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대형 쇼핑몰, 스타필드
이곳이 추운 겨울날과 만나면
우리의 가장 따듯한 아지트가 된다.
걷고 싶은데 밖이 춥거나, 짬뽕을 시키면 짜장이 먹고 싶어 지는 게 인생이라지만
적어도 '걷고 싶은데 밖이 춥다'는 괴리는
이곳에서 완벽하게 해결되니 좋다.
오죽하면 스타필드 2층, 영풍문고 앞에서
아내와 찍은 인증샷을 일주일 간 7장 쌓은 주도 있으니
아내와 난 스타필드를 또타필드라 부르기로 한다.
퇴근 후 유독 몸이 무겁고 피곤한 날,
특히 저녁을 먹은 후 바로 일어나지 않고 소파에 몸을 파묻는 순간이면
어김없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찾아오는 나의 오랜 친구들.
귀찮음, 그리고 냉소.
"야. 몰라? 나가봐야 똑같지 뭐 다를 거 있냐?"
"밖에 날도 추워. 몸도 피곤한데 오늘은 쉬어야 돼. 다 내일을 위해서야.."
그 지독하게 합리적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드니
그냥 신발을 신고
일단 운전해서 도착해 주차를 하면
9와 4분의 3 승강장을 지난 듯 공기가 바뀐다.
분명 기억 속 그대로 다 아는 풍경인데
오늘의 나는 새로운 장소에 온 것처럼 들뜬다.
제 덩치만 한 강아지 목줄을 잡고 씩씩하게 걷는 아이의 걸음걸이.
"청바지는 저기 가서 사는 게 낫다니까?" 하는 커플의 귀여운 투닥거림.
유모차 차양막을 들춰 아이와 눈 맞추는 젊은 부부의 웃음.
오락실 인형 뽑기 기계 유리에 코를 박고 집게발을 움직이는 꼬마와 그 모습을 찍는 엄마.
아쿠아리움 카페에서 항상 같은 자리를 돌며 수영하는 아기 상어를 넋 놓고 구경하는 어른이들의 뒷모습까지.
집을 나서던 나는 쓰러질 듯 피곤했는데
지금의 나는 신나 있다.
뻔히 아는 맛이고 이미 수십 번 가본 곳.
그러나 오늘의 내가 만나는 장면은 어제와 전혀 다른 색채로 다가온다.
참 알 수가 없다.
오늘의 나를 웃게 할 일들이
지글거리는 삼겹살 불판 위에 있을지
누군가의 다정 안에 있을지
낯선 이들의 활기찬 웅성거림 속에 있을지
그냥 뜨끈한 목욕물에 있을지.
뭐가 원동력이 될지 모르니
그냥 오늘의 나를 데리고 이것저것 해보는 수밖에!
일단 신발을 신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