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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Feb 14. 2024

윤여정 "산 좋고 물 좋은..." 그게 왜 내게 오니?

하나만 봐야지.

"산 좋고 물 좋은..." 그게 왜 내게 오니?


  나영석 PD의 예능을 좋아한다. 슴슴하게 채워주는 일상이 담긴 밥 같기도 하고, 가끔 짜릿한 게임이 놓인 반찬이다. 자극적인 숏폼이 대세지만, 조금은 느린 예능이 참 좋다. 거기다, 이른바 '스타'들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다. 이번에는 "배우 윤여정"이다. 


  말씀이 올곧다. 명쾌하다. 싫다면 싫다, 좋다면 좋다가 확실하다. 선이 명징하다. 계속 듣다 보면 선에는 온기가 있다. <윤식당>에서도, <윤스테이>에서도 그 마음이 보였다. 이번에는 십오야 <나불나불>에 나왔다. <나불나불>은 이야기가 전부다. 편안한 분위기에 나오는 진솔한 대화가 주를 이룬다. 자주 본다.


  윤여정이 출연한 <나불나불>을 본 이유는 또 있다. 난 어른들의 이야기 듣기를 좋아라 한다. 그들의 세월이 증류되어 나온 문장. 담담하게 흘러나온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시간이 만든 생각이 나를 돌아볼 기회를 준다.

그분들의 눈빛 하나에 내 어려움을 풀어낸 단서를 찾기도 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배우는 늘 선택받는 직업이다. 선택은 곧 자신의 커리어가 되니, 조심스럽다. 따지기도 해야 할 테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학교 입학을 위해, 취업을 위해.. 긴 이야기에서 오래 남는 말이 걸어 들어왔다. 


  "야, 산 좋고, 시나리오 좋고, 역할 좋고, 감독 좋고! 그런 건 나한테 안 와."

  "그렇게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데가 어딨어~ 내가 나이가 몇 살인데 그런 역할이... 근데! 자, 하나만 봐야 되는 거야. 이거는 내가 감독을 도와준다 그랬으면, 그 약속을 지킨다."


  삶 속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선택에 맞지 않을까? 아니, 전부 맞는 말처럼 보인다. 난 선택 앞에 꽤나 머뭇거린다. 마음속에서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곳. 단점이라고는 한 점도 없는 선택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결정은 더디고, 가끔은 놓치기도 한다.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곳?


  내가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있는 곳을 찾는 걸까? 결정적으로 정말 그런 곳이 있나? 있다 해도, 나에게 올까? 복지 좋고, 월급 좋고, 워라밸 좋은 직장. 있을까? 그런 회사는 정말 드물다. 있다면, 사람들은 귀신같이 알고 경쟁률은 하늘 높은지 모르고 올라간다. 정자 좋은 회사는 내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몰려오는 사람으로도 버거우니 말이다. 


  평소에 우리가 하는 선택도 비슷하다. 모든 일이 완벽한 선택이 있다면, 사실 고민도 없다. 아니 의심해봐야 한다. 대부분의 선택은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한다. 반대로 모두 좋지 않아 보이는 선택도 있다. 산도, 물도, 정자도 좋지 않다면, 그건 고민거리도 되지 않는다. 우리가 고민하는 선택은 산이 좋으면 물이 별로일 때가 있고, 물이 좋지만 정자가 별로다. 


  삶의 질곡이 있는 그녀. 윤여정 선생님 말씀처럼 하나만 봐야 한다. 그럼 무엇을 봐야 할까? 다른 요소를 버리더라도, 난 무엇에 집중을 해야 할까? 복지? 월급? 워라벨? 단점 없는 곳? 장점만 가득한 곳? 그녀 덕분에 기준이 하나 생겼다. 그런 곳은 없다. 이제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을 찾길 멈췄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야, 산 좋고, 시나리오 좋고, 역할 좋고, 감독 좋고! 그런 건 나한테 안 와. 그렇게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데가 어딨어. 자, 하나만 봐야 되는 거야."



사진 출처 유튜브 십오야 <나불나불>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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