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행복한가?

by 뭇별


강원 동해안 50만 해맞이 인파... 병오년 새해 일출에 희망 기원
강릉→서울 '8시간 20분' 해맞이 특별 교통 대책 추진
오늘 밤 보신각 타종행사에 10만 인파 예상…


새해 첫날이면 어김없이 쏟아지는 뉴스들



신년. 새해, 첫 일출.


새로 시작한다는 말에는 왜인지 두근거림과 떨림이 함께 붙어 있다.

낭만을 한꺼풀만 벗겨내면

매일 뜨는 해일뿐이고

오늘은 어제의 연속일 것인데

우리는 그 하루에 ‘새로 시작하는 날’이라는 공통된 거창한 의미를 부여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내는 일.

그게 꽤 인간적이라 느껴진다.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이라는데 정작 행복 순위는 50위 밖을 맴도는 이 아이러니한 땅에서도,

부여된 의미에 맞춰 다가오는 한 해, 새 날, 무탈하고 행복하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의 소망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해마다 추운 바람을 뚫고 명소를 찾아 해돋이를 보고

보신각 종소리의 파동 속에 소원을 묻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한 새 해가 되길 기도한다.


행복.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행복을 인생에서 추구하는 가치로 생각하기도 한다는데


'무엇이 행복인가?'를 고민하다 보니

한 번도 나 자신에게 묻지 않았던 질문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막상 입 밖으로 꺼내 보니 질문이 생각보다 무겁다.


대답 대신 여러 조건들이 떠오른다.

행복에 가까워 보이는 조건을 나열하니 이만하면 괜찮은가 싶다가

불행에 가까워 보이는 조건을 나열하니 아직은 부족한가 싶었다.

저울은 쉴 새 없이 양 끝으로 기울기를 반복하니 쉽사리 답이 나질 않는다.


컨닝을 결단한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슬쩍 물어봤다.

'행복하시냐'고.


돌아오는 말들은 제각각이었다.

죽지 못해 산다는 서글픈 농담도 있었고

아무 이유 없이 어젯밤이 좋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분은 잠깐 웃더니

"모르겠네, 그냥 사는 거지." 하고 말을 흐린다.


그 대답들을 듣다 보니

행복이라는 말이 생각보다 제멋대로라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늘 행복 앞에 조건을 하나씩 세우려 드는 듯하다.


로또가 되면 행복해질까?
돈이 있으면,
조금만 더 성공하면,
건강만 회복되면,
딱 이번 일만 해결되면.


그러니 분명 새로운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등뒤에서 닫힌 문은 익숙한 문이라는 우리네 인생을 수십 년 간 경험하고도,

아직 조건이 덜 갖춰졌다며 행복을 '다음'으로 미룬다.


죽지 못해 산다던 그분도,

모르겠다고 말을 흐리던 그분도,

아무 이유 없이 어젯밤이 좋았다던 그분도.

어쩌면 다 비슷한 하루를 살았는지도 모른다.


다만 누가 먼저 오늘 웃기로 했느냐가 달랐을 뿐.


그래서 요즘은 이 질문을 조금 다르게 묻는다.


나는 지금 행복하기로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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