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encia Cafe
세 가지 맛 젤라토였지만 솔티드 캐러멜 토피 맛만 남은 끈적이는 컵을 옆으로 밀어놓고 쓰고 있다.
붉은 벽돌로 단정하게 지은 건물이 많은 길을 따라 걸었다. 자동차를 모르는 내가 봐도 고급스러운 세단들이 지나갔다. 동물 사이에도 신분이 있다면 상류층에 속해서 제법 글 좀 읽을 것 같은 반려견들이 보였다. 이 동네는 차나 개나 윤기가 반들반들했다.
메르카토 메이페어를 찾아오는 길은 왠지 모르게 내 옷차림을 정돈하게 했다.
내부가 굉장히 아름다운 이곳은 19세기에 지어진 교회였는데 현재는 푸드코트와 커뮤니티로 사용하고 있다. 꼭대기에 루프탑 바가 있다고 해서 올라가다가 Grosvenor Estate라고 적힌 걸 봤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본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관련 단어들이 눈에 잘 띈다고 해석된다.
영국의 유서 깊은 귀족인 그로스베너 가문이 보유한 대규모 부동산 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자산관리그룹이다. 오면서 봤던 동네의 30% 이상이 포함되어 있고 2016년도에 가문의 후계자가 상속받았는데 10억 파운드 수준이라고 한다. 당시 그의 나이 25세, 공식 직함은 제7대 웨스트민스터 공작... 이상하게 점이 찍고 싶다... 아직 젊으니 분발해서 한화로 200조 달성하길... 할 수 있다! 유 캔 두 잇 썰!
푸드코트에 피자 맛있어 보이던데 그가 말 타고 나타나서 골든벨 울려줬으면 좋겠다. 하얀색 말이었으면 좋겠다... 점을 계속 찍고 싶다...
테이블 간격이 좁은 관계로 옆에 앉은 영국인 남자가 조금 전 내 휴대폰 화면을 봤나 보다. 나는 구글에 7th Duke of Westminster(제7대 웨스트민스터 공작)를 검색하고 있었다... 점이 멈추질 않는다.
그 영국인 남자는 He is 귀족, I am 워킹 클래스라고 했다. 실제로 class라는 말을 써서 놀랐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일상표현인 것 같다. 한국은 어떻냐고 묻길래(나의 클래스를 물어본 것 같다.) 파파고의 도움으로 설명해 줬더니 매우 놀라워했다. 내가 번역을 부탁한 그대로 적어보겠다.
우리는 전쟁을 겪었어. 그 기간에 계급은 의미가 없어지고 계급을 사거나 팔 수도 있었어. 모두가 높은 계급이 되었지. 그래서 신분이 사라지고 평등한 사회가 되었어.
이제 알겠니? 우리는 너희처럼 클래스가 없단다.
영국 남자와의 대화 덕분에 점을 찍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그래도 공작님께서 골든벨은 울려줬으면 좋겠는데. 아니, 울려 주셨으면 아니, 울려주십사 소인 간청하옵니다.
쇤네라고 할 걸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