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현 Dec 08. 2021

스탠딩 에그 - 공감과 위로의 달걀들

내 인생의 ost

스탠딩 에그를 처음 만난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기억나지 않은

언제부터인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스탠딩 에그의 '오래된 노래'였고,

스탠딩 에그는

내 플레이리스트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가장 강렬한 만남은 기억이 난다.

2017년 한강에서 열린 어느 뮤직 페스티벌에서이다.

잘 알고, 많이 들었던 <오래된 노래>로 뒤통수 맞은 날이다.


그날의 보컬은 에그 2호님.

(스탠딩 에그는

객원보컬이 많은 뮤지션이다.)

사실 실물은, 아니 얼굴은 처음 뵈었다.

내가 듣는 대다수의 인디음악 하시는 분들이 그렇듯, 방송에서는 찾기 어려우니까.


그날, 익숙한 스탠딩 에그 노래들이 쭉 이어지다가

 사람들이 엔딩곡으로, 앙코르곡으로

<오래된 노래>를 외쳤다.

너무 아름다운 멜로디, 가사,

그리고 분위기에 심취해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에그 2호님이 마이크를 내렸다.


그리고 그 한강에, 노을이 지고

반짝반짝 햇빛이 물결이 반사되던 그 시간에

마이크에서 손을 떼고 순수하게 목소리로만 이어 불렀다.

스탠딩 에그 - 오래된 노래
"오래전에 함께 듣던 노래가
거리에서 내게 우연히 들려온 것처럼
살아가다 한 번쯤 우연히 만날 것 같아.
사랑했던 그 모습 그대로."


충격이었다.

노래를 잘해서도 있지만 (성량 진짜 좋으시더라...)

그 아름다운 멜로디,

마이크와 스피커가 아니고 직접 들리는 목소리,

모든 악기조차 조용해지고

집중되는 그 소리가 전부 하나하나  새겨졌다.


그리고 노래처럼

나는

어느 순간순간 이 노래가 들릴 때마다

그때의 모습 그대로

돌아가곤 한다.

EGG2호님이 열창하고,

한강이 노을의 빛과 부서져

노래가 되

오래전 그날로.



열린 공간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심지어 그 뮤직 페스티벌은 동시에 열리는 스테이지가 3개로 구성되어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는

오롯이 한 소리가 되어

내 가슴에 스며들었다.

그때부터

그냥 좋아했던 <오래된 노래>는,

 내게 있어서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되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바꿔도

영원히 따라오는 내 벨소리가 되었다.

핸드폰에 저장된 유일한 음원이다.


노래방에서 스탠딩에그 노래를 부르면

 특이한 걸 목격할 수 있다.

작곡, 작사 부분에 이름이 EGG1, EGG2, EGG3이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에그 2호님만 콘서트 영상에서 만나 뵐 수 있다. 보컬도 같이 하시는 분.)

달걀들에 난 마음이 뺏겼다.


사실 <오래된 노래> 전에

스탠딩 에그 노래 중에 가장 좋아했던 것은

<넌 이별 난 아직>이다.

버전이 여러 개인데, 내가 자주 듣는 버전은

<feat. 박신혜, 화사 of 마마무>이다.

우리가 아는 박신혜 님, 화사님이다.

꽤 예전 노래인데, 내가 처음 이곡을 접했을 때 '화사'라는 아티스트를 전혀 모를 때였다.

찾아보니 2013년 11월 발매곡이다.

(마마무는 2014년 데뷔인데..?)


이별에 관한 너무나도 잔인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스탠딩 에그 - 넌 이별 난 아직
"넌 이별을 말하지만, 난 아직.
 어떤 말을 해도, 모든 걸 줘도, 넌 이별.
 남은 슬픔마저 베이고도 난 아직."


박신혜 solo 버전도 있다.

(박신혜 님 노래랑 너무 어울린다. 꼭 이 노래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으면 좋겠다.)


서로 너무 사랑했지만 다른 시간 속에 있었고,

마주하는 시간이 달라서 후회하는

<시간이 달라서>나,


햇살이 아파 너와 함께 걷던 거리가 아파
내 귓가에 스친 노래가 아파

로 시작되는 <햇살이 아파>라는 노래도 참 좋은 노래이다.



사실 <오래된 노래>는 노래 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커버곡 한 번쯤은 들어봤을 노래로,

노래방을 통해서, 입을 통해서,

 우리 또래 친구들에게는 많이 알려진 곡이었다.

최근 한 인기 많은 트로트 가수가 부르면서

그 가수 버전이 상당기간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라있었다.

뭔가 나만 알던 노래에서 사람들을 통해 알려진 노래로,

유명가수가 다시 부르면서 매우 알려진 노래가 되었다.

5년도 넘은 내 벨소리를 듣고

가끔 사람들이 그 트로트 가수 좋아하냐 혹은 그 가수 때문에 들은 노래냐 하는

질문을 들으면 억울하다 매우.


론 스탠딩 에그가 알려져서 좋지만.


스탠딩 에그는

앞으로도 많은 무대, 많은 노래들로 자주 만나고 싶은 뮤지션이다.


최근 2021년 11월 스탠딩에그는 거미 원곡의 '그대 돌아오면'을 리메이크한 곡을 발표했다.

리플라이 프로젝트라는 명곡을 재해석하여 들어보는 프로젝트의 일환인데

남자 버전의 <그대 돌아오면>도 너무 좋다.




스텐딩 에그의

로고 사진을 보면 소년이 달걀과 서있다.

스탠딩 에그를 소개하는 나무 위키에 보면

이 초기 로고에 대해

"'달걀이 혼자서는 일어설 수 없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있다면 달걀을 세울 수 있다'는 의미이다."

라고 쓰여있다.

난 이 그림이 참 좋다.


그렇게 스탠딩 에그는

노래를 통해

공감을 하고 위로를 준다.


함께 연약한 달걀을 의지하면서.


때론 내가 달걀일 때도

옆에 달걀을 세워주는 소년일 때도 있다.


그리고 계속 생각나게 한다.

어떻게 하면

이 연약한 달걀을 세울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머릿속에 자꾸 맴돈다.


따뜻한 노래가. 쓸쓸한 멜로디가.

아름다운 가사가.

달걀을 세울 방법이?


추워진 계절,

매끈하고 귀여운 달걀을 생각하며

다시 들어봐야겠다.


스텐딩 에그의

노래가...

넘어져서 절대 혼자 설 수 없을 것 같은

달걀 같은 누군가에게

일어서서 기댈 수 있는

의지가 되길.






이 글의 모든 사진 출처 스탠딩 에그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standingEGG.page/photo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