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데 없는 신기한 잡학사전 (이하 알쓸신잡)을 돌려보곤 한다. 수다를 듣는 재미에다, 유익한 정보가 더해지니 보는 재미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들의 수다 원천 중 하나는 바로 책인듯 했다. 그들은 끊임 없이 읽고, 생각하고, 대화를 나누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독서에 오랜 경험이 있는 이들이 말하는 독서의 시작은 어디일까? 바로 책을 고르는 그 순간 부터라 이른다. 책을 고를 때는 여럿을 본다. 그렇다고 다 성공(?)하는건 아니다 물론 무엇을 성공이라고 할지 경계가 애매하기 그지 없다. 지금 읽으니 재미가 없던 책이 시간이 흐른 뒤 올해의 책이 되기도 한다. 내가 읽지 않고 둔 책이 가까운 이에게는 인생 책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래서 독서가 재미있다.
책을 고르는 일에 꽤 신중해진다. 매일 읽을 수 있는 시간과 속도가 정해져있다. 때로는 깊은 맛을 느끼기 위해 느리고 반복해서 읽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책을 고르는 노하우가 있지만, 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첫 번째는 표지와 제목이다.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아주 짧은 순간에 잡아 끄는 책에 먼저 손이 간다. 물론 포장이 좋다고 내용이 좋은 건 아니지만, 우선 포장이 좋은 것에 눈길이 가는건 어쩔 수 없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 제목에 무슨 내용인지, 은유하고 있다면 무엇인지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두 번째는 글쓴이.
펼쳐 가장 먼저 날개에 있는 작가 이력과 자기소개를 읽는다. 출판사에서 쓰기도 하겠지만, 작가가 직접 자기 소개를 쓰기도 한다. 짧은 문장에 작가가 관통하는 무언가를 내어 책을 썼는지 알게 된다며,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글은 자신의 내면을 보이는 일이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 설명이 곧 책과 연관 되어 있을 수 밖에 없다.
세 번째는 목차.
책의 뼈대다. 빠르게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목차다. 분량에 따라 중요도를 파악할 수 도 있고, 목차에 적힌 소 제목에서 흥미 있는 지점을 찾는 역할을 하게 된다. 글 쓰는 분들이 하나 같이 목차를 썼다면 책 쓰기는 절반에 도달했다고 하니, 책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바로 목차다. 끌리는 제목이 여럿 있다면 책을 선택한다.
네 번째는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는다.
온라인에서는 안 되지만, 오프라인에서 꼭 해본다. 임의의 페이지에서도 내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 있다면, 웃으며 책을 산다. 거기다, 마지막 부분에도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있다면, 여지 없이 책은 내 책장으로 간다. 글은 사람이 쓴다. 물론 꾸준히 적어온 글을 모아서 만든 책이라면 정확하지 않지만, 처음 중간 끝 부분의 문장과 글의 힘이 비슷하다면, 중간 중간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다섯 번째는 몇 쇄인가? 언체 출판이 되었나?를 확인해본다.
스테디 셀러를 좋아한다. 출판한지 오래되어 마케팅은 안 하지만, 꾸준히 팔리는 책들이 있다. 입에서 입으로 책의 가치가 옮겨다니니,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책이 꾸준히 팔린다. 왜 나만 모르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읽는 책. 물론 내 주관으로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가끔 집단 지성의 힘을 믿고 선택하는 일도 할만한 일이다.
적어두고 보니, 책을 고르는 읽은 독서의 시작이 맞다. 온라인 서점에서도,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독서는 시작된다. 오랜만에 책 냄새가 맡고 싶다. 가까운 서점으로 독서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