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하는 요리
내가 죽기 전 마지막 음식을 먹는다면?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가?
생각해본 적이 있다.
아마도, 집밥일 것 같다.
하얀 쌀밥과 자주 먹던 된장찌개.
알맞게 익은 우리 집 김치와 깍두기.
여기에 오늘의 메인 요리인 불고기나 제육볶음.
이런 집밥.
사실, 내가 급작스럽게 죽는다 해도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먹었던 음식은 아마 집밥일 것이다.
집밥에는 딱히 레시피가 없다.
쌀을 깨끗이 씻어 넣고 버튼 누르기만 하면 끝.
물 조절이 중요한데, 여기에 모든 집마다의 비법이 나온다.
나는 손가락 마디나 비율로 결정한다.
쌀 위로 손가락을 세워서 가운데 손가락 한마디까지 찰박하게.
아니면 원래 1:1.2의 비율이라 했으나 난 고슬 고슬밥이 좋으므로
밥을 1컵 했다면 물을 1컵 한다.
그런데, 왜 밥솥에 쓰인 눈금은 보는 법을 모르겠지?
쌀밥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사실 굉장히 까다롭다.
물 조절 하나에 밥이 죽이 되기도 하고, 딱딱한 밥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완성되기 전까지 절대 열어볼 수도 없다.
된장찌개도 생각보다 간단하다.
맛있는 된장이 있다면.
육수를 내고, 거기에 채반에 걸러 된장을 잘 풀어준다.
된장은 생각보다 많이 풀어준다.
비율은 맛보면서 계속 풀어주면 된다.
그리고 야채를 원하는 데로 넣으면 된다.
감자, 호박, 양파. 그리고 차돌박...(고기)
그리고 푸욱 끓이면 완성된다.
된장을 만드는 과정이 어렵지 된장찌개는 생각보다 쉽다.
그런데 된장찌개는 사실 굉장히 다양하다.
호박을 넣기도 하고, 시래기를 넣기도 하고,
우리 집은 보리를 넣기도 한다!
넣는 것에 따라서 굉장히 맛도, 향도 달라진다.
계절에 맞는 식자재 그 무엇을 넣어도 다 어울린다.
향긋한 쑥을 넣어도 진짜 맛있다.
아마 나였겠지. 밥도 된장찌개도.
까다롭기가 극을 달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완성된 밥이 되고 나니.
된장찌개가 되었다.
계절에 따라, 환경에 따라
다른 재료를 품어 다양한 된장찌개가 되지만
결국엔 바탕은 된장찌개였다.
나도 환경에 따라, 지금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얼굴을 썼고, 다양한 성격을 보였지만
결국엔 나였다.
이런 집밥이 매우 좋다.
매일매일 이런 집밥을 먹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에 불고기까지 있다면 금상첨화 아닌가?
마찬가지로,
'하루하루가 항상 오늘만 같다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삶은 얼마나 행복한가.
오늘 하루만 같은 내일이 되기를 바라는 삶이
성공한 삶. 아닐까?
매일매일 이런 따뜻한 밥을 지어먹고
된장찌개를 가족과 나누어먹고,
여기에 금상첨화로 불고기까지 놓인다면.
이러한 삶이 매일 지속된다면.
참 아름답고 행복한 삶일 것이다.
소박하지만 계속되길 바라는 행복.
그게 집밥이고, 그게 내가 바라는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