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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 Dec 13. 2021

탈시설과 형제

발달장애인과 탈시설. 그리고 비장애 형제의 목소리

발달장애인과 탈시설.

그리고 형제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요새 탈시설 문제로 소위 '핫'하다

강하게 탈시설을 주장하는 자와 반대하는 자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그런데 그 누구도 탈시설에 관해 장애 형제를 둔 비장애 형제들의 의견을 물은 바 없다. 생각해보니 어디서 말한 적도 없는 것 같다.

마치 장혜영 국회의원님이 장애 형제를 둔 비장애 형제들의 대표가 된듯하다. 아니던데... 그분은 가장 힘든 시기인 학생의 시기에 장애 형제와 함께 살지 않으셨고, 이미 경제적, 정신적으로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성인이 되셨을 때 장애 형제분과 함께 살기 시작하셨던데. 17년을 동생은 시설에 계셨고, 본인은 본인의 삶을 사셨던데...

30년 넘게 직접 돌봐야 했고, 싸워야 했고, 보듬어야 했던... 그래서 함께 부대끼고 힘겨워하며 울고 웃었던 형제분들이 때론 박탈감을 느끼는 대상이시기도 하더라고....(나나... 접니다요. 저분은 국회의원까지 하는 동안 넌 뭐했니? 너도 똑같이 형제가 장애잖아!  비교당해봤어ㅜ) 그럼에도 나는 그분을 때론 대단하다 생각하며 존경하고 누구보다 우리의 마음을 잘 대변해주실 거라 믿는다:)  갑자기? 여하튼


과도한 논쟁은  접어두고 내 주변 이야기와 나의 의견을 풀어보고자 한다. 내 이야기보단 같이 이야기 나눈 형제들의 이야기가 많다.


 먼저 못 박아둘 것은 나는 동생을 시설, 혹은 단체로 보낼 생각은 1도 없다. 시설에 보내지 않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 바뀔 수는 있다.) 설에 보내고 싶어서 탈시설에 반대하는 게 절대 아니다.

  

  하지만

 탈시설엔 반대한다.


아니 정확히는 시설과 지역사회자립이 모두 양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정확히는 탈시설에 정확한 내용을 알고싶...)


나는  장애 형제(뇌 병변, 뇌성마비, 자폐, 발달장애, 지적장애, 다운증후군)가 있는 비장애 형제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오픈 채팅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탈시설" 이야기가 처음 왔을 때 내게 누군가 그랬다.  "만약 부모님 돌아가시고 형제를 오롯이  돌봐야 한다면, 막막해요. 죽을 것 같아요. 내 삶은 뭔데요? 결혼은 이미 포기했어요, 한데 직장은 어떻게 다녀야 하는 건데요? 돈은요? 난 형제를 위해 태어난 게 아니에요."


누군가에게 "탈시설"이라는 단어는 공포였다.




발달장애, 정신장애인들은 신체장애가 아니므로 단편적으로 보면 혼자 밥을 떠먹을 수 있고, 화장실에 갈 수도 있다. 그래서 중증과 아님을 나누는 게  너무 어렵다.  밥을 차려줘야만 먹을 수 있고 화장실도 다시 살펴봐주어야 하는 노고는 아무도 모른다. 대부분은 무난하지만, 사람에 따라서 10분 이상 혼자 둘 수도 없고, 문득 튀어나오는 행동들에 당황할 때도 많다. 대화가 잘 안되기도 한다. 끔은 밤에 잠을 안 자고 소리치기도 하고, 드물게 이유 모르겠는 문제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는 일부만 보아서는 알 수 없다. 삶이다. 떻게 중증, 최중증을 나눌 것인가?


이런 장애인들을 가족들이 돌보고 사는 게 현실 삶이다. 가족들이 아기를 돌보듯 돌아가며 순번을 정해 돌보고, 도전 행동 문제행동 시 눈물을 삼키며 지켜보고, 상처 입기도 하면서, 때론 장애인 본인이 문제행동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며 보듬어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형제들은 어릴 때부터 함께 형제를 돌봐야 했다. 동생이 아니라 오빠, 언니라도 말이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나이가 들면 아픈 오빠는 혹은 언니는, 혹은 동생은 좋은 시설서 살고, 나는 나의 삶을, 나의 가정을 꾸려가며 나이 드신 부모님도 돌보며 살아가야지. " 

라고 마음먹었던 친구들이 무너었다.


