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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Feb 20. 2024

고난이 만들어낸 기름. 시련이 만들어낸 가치.

고난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

고난이 만들어낸 기름. 시련이 만들어낸 가치.


  <생활의 달인>을 즐겨본다. 꾸준히 보니, 나오시는 분들의 공통점이 보인다. 달인이라는 불릴 만큼 노력한 일에서 삶을 살아가는 원리를 알려주신다. 시간이 만들어낸 깊은 내공이 짧은 문장이 된다. 달인들에 비해 짧다. 그분들에 비해 내공도 턱없이 부족하다. 10년 동안 환경공학을 공부하며 느낀 점이 하나 있다. 용기를 풀어내볼까? 내 전공은 하수와 폐수를 깨끗하게 만드는 일이다. 한 발 더 들어가면 미세조류를 통한 하수처리를 했다. 미세조류에도, 물 처리에도 삶이 보였다. 바로 고난이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다. 


  미세조류는 생물 에너지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미세조류는 빛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광합성을 하는 아주 작은 생물이다. 생물 에너지 자원은 왜 중요할까? 우린 한계가 있는 자원을 쓰며 지금까지 왔다. 바로 석유다. 석유는 지난 60년 동안 언젠가 끝난다는 말이 소문처럼 떠돌지만 여전히 쓰고 있다. 탐사 기술 발전, 시추 기술 개발로 석유 사용 기한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그 문제보다는 석유로 쌓아 올린 산업이 지구를 위협하고 있다. 이산화탄소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지구가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넘어선 환경오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많은 석유를 대신할 자원 중 하나가 바로 미세조류다.


  대체 후보는 여럿이었다. 옥수수와 콩은 질 좋은 기름을 만들 재료지만, 식량이니 석유를 대체하긴 어렵다. 다음 후보는 쓸모없는 나무였다. 자원이 분산되어 있고, 운송비용이 크다. 그러기에 석유를 대신하긴 힘들다. 마지막이 미세조류다. 물, 빛, 적절한 영양소만 있다면 키울 수 있다. 영양소는 하수와 폐수로도 공급할 수 있다.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버려지는 물로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으며, 에너지도 회수할 수 있으니 일석 삼조다.


  미세조류로부터 기름을 얻을 때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 바로 고통이다. 같은 미세조류라 하더라도, 시련을 주었을 때 더 많은 기름을 몸에 품는다. 강하게 흔들거나, 거센 빛을 짧게 주거나, 밥을 줄이는 일이 그들에게는 고난이다. 시련이 닥친 미세조류는 위험이라고 느끼고, 에너지를 자신에 축적한다. 



  우린 보통 평온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일정 기간 강한 압박을 받으며 고통스러운 삶을 견뎌낸다. 강도도 기간도 사람마다 다르다. 다만, 인생에서 최소한 한 번은 경험하게 된다. 누군가는 거친 입시 기간이 될 수 있고, 누군가는 군대일 수 있으며, 누군가는 직장 생활이 수도 있다.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피하면 그만이라고. 그렇다. 잠시 피하거나, 돌아갈 수 있다. 그들도 알 것이다. 매번은 어렵다는 사실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주문을 외우며 빠르게 흘러가길 기다려야만 할까? 미세조류를 보고 있으니, 시련이 닥친 시간이 귀하게 느껴진다. 가시밭길을 걸으며 끝이 보이지 않고, 고통이 마음에 켜켜이 쌓이는 시간. 진통을 겪으며 결국 빠져나온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린 마음에 가치를 축적하게 된다. 시련은 미세조류처럼 내면에 가치를 집적하는 일이다. 


  고난이 오면 피하고 싶다. 피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피하자. 마주해야 하는 시련이 있다면 당당해 보려고 한다. 내면에 가치를 채우는 일이라 생각하고 마주하리라. 합리화라고 할 수 있다. 체제에 순응하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내 의지로든 타인의 의지로든 고난은 마주하게 된다. 견디는 시간이 요구된다. 모두에게 온다. 시련을 바꿀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시련을 받아 드리는 태도를 결정하는 일뿐이다. 추운 겨울이 삶에 느닷없이 찾아든 날. 난 내면에 가치를 축적하는 일이라 믿는다. 겨울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끝이 있다. 끝에서 우린 가치를 보게 될 것이다. 


  이제 추웠던 겨울이 가고 새로운 봄이 찾아오고 있다. 쌓아 두었던 기름을 짜내는 날이 온다. 그동안 시련이 만들어 둔 내 가치를 선보일 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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