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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Jun 29. 2022

이제 직장인으로 살지 않겠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한 걸음..

대기업에 다니며 안정된 삶을 살았고,
그로 인해 좋았던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직장인으로 살았던 시간이
마냥 싫지만은 않았던 것처럼,
퇴사 후의 삶 역시
좋기만 할 리 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도 저는 가끔 찾아오는 반짝이는 순간들을
나만의 의미와 즐거움으로 채워보려고 합니다.



당연한 순서 같지만 회사를 그만두기로 마음먹기 전에 이직을 먼저 고려했다. 처음엔 생각해 볼수록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내 경력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는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서 내 직무 경험에 어울리는 포지션에 대한 제안이 올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이력서를 작성하고, 유명 구직사이트에 올렸다. 바로 헤드헌팅 회사에서 제안이 왔고, 세 번쯤 지원도 했다. 아쉬운 일인지, 잘된 일인지 면접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 뒤로는 제안이 와도 응하지 않았다.

아마 나는 이직 후 만족하는 동기들의 권유에 마음이 흔들렸고, 몇몇 동료들이 파격적인 연봉으로 이직했다는 소식에 혹했던 것 같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뭐에 떠밀리듯 급하게 이력서를 작성해서 올렸다. 헤드헌팅 회사에서 내 직무경력과 맞지 않는 포지션에 제안이 왔는데도 별 고민 없이 이력서를 보냈다. 만약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으면, 나는 면접을 봤을까.


이직에 대한 짧은 시도는 오히려 진짜 내가 그것을 원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기회가 됐다. 늘 조직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외쳐대던 내가, 이 회사에 실망했다고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이 좋은 선택일까. 어디든 지금 내가 변했다고 원망하는 이 회사보다 더 최악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거기에 다시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겠는 가면을 쓴 채 밝고 활발한 사람인 척 인맥을 구축하고, 새로운 회사의 사업 구조와 업무 프로세스를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날. 내게 그런 열정이 남아있나.

물론 근로 소득이 필요 없는 자산가가 아니기 때문에 직장을 지속해서 다녀야 하는 경제적인 이유는 있었다. 가령 대출이라던가, 혹은 대출, 아니면 대출 같은.. 휴... 그래서 그냥 잘 다니고 있었던 직장에 다시 정을 붙여 보리라 다짐해 보기도 했지만, 퇴사라는 결과가 말해주듯 실패했다. 더 이상 회사라는 맞지 않는 틀에 나를 끼워 맞춘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아마 지쳐 있었던 것 같다.


직장생활은 나에게 끊임없이 자신을 죽여야 하는 전쟁 같은 노동이었다. 사소하지만 내 신념이나 원칙, 가치관과 반대되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단순히 어떤 업무를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복종. 정말 그 옛날 시집살이처럼 못 본 척, 못 들은 척, 모르는 척하며 살아가야 내 마음이 편한 게 사회생활이라니. 못마땅해도 아닌 척 넘겨야 하고, 회사를 위한 일인지 임원들의 기호에 맞추기 위한 일인지 헷갈리는 업무들에도 내 마음 다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모래성 같은 명분을 쌓아야 한다.

책임지지 않는 리더들, 경영진의 지나가는 말에도 쥐 떼처럼 달려들어 본연의 업무도 내팽개치고 안달 내는 부서장들,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일에도 무관심하거나 비협조적인 담당자들, 일은 못 하면서 위계질서는 세우고 싶어 하는 선배들, 정작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중요하지 않은 일만 하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내는 후배들까지. 그런데도 다음 날이면 어제의 나를 괴롭게 했던 그 사람들과 웃는 낯으로 아침 인사를 해야 하는 것.

오해는 마시길. 완전무결한 조직은 없겠지만, 내가 일했던 회사는 건전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단연 후한 점수를 줄 만한 곳이었다. 문제는 매사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세우고 싶어 안달을 내는 내 성격이었다. 그래서 업무도, 사람도 나에게는 모두 견뎌야 하는 대상이었다. 물론 나와 반대 성향의 물 흐르듯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나’를 몹시 어렵게 참아줬을 것이다. 주변에 돌+I가 없으면 내가 돌+I일지도 모른다고 하지 않나. 시집살이 같았다고는 해도, 나는 역시 지나치게 되바라진 후배였고, 젊은 꼰대라 부를만한 선배였다.



나는 그렇게 견뎌오던 나의 일상을 바꿔보고 싶었다. 좋아하는 일로 나의 하루를 채워보고 싶은 욕심, 그렇게 나만의 의미와 즐거움이 반짝이는 삶. 그것을 위해 나는 안정된 미래를 포기하고, 직장인으로 사는 삶을 중단했다. 작고 보잘것없더라도 나만의 것을 설계하고 가동하는 삶을 꿈꾸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나 있을지, 그 일들에 세상이 인정할 만한 재능이 있기나 할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하지만 도전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도 있기 마련이니까. 누군가의 말처럼 언젠가는 다시 그 지긋지긋한 직장인이 되려고 발버둥 칠지도 모르겠다. 마냥 좋은 날만 기다리고 있을 거란 낭만적인 상상은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 보리라,
미지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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