"탈시설"이라는 단어에.


 형제들은 본인 편하자고 형제를 시설에 보내 놓고 모른척한다는 것이 아니다. 함께 살고자 하는 노력이다.






물론 그들이 주장하는 "탈시설"이 가족이 오로지 돌봐야 하는 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대로 문제다.

장애를 둔 형제들 조차 설득도 못하고, 정보도 주지 않으면서 탈시설만 외치고 있다는 반증이므로. '탈시설'이라는, '장애인 인권 '이라는 단어만 내세워 언론에 배포하고 있는 것밖에 안된다.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형제들조차 정확한 정보를 찾기 어렵고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는데 '무조건 탈시설화하겠다.' '관련법을 꼭 통과시키겠다!' 하는 건 뭘까?


탈시설가족이 돌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로 나와 자립해나가며 사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렇다면 자립이 불가능한 최중증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최중증자의 경우 적응 문제나 문제 상황 발생 시 어떻게 되는 것인가? 자해나 폭력이 있는 경우엔 어떻게 할 것인가? 건강문제가 함께 있는 경우 시설보다 나은 돌봄이라 자신할 수 있는가? 지역사회에서 자립이 충분히 가능한 현실인가?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경우, 모든 수요에 충분한 공급이 가능한가?


아마도. 최중증은, 24 시간 돌봄은, 까다로운 절차와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겠지. 실제적으로 24시간 돌봄이 필요해도 그들이 판단해서 아니라고 판정 나면 아닌 게 되겠지.







나는 탈시설에 관해 천주교의 입장과 같이한다.
(한국 가톨릭 장애인 사도직협의회의 입장)


시설, 그룹홈, 지역사회자립 등 선택지는 많아야 한다.


무조건 시설을 없애는 탈시설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보여주기 식 대책일 뿐이다.


 시설의 질적 향상을 우선시하는 로드맵,

장애정도, 나이에 따라 다양해지는 개선안,

발달장애인의 가족들 의견이 수렴되는 탈시설 로드맵.

이 만들어져야 한다.


왜 무조건 탈시설 이어야 할까?


인권적인 시설, 좀 더 나은 시스템이 구축되어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시설을 먼저 만들면 안 되나?


사람들의 인식은 하나도 개선되지 않았는데 함께 더불어 살기 위해 시설을 없앤다는 게 가족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광주광역시에서 매번 홍보한다. 발달장애인이 함께 살기 좋은 도시라고. 24 시간 돌봄이 이루어진다고 홍보한다. 최중증발달장애인융합센터  기사를 보니 8명을 지원한다. 광주광역시 발달장애인 수는  8033명 그중 최중증은 220명이라고 한다. (http://naver.me/5cTwvS0q)

아마도 정확히 집계가 되지 않는 사람도 꽤 될 것이다. 집에만 계시는 분들,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으신 분들도 많으니.

이게 시작점이고 나아갈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탈시설은 이것들이 모두 정착되고, 나아간 후에, 어느 정도 안정화된 이후에 논의되어야 한다. 


광주광역시에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거점병원조차 없다. 겨우 8명을 돌보는 센터는 있다.  

발달장애인들은 병원 가기도 힘들다. 충치 치료하는데 전신 마취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고, 주변의 경우엔 '팔이 부러졌는데 협력해야 할 정신과가 없다는 이유로 2차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나마 운영되고 지원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복지관, 주간 돌봄 센터이다. 이는 대부분 오전 9시나 10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3시에서 4시가 되면 끝이 난다. 직장에 다니는 가족들은 장애인이 센터에 가는 9시나 10시 이전에는  출근할 수 없고 오후 3시에서 4시 전에는 퇴근해야만 한다. 선생님들 고생하십니다.ㅜ


아. 활동보조인이 있지 않느냐고?


