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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Feb 08. 2024

고속도로 휴게소를 가야하는 이유.

우리 삶의 휴게소를 찾아서.

고속도로 휴게소를 방문하는 이유.


  운전을 좋아한다. 혼자 고요히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좋아하는 노래, 잊고 있던 노래를 듣기도 한다.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이라 참 좋아한다. 설날연휴를 앞두니, 긴 운전을 해야 할 테다. 예전 직장이 떠올랐다.   


  예전 직장에서 자주 출장을 다녔다. 서울에서 시작된 운전을 남쪽 제일 끝인 여수가 종착지다. 쉬지 않고 가도 4시간 가까이 걸리는 길. 출발 전에는 평소에 듣고 싶었던 노래를 정리하기도 하고, 잘 정리되어 있는 역사 콘텐츠를 듣기도 한다.  

    

  2시간이 지나면 반응이 온다. 화장실도 가고, 졸리기도 하며, 배가 고프기도 한다. 그럼 내가 고개를 돌려 찾는 곳은 바로 휴게소다. 앞으로 달려가는 차 속도를 멈추고, 도로에서 벗어가 휴게소로 천천히 들어간다. 북적이는 휴게소에서 빈자리를 찾아 자동차를 우선 쉬게 한다.     

 

  문을 열어 시원한 바람을 폐에 가득 채운다. 눈꺼풀을 잡아당기는 녀석을 집으로 돌려보낸다. 몸에도 마음에도 가득 차 있던 걱정을 내려놓을 화장실을 찾아간다. 모든 걱정을 두고 오면 드디어 주위가 보인다. 푸르른 나무가 가득한 산을 뒤로하고 차로 간다. 모두들 즐거운 웃음소리가 가득하며 비슷한 말이 오간다.    

 

  “뭐 먹을래?”     


  그 소리에 이끌려 가져간 곳에는 온갖 음식이 자신의 냄새를 풍기며 유혹한다. 소떡소떡을 들고 쉬고 있는 차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늘이 가린 의자에 앉아 하나씩 빼먹는다.     



  “우리 삶에도 휴게소가 있을까?” 아니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린 길을 따라 달린다. 목적지가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다. 다만, 길은 가끔 구불구불해 강제로 속도를 늦추지만, 마음이 바빠 속도를 높이기 일쑤다. 가끔은 생각하지도 못한 포트홀이 내 차를 울렁거리게 한다. 바퀴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 할 정도로 강한 충격이 몸을 타고 흐른다. 어떤 날을 무지 졸리다. 제대로 가고 있는지 판단이 되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갔지만, 목적지에 아무것도 없을 수 있다. 가다가, 우린 목적지가 바뀌기도 한다. 이럴 때,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이 떠오르지만, 할 수 없다. 그래도 앞으로, 앞으로 간다. 도착한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지만, 계속 가는 이 상태가.  

    

  우리에게는 휴게소가 필요하다. 잠시 에너지를 채워가고, 주위는 어떤지 확인하는 휴식의 시간. 휴식하며, 우리가 가는 길이, 목적지가 옳은지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다. 걱정을 잠시 내려놓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사람마다 다른 휴게소를 가지고 있으리라.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글을 쓰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운동이, 

누군가에게는 수다를 떠는 일이.      

나에게는 세상을 가만히 관찰할 수 있는 글쓰기가 휴게소다.

나에게는 내가 본 세상을 나만의 해석으로 그려내는 그림이 휴게소다.

나에게는 몸을 단단하게 만드는 운동이 휴게소다.     


  손에 있던 마지막 떡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막대기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다. 차에 올라타 목적지를 내비게이션에 보며 출발한다. 조금 쉬어 도착 예정시간은 늘어났지만, 휴식으로 상쾌한 머리로 안전하게 갈 수 있으리라.

   

  달려가다 힘들 때, 쉬어가리라. 예정 시간이 늘어난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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