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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Apr 12. 2024

KBS요? <추적 60분> 작가님이시라고요?

[브런치스토리]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

KBS요? <추적 60분> 작가님이라고요?


  "[브런치스토리]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


  볼 때마다 가슴 두근거리는 메일이다. 바쁜 일을 하는 터라 내용을 보지 못했다. 상상만 이어졌다. 뭘까? 급한 일이 지나가고 확인했다. 첫 문장을 보고 다시 봤다. 이게 무슨 일일까? 하며 말이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KBS <추적 60분> 제작진입니다."로 시작되는 문장은 인터뷰를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무슨 내용일까?


  숏폼. 짧은 영상들이 넘친다. 1분 남짓 영상을 보다 보면 1시간은 쉽게 넘나 든다. 삶을 위협한다. 중독이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다. 지하철을 보면,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를 본다. 절반 이상을 영상을 위로 올리며 시청하고 있다. 개미지옥. 한번 빠지면 나올 수 없다.


  짧은 시간에 사람의 이목을 끌어야 한다. 서론 본론은 다 삭제한다. 가장 자극된 부분만 남는다. 자극은 자극을 부른다. 위험한 도전이 당연한 것처럼 유행한다. 그러다,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숏폼은 왜 들불처럼 번지고 있을까? 플랫폼 기업은 많이 볼 수록, 오래 볼 수록 돈을 번다. 사람을 모으는 영상이라면 무엇이든 올리고, 재생산을 유도케 한다. 


  모두들 손 놓고 있을까? 그건 아니다. 숏폼 중독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일정 시간 잠금장치 상자에 스마트폰을 두기도 하고, 스마트 폰 화면을 흑백으로 한다. 디지털 디톡스. 제작진이 원하는 건 바로 디지털 디톡스를 하고 있는 우리 독서모임이다. 


  생각지도 못한 기회에 난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책 친구들에게 말했다. 주저했다. 얼굴이 나오는 것도,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하는 일도 모두 두려워했다. 자그마치 공중파 방송이고 1983년부터 지금까지 장수하고 있는 탐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 아닌가? 고민했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있으랴 하며 용기가 조금씩 자라났다. 고민 끝에 모두 동의했다. 제안에 답장했고, 순식간에 일정이 잡혔다. 

  

추적 60분 촬영


  독서모임이 열리는 시간. 우린 평소처럼 모였다. 약간은 상기된 표정. 우리끼리 이야기를 하다 보니, 삼각대와 카메라를 든 제작진이 독립서점으로 왔다. 시작이다. 중후한 목소리의 PD님이 간단히 설명을 하시며, 평소처럼 모임을 진행을 부탁하셨다. 


  어색했다. 오래도록 함께 한 이들 덕분일까? 10분이 흐른 뒤 괜찮아졌다. 우린 책 이야기를 시작했다. PD님과 카메라 감독님은 이리저리 움직이시며 구도를 잡고 영상을 잡으셨다. 우린 힐끔힐끔거리다, 책에 빠져들었다. 한참을 이야기하고, 이제 책을 읽어야 할 시간. PD님은 우리에게 질문을 시작하셨다. 


  평소에 가지고 있던 이야기가 오갔다. 1시간 남짓. PD 님은 카메라를 내리시더니, 책 이야기를 잠깐 했다. 대화 끄트머리, 책 추천을 원하셨다. 우리 모임이 이구동성으로 한 권의 책을 추천했다. 권여선 작가님의 <레몬>. 꼭 읽겠노라며 영상이 나올 시간을 일러주셨다. 편집은 빼기의 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촬영은 했지만, 빠지는 영상이 숱하게 많단다. 다만, 훌륭하게 디지털 중독을 이겨 내는 모습을 담았으니, 살아남으리라 언질을 주신다. 


  그리고 2주일. 영상이 나왔다. 난 가족 와 함께 처음부터 봤다. 놀랐다. 나왔다. 공중파에 데뷔했다. 너무 과할까? 우리는 숏폼에 저항하는 사람이 되었다. 맞다. 우린 우리의 방법으로 숏폼에 저항하고 있었다. 신기했다. 글쓰기가 재미있는 경험을 내게, 그리고 책친구들에게 선사했다. 글을 쓰면 기회가 온다는 말이 진심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글을 쓰며 또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또다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까? 모든 기회는 나 혼자만의 일으 아니다. 지금까지 글을 함께 쓴 분들이 있기에 가능할 일이다. 오늘도 난 글을 쓴다. 지금까지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올린다. 그리고 작지만 지금까지 함께 해온 책 친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올린다. 



  아래의 영상 끄트머리에 저희 독서모임이 나옵니다. 숏폼의 중독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한 번 보시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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