최중증 발달장애인은 활동보조인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이다. 성인발달장애인중에는 누구는 덩치가 크기도 하고 큰 소리를 내기도 한다. 또, 예민하기도 하고 틱장애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혹은 드물게 난폭함이 있을 수도 있고 자해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성인 중증장애인의 활동 보조하기를 선호하지 않는다.  또 최중증이면 거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기에 문제 경우도 발생한다. 도둑이 들어와도 신고는커녕 무관심하게 지켜만 볼 텐데...

형제가 3시에, 4시에 끝마치고 와서 돌보면 좋지만, 형제는 활동보조인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무급 봉사이다. 이것도 논의되어야 할 문제인데, 가족이 생업을 포기하고 장애인을 돌본다면 활동보조인으로써 인정해주면 좋겠다.


이런 실질적인 문제들은 하나도 단 1퍼센트도 개선되지 않고 탈시설을 이야기한다.


만약 탈시설을 하고 24시간 돌봄으로, 함께하는 공간으로 간다면 현재 몇 명을 수용할 수 있고  또 앞으로는  몇 명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내 가족은 거기에 포함될 수 있나?

무엇보다 시설과 24시간 돌봄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알 수도 없고 여기저기 찾아봐야 겨우 자료를 얻을 수 있다. 탈시설에 관한 기사는 많지만 정확한 정보를 알기 쉽게 보여주는 홈페이지조차 없다.

 탈시설이란 우리에겐 실질적인 삶이지만 정치인들에겐 좋은 정치 카드일 뿐이다.


예전에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코로나 백신과 관련하여 글을 쓴 적 있다. 답변은 몇 개월 후에나 받았다. 그것도. "아. 그렇군요. 관계부처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하는 식의 답변을...

 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진짜 발달장애인가족이지만 도움을 받은 적도 지원을 받은 적도 없다. 연락도 안 되는 곳인데... 뭐하는지 알 길도 없다. 가족들에게, 또 장애인에게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의견을 수렴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이되라고 각 지자체별로 있는 것 같은데. 있기만 하다.


이미 지자체별로 있는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이미 있는 발달장애인 관련 지원사업들

잘 이루어지고는 있나?

활용되고 있나?


이것조차 놓치고 있으면서

탈시설을... 외치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무조건 탈시설 해놓고

후에

문제든, 피해든, 모든 것은

사회의 외면 속에 가족들만 고통받게 되는 것은 아닌가?


나도 제대로 알고 싶다.

탈시설이 되면 어떻게 변할 것인지.

무조건 탈시설을 외쳐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좋은 시설과 함께, 더불어가는 사회가 양립하여 만들어질 수는 없는 것인지.


탈시설을 하게 된다면 내 가족은, 나의 경우엔 어떠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어떤 선택들을 할 수 있는지 맞춤형 선택지 제시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보험 상담해주듯 그렇게. 사실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그런 거 해주는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내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지원사업은 이런 것이 있고, 운동은 어디 어디에 가면 수업을 들어볼 수 있고. 이런 안내들이 되는 줄 알았지... 아니었다.


만약 탈시설된다면 그런 안내들은 꼭 선행되어야만 한다.


 







오늘 글은
채팅방에서 함께 이야기 나눈 친구들의 말부터 시작된 나의 생각이 담긴 글이다.


'탈시설'이라는 단어에

'형제들'이라는 말도 조금 실려보기를 바라면서.



곧 대통령 선거가 있고 여기저기서 의견을 듣는 후보님들이 많으시던데. 장애인 그리고 그 가족에 관해 좋은 방향으로 관련된 공약들도 있으면 좋겠다. 나의 이야기가 닿아 장애인이, 그 가족의 삶이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힘냅시다 형제분들!!

당신도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입니다♡


말하지만 난 넘치는 사랑 속에서 항상 행복합니다:)

엄마아빠사랑합니닷♡

불만이 많은 걸로 오해하지 마시길 :)





+ ps 혹시 장애인 형제(발달장애, 지적장애와 같은)를 둔 비장애 형제분들 중에 이야기 나누고 싶으신 분 계신다면. 오픈 채팅방을 첨부합니다.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https://open.kakao.com/o/grOrVe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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