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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Feb 19. 2024

손석구 "액팅 버그" 전 라이팅 버그에...

헤어 나올 수 없다고 해요.

손석구 "액팅 버그" 전 라이팅 버그에...


  <살인자ㅇ난감>. 손석구, 이희준, 최우식이 나오는 드라마다. 내용을 짧게 말해보면, 평범한 대학생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였다. 알고 보니, 죽어 마땅한 사람이다. 형사는 쫓는다. 주인공은 피한다. 죽은 사람은 계속해서 나오고, 죽은 이들은 법으로 처벌하기도 아까운 이들. 주인공은 영웅인가? 아니면 처벌받아야 할 악인인가?


  드라마도 궁금했지만, 그들의 이야기도 참 재미있다. 연기를 잘하는 그들. 불안해한다. 서로에 의지하며, 연구하는 모습을 보니, 드라마가 더 기대된다. 대화는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눈에 들어온 이야기는 "액팅 버그"이야기다.


  연출을 하는 감독이 얼마 전 연기로 데뷔했다. 연기는 끝났지만, 여전히 영화 속에 묻혀있는 모양이다. 손석구는 그를 보며, "버그에 물렸다고 하잖아"라고 표현했다. 바로 액팅버그. 무대에 서보며 자신을 표현하는 맛을 한번 보면, 헤어 나올 수 없다고 한다. 


  뒤이어 나오는 해석에 고개를 끄덕였다. 연출을 하는 사람이 이제는 연출을 받아야 한다. 거기다, 자신이 지시를 했던 이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연출자에게 지시를 받는다. 손석구는 하던 사람이 받는 사람이 된다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연기를 하는 경험이 다시 연출자로 갔을 때, 강한 힘이 되리라 말한다. 연기를 해본 연출자는 연기자와의 소통. 자신이 원하는 바를 더 잘 전달하리라는 뜻이다. 연기에 진심인 세 명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글쓰기로 가 닿았다. 


(출처: 유튜브 십오야)


  난 참 오랜 시간 동안 독자로 살았다. 물론 지금도 읽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치밀하게 엮여있는 소설을 읽으며 두근거린다. 생각지도 못한 시선으로 사회를 분석하는 글을 읽으며 감탄한다. 따스하다 못해 눈물샘을 건드는 책을 읽으며, 눈이 흐릿해진다. 


  그러다 1년 6개월 전부터 글을 썼다. 손석구의 표현을 바꾸면 '라이팅 버그'에 대차게 물렸다. 계속 썼다. 매일 쓰고 지우고 퇴고를 했다. 읽는 사람 입장에만 있다 쓰는 사람 입장이 되니 확실한 것 하나가 있다. 쓰는 사람의 입장을 깊게 이해한다는 사실. 거기다, 독자로써 읽는 방법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내가 평소에 전혀 쓰지 않은 단어를 채집한다. 내가 쓰지 않는 표현을 보며 감탄하며 옮겨 적는다. 갈등이 있는 부분에서는 대사가 아닌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녹여냈는지 뚫어져가 보며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와의 대화에서 내 생각을 거침없이 써놓고 비교하기도 한다. 


  라이팅 버그에 물리고 나니, 독서가 한 층 깊어졌다랄까? 독서가 저자와의 대화라고 하니, 그의 입장에 잠시라도 서는 글쓴이로서 깊은 글 읽기가 된다. 여기서 선순환이 일어난다. (물론 가끔은 너무나 대단한 글을 보며 내가 글을 써도 될까 라는 생각을 하지만, 쓰는 일을 멈추지는 않으려 노력합니다)


  깊게 읽으니, 글감이 생기고, 글을 쓰니 다기 더 깊게 읽은 기회가 만들어진다. 글을 쓰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평소에 하는 일도 아니고, 대단한 누군가가 하는 일처럼 보이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쓰면, 라이팅 버그에 한번 물리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글을 쓰는 일도 글을 읽는 일도 보다 깊게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난 지금 라이팅 버그에 대차게 물렸다. 매일 쓰고, 매일 읽는다. 쓰고 나니, 깊게 읽는다. 깊게 읽으니 더 쓰게 된다. 라이팅 버그. 한번 물리면 헤어 나올 수 없게 된다. 난 오늘도 쓴다. 난 오늘도 읽는다. 


(출처: 유튜브 십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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