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향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ry Garden Sep 13. 2024

실수로 발행취소가 아니라 삭제를 했다.

다시 쓰는 맛이 있더군요.

실수로 발행취소가 아니아 삭제를 했다.


  브런치 스토리에 반길 만한 기능이 생겼다. "예약발행" 아! 기다리고, 기다린 기능이다. 글을 쓰고, 늘 같은 시간에 많은 분들과 만날 수 있어 참 좋은 기능이라며 쓰고 있다. 새로운 기능에는 치명적인 점이 있으니, 바로 실수가 일어날 수 있다.


  거창하게 글쓰기 루틴이라면 다음과 같다. 퇴근 후 초안을 되도록이면 많이 쓴다. 주말에 몰아서 퇴고하고, 예약을 걸어둔다. 하는 일에 방해가 되지 않고, 다른 길을 가려니 나온 루틴이다. 지난 주말 퇴고를 마치고 예약을 월, 수, 금으로 차례로 걸어두었다.


  그럴때가 있다. 실수를 하고 나면 쌔한 무언가. 


  브런치에 들어가니 라이킷을 알리는 알람에 하늘색 점이 반짝인다. 아이쿠. 예약 발행이 아니라 발행을 누른 모양이다. 아차 하며 글에 들어가 발행 취소를 눌렀다. 아니 눌렀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쌔함이 오더니, 발행 취소 페이지는 터엉 비어있다. 


  그렇다. 난 발행취소가 아니라 삭제를 눌렀다. 


  구글링을 하니, 답은 없다. 내용이 휘발 되기 전에 우당탕탕 거리며 썼다. 전에 썼던 예시는 다른 예시로 대체되었고, 글의 흐름은 전과는 다르게 이어진다. 문장과 단어도 다르게 고르더니, 삭제된 글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글자를 넣다 뺐다를 하다고 저장을 눌렀다. 



  애꿎은 저장을 여러차례 눌렀다. 혹시 몰라 한글 파일에 저장까지 한 뒤 예약 발행을 신중하게 눌렀다. 이제야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휴우~' 하며 스트레칭을 했다. 실수 덕분에 새로운 퇴고를 경험했다. 전에 쓴 글이 기억에만 남아있고, 흐름만 흔적으로 남아있으니 다른 글이 나타났다. 


  전보다 좋은지 아닌지 비교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 아쉽지만.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다고 하니, 실수로 누른 삭제가 전보다 더 좋은 글을 만들어내는 기회를 준건 아닌가 싶다. 가끔 내 글이 괜찮은지 의심하는 일이 있다. 아니 사실 잦다. 퇴고를 해도 시원찮은 기분.


  글쓰는 법을 새로 익혔다. 아니, 퇴고하는 방법을 새로 배웠다. 

  바로 다시 쓰기. 흐름과 뼈대만 두고 말이다.


  글쓰기가 막하거나, "내 글 구려병"이 왔다면, 쓴 글을 내 눈앞에 마주하고 있는 글을 한 번 읽고 지워내자. 다시 쓰자. 생각 보다 괜찮은 글을 만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덧붙임.

  스트레칭을 하다 웃음이 났습니다. "이것도 글로 써야지."라고 중얼거리며 브런치 서랍을 열었거든요.

매거진의 이전글 "남을 위해 애씀." 봉사의 의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