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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Apr 15. 2024

말을 섬세하게 된 이유.

책을 읽고, 글을 쓰니 그리 되더군요.

말을 섬세하게 된 이유.


  내 말은 늘 직진했다. 정직이라는 말에 으스대고,  옳은 말이라는 말로 찔렀다. 내 말에 숱한 이들이 아파했을 테다. 절정에 이르렀던 때는 박사과정 때.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줬다. 다만, 절정에 이르렀다면, 아래로 떨어진다는 말로 바꿀 수 있겠다. 졸업을 했고, 세상 거친 바람을 몇 차례 맞더니, 직진하던 말은 멈칫거렸다.


  극적으로 변한 순간이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난 뒤다. 언어를 가장 세심하게 다루는 이들은 누굴까? 시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시'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다른 장르에 비해 짧다. 글 쓰는 이들을 작가라 이르지만, 시를 쓰시는 분들은 시인으로 분류된다.


  짧게 쓰는 건 무척 어렵다. 할 말을 그 속에 다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보통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시선을 짚어 낸다. 그렇게 짧은 글 속에 말이다. 조사 하나에도 미묘하게 달라지는 의미를 알고, 같은 뜻처럼 보이는 단어를 요리조리 바꿔 묘하게 뉘앙스를 바꾸기도 한다. 


  그 정돈 아니지만, 글을 쓰고 나서 조사 하나의 차이를 알고, 단어가 주는 뉘앙스를 깨닫게 된다. 말을 하기 전에 단어를 고르며 고민한다. 자연스럽게 말은 늦게 나오고 듣는 데 집중케 된다. 시인 정도는 아니지만, 계속 글을 쓰며 독자를 생각한다. 물론 독자는 외부에 있을 수도 있지만, 우선 내가 독자가 된다. 글을 쓰고 고치며 소리 내어 읽어 보면 단어에 따라, 문장 순서에 따라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는 걸 알게 된다. 



  말을 섬세하게 한 뒤, 결과는? 나름 좋다. 생각을 다듬어 정교하게 할 수 도 있고, 다른 분들의 생각을 다치지 않는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옛 분들이 남겨놓은 문장이 여럿 떠오른다.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같은 말을 해도, 같은 뜻을 전해도 어떤 분들은 편하게 들리지만, 어떤 말은 귀에 거슬린다. 거슬리는 일로 끝나면 다행이다. 톡 쏘니, 나도 쏘고 심하면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예전에 나처럼. 우린 말만으로 상태의 뜻을 다 알 수 없다. 우린 평생 다른 이의 생각을 오롯이 알지 못할 수 있다. 


  다만, 섬세하면 조금이라도 듣게 된다.

  다만, 섬세하면 조금이라도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다만, 섬세하면 조금이라도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다.  


  글을 쓴다는 건 참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 

  책을 읽는다는 건 참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 보자. 

  말을 잘하는 것보다 사려 깊은 말로 우린 좀 더 좋은 사람으로 살 수 있다.


  직진하던 말은 부드럽게 변해간다. 앞으로 얼마나 더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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