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자가 격리를 끝내며
올 것이 왔다. 2년 넘는 시간을 잘 버텨왔다 생각했는데 코로나는 우리 집에도 어김없이 찾아와 문을 두드렸다. 아이로부터 시작된 코로나 확진은 남편에 이어 나까지 연달아 이어졌다. 격리 기간을 줄이고자 마스크도 쓰지 않고 아이를 부둥켜안고 지냈지만 결국 우리 가족은 2주 넘는 시간 동안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간 버텨온 시간이 무너져버린 기분이었다.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며 지냈는데 결국 확진인가 하는 생각에 허탈했다. 무력해져 있을 틈도 주지 않고 아이의 열이 순식간에 치솟았다. 아이를 키우는 8년 동안 이런 고열은 처음이었다. 마스크 덕분에 병원 갈 일이 별로 없었던 터라 해열제 교차 복용 방법부터가 헷갈리고 낯설었다.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열과 수시로 몸을 떠는 딸을 보고 있자니 덜컥 겁이 났다.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옆에서 이틀 밤을 꼬박 지새운 끝에야 겨우 열이 잦아들었다. 그즈음 남편과 나의 증상도 조금씩 시작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음성이었다. 몇 번이나 검사를 해도 우리에게 코로나 양성은 허락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우리는 슈퍼 면역자인가 보다 하며 우스갯소리를 할 찰나에 남편에 이어 나의 확진이 결정되었다.
혹시 모를 감염을 조심하기 위해 되도록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과 '당신은 지금부터 자가격리 대상자이므로 절대 밖으로 이동하지 마십시오’라는 연락을 받고 집에 머무는 것은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행동지침과 법적인 처벌에 대해 길게 나열된 문자를 받을 때마다 이름 모를 누군가로부터 감시받는 기분이 들어 영 찝찝했다. 음식부터 생활용품 모든 것이 고민이었지만 다행히 우리나라는 배달과 택배 서비스가 너무 잘되어 있었다. 소소한 불편함은 참을만했다. 정작 힘들었던 것은 확진 후 이어지는 각종 증상들이었다. 가벼운 감기 정도일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두통, 오한, 근육통에 목을 간질이며 갑자기 튀어나오는 기침들이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들었다. 얕보다가 제대로 한방 먹은 기분이랄까. 두통과 오한이 사라지자 목에 멍이 든 것 같은 통증이 찾아왔다. 수시로 목이 잠기고 쉴 새 없이 기침을 하다 보니 나중에는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는 상상을 초월하는 굉장한 바이러스였구나. 가족 모두가 확진이 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은 편했으나 그래도 걸리지 않는 편이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힘든 시간이었다.
지루한 자가 격리를 버텨낼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지인들의 따뜻한 위로였다. 세상과 단절된 기분을 느끼던 나에게(우리 가족에게) 확진 소식 이후 고마운 사람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힘내라는 문자와 전화, 아이와 함께 해보라며 페인팅 키트를 선물해주거나 잘 챙겨 먹으라고 카톡으로 모바일 상품권도 도착했다. 과일이 배달되기도 했고, 달콤한 먹거리가 가득한 종이상자를 받기도 했다. 모든 것이 감동이었다. 엄마, 모두들 왜 이렇게 마음이 착한 거야? 라고 묻는 아이의 말이 뭉클했다. 그렇다. 정말로 착한 마음이었다. 언제나 스스로를 조금 외로운 사람이라 여겼었는데 이렇게나 좋은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몸은 견딜 수 없이 아팠지만 마음만은 격리 기간 내내 벅차올랐다.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말로만 툭 내뱉거나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고 싶어졌다. 그러던 중 아이의 친구가 갑자기 확진이 되었는데 집에 해열제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비상용으로 준비해두었던 해열제를 탈탈 털어 얼른 달려가 우편함에 넣어 주었다. 오한으로 몸을 떠는 아이를 붙잡고 당황한 나를 달래주고, 응급 시 해야 할 일을 검색해주고,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알아봐 주었던 다정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처럼. 내가 받았던 마음을 또 다른 이에게 전하던 순간이었다. 문자를 나누며 열이 떨어지길 함께 기다렸다. 우리는 각자의 집에 머물고 있지만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밤. 누군가를 위해 위로를 건네고 응원을 전하는 일은 거창할 필요가 없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일단 행동으로 옮기는 것, 받은 마음에 대해 진심으로 고마워할 줄 아는 것. 이런 따뜻한 순간이 우리들 삶 사이에 쌓이면 어떤 일이 생겨도, 한없이 가라앉게 되어도 몇 번이나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지 않을까.
격리 해제 후 세상 밖으로 나왔더니 곳곳에서 확진자만 알 수 있는 후유증이 들린다. 둔탁한 기침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면 아아, 고생 많으셨지요 하는 짠한 마음이 저절로 올라온다. 힘든 시간을 지나 저처럼 집 밖으로 탈출하셨군요. 축하드려요. 우리 이제 되도록 아프지 말고 건강합시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봅시다. 각자의 집에 머무르고 있는 누군가에게 응원을 보내고 따뜻한 마음을 전합시다. 맛있는 음식과 시원한 커피를 한잔 마시며 그간의 소회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 이 좋은 날씨를 즐기며 그래 볼 생각입니다. 세상엔 봄이 찾아왔고, 저의 마음에도 봄 향기가 가득하니 이 마음 그대로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어 졌거든요. 그래서 이 글을 기록해둡니다. 집에 오래도록 머물던 어떤 날에 느꼈던 감정들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