡착, 응집으로 오염물질이 무해한 물질로 변화한다. 화학반응이 일어나 오염물질이 감소한 경우.
3. 생물학적 자정작용: 세균이나 미생물이 활동을 하며 오염물질을 분해해 자신이 성장하고, 결과로 무기물이나 가스로 배출하는 경우.
오염 물질이 들어오면, 물리적으로 균일하게 퍼져나가 위험한 수준 이하로 유지되고, 화학 생물학적 방법으로 무해한 물질로 분해된다. 자연은 오염물질이 들어온다고 바로 파괴되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겨내고, 분해해 내고, 없앤다. 능력은 무한할까? 아니다. 물의 경우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바로 산소다. 오염물질을 제거하며 산소를 소모한다. 산소가 없어지면, 더 이상 자정 작용은 사라진다. 결국 물은 망가지고, 분해를 하지 못해 오염이 되고, 썩어간다.
난 무척 외향적인 사람이었다. 약속을 빽빽하게 잡고, 사람을 만나며 이야기하는 일로 에너지를 얻었다. 많은 사람을 안다는 일이 마치 내 성장으로 착각하던 때가 있었다. 두 번의 일로 걸러졌다. 집안이 어려워지니, 친구도 형들도 동생도 눈 녹듯 사라졌다. 티 내지 않았다 생각했지만, 귀신같이 알고 떠났다. 다음은 대학원 생활이었다. 시간 여유가 없었던 탓도 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두 개의 거름망 뒤에 알게 된 사실은 사람 만나는 일이 큰 에너지가 필요하고, 나에게 맞는 관계의 수가 있다는 사실이다.
적당한 관계숫자가 바로 내 자정능력의 한계는 아닐까? 우리 마음에 많은 사람이 들어온다.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며 그들과의 관계를 유지한다. 그들은 말과 행동을 내어 놓고 간다. 시간이 흐르며 사람이 많아지면 우리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다. 그때부터는 모자란 시간으로 서운해하는 이들이 생기고, 벅찬 내가 그들과 독성을 띄는 말을 주고받게 된다. 좋지 않게 끝나는 관계가 늘어나니, 마음에 부패가 일어난다.
어떡하면 좋을까? 사람을 걷어내는 일이다. 마음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막고, 더 이상 오염물질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물론, 내 물의 크기를 키우면 되지만 쉽지 않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해야만 한다. 맞다. 자정 작용을 할 수 있는 유지하는 일. 스스로에게 이 말을 해야만 한다.
"좋으면 좋고, 안 좋으면 안 좋은 거지 괜찮은 건 없는 거야. '괜찮아' 이건 아니야. 그건 나쁘단 거야. 안 좋은 거야."
진짜 오래갈 관계라면, 내가 멈춘다고 완전히 끝나지 않는다. 나도 두 번의 거름망 뒤에서 남은 친구들이 있다. 내 수준을 넘어선 관계는 마음을 썩어가게 할 뿐이다. 이를 외면하고 괜찮아 언제까지 버틸 수 없다. 시간이 흘러 요행히 마음이 커졌다면, 그때 관계를 늘려도 늦지 않다. 그리고 늘리지 않으면 어떤가. 소중한 사람 몇 만 있어도 세상을 얻을 수 있다는 말도 있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 단 한 사람만 있다 하더라고 세상을 살 수 있다.
<나불나불>을 다시 돌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