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나마 도와드리니 기분이 좋습니다.
"남을 위해 애씀" 봉사의 의미.
일요일마다 어머니를 사찰에 모셔다 드린다. 봉사활동을 나가시는 덕분이다. 가면 하는 일이 있다. 어머니의 기대도 있고, 내 마음 안정을 위해서 하는 일. 바로 인사다. 대웅전, 관음전, 삼성각을 이 따라 방문하고 납작 엎드려 본다. 반성이라는 거창한 말을 되뇌지 않더라도, 가장 낮게 있으니, 저절로 겸손해진다.
더운 요즘 한 바퀴 돌고 오면 땀이 주르륵 흐른다. 특히 산 중턱을 걸어갈 때는 만만치 않다. 더운 기운을 피해 고개를 숙이며 돌계단을 오르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번쩍 고개를 들어보니 주지 스님이 청소 중이시다.
"오랜만이다. 참배하러 왔니? 잘했다. 얼른 다녀와."
스님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다녀와 도와드리겠다는 말을 했다. 후다닥 인사를 하고 내려오니 내게 나뭇가지로 만든 도구를 넘기신다. 제초를 했는지 나무조각 와 잎이 너저분했다. 오늘 오후에 손님들이 오시니 정리하자는 말에 연신 허리를 숙이며 계단 아래로 나뭇가지를 굴렸다.
부르릉. 계단 아래로 차가 왔다. 직원분이 오셨다. 땀나는 청소가 계속된다. 굴러가지 않는 나무 더미를 한 아름 안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했다. 땀은 눈을 가리고, 코는 안경이 거추장스러웠는지 아래로 밀린다. 목이 타고 머리는 이마에 덕지덕지 붙었다. 더위 덕분에 힘들다는 생각도 땀을 따라 흘러갔다.
이제는 큰 짐들이 치워지자, 스님이 나를 부르셨다. 이젠 다 되었으니 얼른 내려가라고 일러주신다. 크게 인사를 올리니, 오히려 감사하다며 인사에 답해주신다. 타탁타탁 바닥을 디디며 내려가 어머니가 계시는 매장으로 갔다. 무슨 일이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시는 어머니에게 몇 분 전 있던 일을 말하니, 손뼉 치며 좋아하신다. 시원하게 물 한잔 얻어먹고 난 차에 올랐다.
에어컨에 몸을 맡기니 짧지만, 봉사에 대한 의미를 더듬거렸다. 사전에서는 봉사를 무척 거창하게 적어두었다.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 내가 한 일은 너무 크게 생각한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거창함을 조금만 빼볼까? "남을 위해 애씀." 대가 없이 누군가를 돕는 일은 오직 스스로를 위한 일이 된다. 짧지만 내가 한 일을 돈 받고 했다면, 어땠을까? 내가 한 일을 돈으로 가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힘써 누군가를 돕는 일 자체가 가가 된다. 어머니가 매주 봉사활동을 하는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
도움을 받는 이가 행복하다면, 내가 한 일이 누군가에게 기여를 했다면, 누군가의 행복에 기여한 건 아닐까? 에어컨이 흐르던 땀을 다 훔쳐갔다. 흔적만 남았다. 난 누구에게 애를 쓰며 산 적이 있을까? 부모님을 통해 늘 많은 것을 배웠다. 여전히 부모님은 행동하며 내게 무언가를 알려주고 계신다. 작더라도, 어떤 일이든. 시작이 반이라고 하니, 남을 위해 애쓰는 작은 일을 찾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