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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y 06. 2024

또 갈 집- 대구, 태산만두

옛날 이야기를 양념처럼 뿌려 먹는 만두

또 갈 집 - 태산만두


  난 만두를 좋아한다. 기회가 닿는다면, 곁들임 메뉴로 주문한다. 여기도 끝이 아니다. 주된 메뉴로 찾아가 먹기도 한다. 이런 나를 아는 이들은 만두 전문점을 즉각 추천해 준다. 대구여행을 간다는 나에게 동생이 일러준 가게가 있다. 바로 "태산만두"다.


  *운영시간: 화~일, 11:00~21:00


   태산만두의 역사는 1958년부터 시작된다. 식당에는 시간이 마는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있다. 만두 먹는데, 그런 역사를 알 필요까지 있을까 싶다. 하지만, 이야기라는 양념을 음식에 뿌려 먹으면 더 맛있어진다. 정말이다. 먹으며 몇 마디 하는 일도 재미난 일이다. 옛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이야기 출처: 대구역사문화대전)


  국공내전. 어렴풋 세계사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다. 중국에서 큰 싸움이 났다. 장제스의 국민당과 마오쩌둥의 공산당. 협력과 반목은 1927년에 시작해 1950년이 돼서야 끝났다. 긴 싸움 동안 많은 분들 달아났다. 태산만두의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태산만두의 창업자 왕덕선은 공자의 고향. 산둥성에서 달아났다. 타지에서 시작한 일이 처음부터 잘되진 않았다. 몇 번의 부침이 있었다. 해랑만두를 개업했다 문을 닫았고, 동해반점을 거쳐 지금의 태산 만두가 되었다 한다. 1987년 아들 왕개순이 받은 뒤 본격적으로 이름이 퍼져 나간 모양이다. 1990년 탕수만두와 비빔 만두를 개발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내가 주문한 메뉴가 바로 역사가 담긴 탕수만두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비슷한 메뉴를 먹은 적이 있다. 바로 급식소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급식으로 주린 배를 채웠다. 고기가 다 오면 행복했고, 튀김이 나온다면 기대감은 올라간다. 그때 나왔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만두탕수'다.


찐교스 (*찐만두의 '진'과 만두의 일종인 교자가 합성된 단어)


  기억은? 아쉽다. 눅눅한 만두에 시큼과 달큼함이 조화롭지 못했다. 아쉬웠던 메뉴를 다시 만나니 맛이 궁금했다. 결론은? 기대 이상. 향은 그리운 학창 시절이 생각나게 했다. 새콤달콤함이 고소한 튀김 향과 섞여있다. 튀기는 방법이 다른 덕분일까? 아니면, 만두피가 다른 덕분일까? 소스가 부서진 상태이지만, 만두는 바삭하다.


  달콤함과 새콤함이 조화롭다. 처음에는 새콤함이 올라오고 뒤이어 달콤함이 섞이니, 만두가 가진 기름의 느끼함 따위는 찾지 못한다. 생생한 당근과 오이를 먹으면, 식감 파티가 입에서 벌어진다. 아삭아삭. 그뿐 아니다. 만두를 반쯤 먹고 소스를 찍어 먹으면 진한 고기 맛과 소스 맛의 조화로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코를 박고 먹고 있으니, 다른 만두들이 턱 하고 나온다. 찐교스. 찐만두의 '찐'과 만두의 일종인 교자가 합쳐진 단어다. 만두와 만두는 서로 붙어 있다. 하나씩 떼어먹는 맛이 있다. 소룡포가 떠오를 정도로 육즙이 가득하다. 만두 한쪽에 구멍을 내고 후루룩 육즙을 들이켜면, 일품이다. 


  만두의 절반 이상을 먹고 난 뒤에야 매장 내부가 보인다. 찐빵 같은 만두를 드시는 분이 눈에 들어온다. 커다란 만두를 반으로 쩍 가르더니 양념이 된 간장을 척하고 올리신다. 한 입 크게 베어 무시곤 다시 간장을 얹힌다. 눈으로 기록해 둔다. 노포에는 노포의 단골 만의 방법이 있는 모양이다. 


  또 갈 집. 여길 다시 올 이유가 생겼다. 다시 오게 되면 단골인 양 먹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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